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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는 거시기다 - 카피, 시, 혹은 아이디어를 위한 메타포 50
윤제림 지음 / 난다 / 2012년 11월
평점 :
오래 전에 '줄줄이 사탕'이 있었다. 그 CM 송은 지금도 기억한다.
'아빠 오실 때 줄줄이, 엄마 오실 때 줄줄이, 우리집은 줄줄이 사탕'
간장으로는' '닭이 운다, 꼬끼오. 아침마다, 꼬끼오. 맛을 낼 땐 ○○간장, 꼭 낀다고 꼬끼오.'
그후에 기억나는 카피로는 '여자는 남자하기 나름이예요'. '순간의 선택이 십 년을 좌우한다' 등.
단 한 줄, 아니면 몇 줄, TV 광고를 15초 광고라고 하니 그 짧은 시간에 어떤 상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 카피라이터와 소비자의 동행은 결국 소비자와 광고주의 동행을 만듭니다. 한번 인정받은 동행의 자격은 쉽사리 깨지거나 버려지지 않지요. 좋은 기억을 함께 한 길동무는 평생의 반려가 됩니다. 어떤 상품이나 기업이 누군가의 인생에 으뜸가는 파트너가 되는 것보다 더 이상적인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 (p. 62)
그런 카피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게 담겨 있는 책이 <카피는 거시기다>이다.
책제목 참 거시기하다. 그런데, 이것은 저자가 카피, 시 혹은 아이디어를 위한 메타포 50개를 소개하는데, 그중의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카피는 ~~이다' 이것이 책 속 꼭지의 제목이고, 그것을 저자의 경험이나 생각들을 담아서 카피를 공부하는 사람들을 비롯하여 이런 메타포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이다.
그중의 몇 가지를 소개한다면,
'카피는 걸어다닌다, 카피는 구름 속의 부엌칼이다, 카피는 돌밭의 버팔로다, 카피는 놀라움의 기록이다,
카피는 러브레터다 , 카피는 장물臟物이다 , 카피는 거시기다, 카피는 물음표 너머에 있다 ,카피는 발에서도 나온다 ,카피는 오해를 푸는 일이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바로 카피를 말해주는 것들.


이 책의 저자인 '윤준호'는 그동안 광고회사를 두루 다니면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그리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학교수이기도 하다. 그 이전에 '윤제림'이란 이름으로 시를 쓰는 시인이기도 하다.
30 년간의 카피라이터의 생활 속에서 건져낸 이야기들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광고에 대한 이해와 카피, 아이디어에 대한 생각, 카피의 착상이나 표현방법' 등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흔히, 우리는 카피라고 하면 광고문안이나 광고를 구성하는 일체의 문안만을 생각하게 되는데,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 좀 더 폭넓은 시각을 가지도록 해준다.
인간이 의사소통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든 방법과 도구를 두루 활용하는 것을 카피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유능한 카피라이터는 상품들에 숨겨져 있는 것을 찾아내야 하고, 그 속에서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비밀의 문장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일례로 폭스바겐의 이미지를 딱정벌레에 비유하였을 때에 회사 관계자나, 이 차를 소유한 사람들은 불쾌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폭스바겐에서는 과감하게 이 표현을 수용하였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처럼 광고의 게임은 소비자의 예상을 보기 좋게 벗어나는 극적 반전인 것이다.

카피에 대한 50개의 메타포 중에 '카피는 거시기다'을 생각해 보자, '거시기'는 대명사도 될 수 있고, 명사도 될 수 있고, 동사, 부사, 형용사도 될 수 있는 괴상한 말이다.
모든 언어를 대변하는 말이다. 말하는 사람이 '거시기'라고 말하면, 듣는 사람은 '거시기'가 무엇을 말하는 것임을 알 수 있는 '종합 대행'의 말인 것이다.
그러니, 카피는 거시기다.
이 책 속에는 그동안 저자가 쓴 카피 문구가 많이 등장한다. 그중에 정찬주의 <암자로 가는 길>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 책의 광고 헤드라인이 " 9시 뉴스가 없는 곳으로 가고 싶다"라고 한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금방 그 의미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작은 암자를 돌아다니면서 쓴 시인의 감성 에세이집이니.
카피란 이처럼 진술하고 설명하는 것이 아닌 요약, 함축, 상징, 비유, 암시라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카피라이터는 활을 쏘는 사람인 동시에 과녁인 소비자를 끌어 당기기 위해 쏜살같이 달려가는 화살이기도 해야 하는 것이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게을리하고 있다. 예전처럼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것도 아니고, 이메일보다도 더 편리한 카톡이나 문자로 소통하고 있으니.
그렇다면, 누군가에게 날리는 한 줄의 문장을 카피처럼 날려보면 어떨까?
분명, 그 글을 받는 사람은 한 줄의 문장에 매료되어서 당신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