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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 - 안도현 아포리즘
안도현 지음 / 도어즈 / 2012년 11월
평점 :
동화 <연어>,< 연어 이야기>를 통해서 시인 안도현의 글을 읽을 수 있었다.
" 이 한 장의 풍경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오 년 전에 연약한 어린 연어의 몸으로 상류에서 폭포로 뛰어 내렸다. 이 한 장의 풍경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바다라는 커다란 세상 속으로 거침없이 헤엄쳐갔다.
(..) 이 한 장의 풍경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죽음을 무릎쓰고 초록강을 찾아 돌아왔다. 바로 이 한장의 풍경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수많은 죽음을 뛰어넘었고, 이제 그들 스스로 거룩한 죽음의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 (안도현의 <연어> p.130)
눈맑은 연어와 은빛 연어의 아름다운 사랑, 그러나 슬픈 사랑인 <연어/ 안도현 ㅣ 문학동네 ㅣ 1996>
이 책은 1996년에 출간한 이후로 100 쇄를 기록하였다.
연어의 먼 여행은 거칠고 험하지만, 무수한 벽에 부딪히면서도 연어들은 그들의 자유를 찾아서 바다로 간다.
그리고 연어는 모천회귀의 본능을 가지고 있기에 알을 낳기 위해서 자신의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 오는 것이다. 그곳에서 알을 낳고 보호하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은 후에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시인은 연어가 다시 바다에서 초록강으로 돌아 올 수 있는 것은 연어와 알로 연결된 끈이라는 설정, 아니 그것은 설정이 아닌 진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연어들은 앞으로도 계속 초록강을 떠나고, 거친 바다로 향하고, 벽을 뛰어 넘어 사랑의 바다로 스며들고, 또다시 초록강으로 거슬러 올라올 것이다.
영영 끝나지 않는 이야기처럼~~
<연어>와 <연어 이야기/ 안도현 ㅣ 문학동네 ㅣ 2010>를 읽으면서 큰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내가 기억하는 시인의 글이다.
이번에 출간된 안도현의 <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는 시인이 30 여년간 문학활동을 하면서 펴낸 동화, 산문집 등에서 빛나는 문장, 간직하고 싶은 문장을 골라서 엮은 책이다.
그러니까 어디선가 한 번쯤은 읽었을지도 모를 그런 글들만을 모은 것이다.
'안도현 아포리즘'이라고 책 표지에 쓰여 있는 '아프로즘'이란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 즉, 금언, 격언, 경구, 잠언을 일컫는 말이다.
얼마 전에 읽은 '공지영'의 <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 공지영 ㅣ 폴라북스 ㅣ 2012>가 '공지영 앤솔로지'로 그녀의 25년 문학 인생에서 썼던 책들에서 기억하고 싶은 글, 간직하고 싶은 글 365을 뽑아 낸 글이었는데, 같은 의미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독자 입장에서는 좀 더 새로운 작가의 글을 원하지만, 작가들은 이렇게 자신의 글들중에 일부를 한 권의 책으로 모아 놓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작가들이 새로운 창작 활동을 등한시하고 사회참여 운동만을 하다가 자신의 책 여기 저기에서 뽑은 글들로 한 권의 책을 만들어 낸 것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출판사에서 먼저 이런 책을 내 보자는 권유를 했을 것이고, 거기에 자신의 문학 인생 몇 년을 끄집어 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역시 독자가 보는 이런 책들에 대한 편견아닌 편견일 것이다.
시인 안도현의 글이 서정적이고 감성적이라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인데, 그의 이런 글들의 바탕에는 사물을 보는 여유있는 시각이 아닐까 한다.
들섶에 핀 들꽃들 마다 이름이 있음을 느끼고 그 이름을 불러 주려는 마음, <연어>를 쓸 때는 연어의 생태를 알기 위해서 대형 수족관을 집에 만들어서 관찰하는 마음들에서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단 두가지라고 한다. 이 세상을 지긋지긋한 곳이라고 여기거나, 이 세상을 그래도 살 만한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 이 둘 중에 어떤 방법을 택하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일생은 좌우된다. " (p. 35)
" 강물은 쉬지 않고 흐른다. 흐름을 멈춘 강이란 이 세상에 없다. 속이 깊은 강일수록 흐름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 (p. 153)

" 비 오는 날의 낙숫물 소리를 대수롭게 여겨서는 안 된다.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는 절대로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 사람은 언제 낙숫물 소리처럼 아무리 사소한 것도 속이지 않게 될까. " (p. 175)

책의 내용 중에 '어머니와 아내의 차이'라는 주제로 1~12까지 실려 있는데, 너무도 공감이 가는 차이이다. 읽으면서 빙그레 웃음을 지을 수 있는 그런 내용이지만, 그 속에는 뼈있는 말이 숨겨 있기도 하다.
시인의 30 년 문학인생을 이 한 권의 책으로 그 일부나마 느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