물의 연인들 - 김선우 장편소설
김선우 지음 / 민음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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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연인들>의 작가인 '김선우'는 1996년 '창작과 비평'을 통해서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 작가의 첫 번째 소설은 무용가 '최승희'의 삶을 그린 <나는 춤이다>이고, 두 번째 소설은 '촛불 집회'를 소재로 삼은 <캔틀 플라워>이다.

 

 

<나는 춤이다>는 읽지를 못했고, <캔들 플라워>만을 읽었는데, 15살 캐나다 소녀(한국인의 피가 흐르는)가 2008년 5월 17일 한국 도착에서부터 6월 21일 레인보우 달계곡으로 출국할 때까지 소녀의 눈에 비친 '촛불집회'의 모습을 표현한 소설이다.

촛불광장에 꽃처럼 피어나는 불꽃들. 촛불 하나 하나는 화려하지도 않고 그리 밝지도 않지만, 이들이 수백, 수천, 수만, 수십만,수백만 개가 모이면 화려한 꽃처럼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게 된다. 또한, 위선에 가려졌던 거짓들이 밝혀지고, 나뿐만 아니라 내곁의 사람들의 마음의 문까지도 열어 줄 수 있고, 세상 사람들에게 무언의 이야기로 우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줄 수 있는 소박하지만 힘있는 빛이 촛불인 것이다.

당시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촛불집회의 이야기가 바로 <캔들 플라워>이다.

 

 

<물의 연인들>의 '김선우'의 세 번째 소설이다. 그녀의 산문집인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도 읽었기에 김선우의 신간소설이라는 것만을 알고 읽게 된 소설이다.

 

 

 

 

그런데, 이미 많은 독자들은 그녀가 '4대강 사업'과 관련된 소설을 쓰고 있으며, 2010년에 쓴 초고를 몇 번에 걸쳐서 다시 고쳐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나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이 소설을 아름다운, 혹은 슬픈 사랑 이야기로만 생각하고 읽었던 것이다. 거의 중반부를 훌쩍 넘어갈 때까지.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과 사건들은 와이강을 인연으로 이루어진다.

주인공인 유경과 엄마인 한지숙은 비참하리 만큼 힘겨운 삶을 살아 간다.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짐승같은 인간을 살해하게 되고...

와이강은 엄마가 자란 곳이고, 나중에 죽어서 다시 돌아가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엄마의 자살 이후에 스톡홀름으로 가서 연옥이 만나게 되는 연우는 와이강에 버려졌던 아이이고, 그 이후에 스웨덴으로 입양되었다가 연옥을 만난 후에 다시 와이강을 찾게 된다.

" 원래부터 그렇게 정해진 배역이었다는 듯이 유경의 인생에 나타나 단번에 사랑이라는 말을 운명이라는 말과 조합하게 만들었던 남자.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자기 역할을 다했다는 듯 사라져 버린 남자." (p. 46)

 

또한, 와이강에 살고 있는 당골네의 손녀 딸인 수린과 와이강에 버려졌다가 수린과 오누이가 되는 해울.

유경, 지숙, 연우, 수린, 해울.

이들은 모두 와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다.

모든 것을 잃어 버렸던 사람들이고, 모든 것을 잃은 후에 사랑을 알게 된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결코 순탄하지는 않다.

와이강이 그곳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고 희망이었지만, 4대강 사업에 의해서 갈기 파헤쳐지는 것처럼.

4대강 사업은 정책시행자가 와이강을 그들의 소유물처럼 생각하기에 지역주민의 삶이나 생각과는 무관한 사업을 시행하는 것인데,

그것은 유경이 아버지가 지숙을 자신의 소유물처럼 취급하기에 짖밟고 폭행을 일삼은 것과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유경의 머릿속에 선명한 문장이 지나간다. 소유와 정복의 욕망으로부터 온갖 패약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p. 130)

이 소설의 첫 부분은 유경과 연우의 사랑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책장을 펼치자 마자 읽게 되는 이야기가 비오는 날의 사랑의 행위이기에 다소 의아함으로 읽게 된다.

그리고 지숙과 남편의 폭력이 난무하는 사랑이라고 할 수 없는 집착, 그리고 한 여인을 소유물처럼 생각하는 남편의 짐승같은 행위.

그런 가운데, 읽게 되는 욕설들.

그래서 소설을 읽는 중간, 중간 당황스러움도 느낄 수 있다. 물론, 리얼리티를 생각한 내용들이지만, 소설을 읽는 것 자체가 불편하기도 하다.

좀더 청아한 사랑 이야기였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책장을 넘기는 순간 순간 해 보게 된다.

<물의 연인들>을 비롯하여 내가 읽었던 그녀의 책 3권으로 작가의 색깔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시인이 쓴 소설이기에 시처럼 아름다운 글들이 톡톡 튀어나오기도 한다.

'역시, 시인은 이렇게 글을 쓰는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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