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역사를 알아야 할 시간 - 그들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백승종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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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있어서 '서른', '마흔' 은 고비라는 생각이 든다. '스물'에서 '서른'으로 넘어갈 때, 그리고 '서른'에서 '마흔'으로 넘어갈 때는 그야말로 많은 생각들이 교차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여행을 떠나고, 누군가는 자기 계발서를 열심히 읽고....

그런 과정을 통해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 보고, 다가올 날들에 대한 새로운 설계를 세우게 되는 것이다.

이 책도 역시 '마흔'의 고비에서 할 수 있는 것으로 역사를 알기를 권하고 있다.

역사 속의 인물을 통하여 나를 알고, 인생의 비전을 세우라는 의미로 받아 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서 열 다섯 명의 인물을 간추려서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서 한국 역사의 큰 줄기를 읽어 낸다.

우리의 역사 속에서 나라마다, 시대마다, 특별한 캐릭터를 가진 열 다섯 명. 그들의 공통점은 소통과 능력, 융화의 능력이 남달랐던 사람들이다.

광개토대왕, 연개소문, 김춘추, 견훤, 왕건, 정도전, 세종대왕, 조광조, 이율곡, 이순신, 광해군, 정조, 흥선 대원군, 박정희, 노무현.

일반적인 평가로 보았을 때에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는 인물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인물들도 있다. 또한, 역사가들의 평가도 극과 극을 달리는 인물도 있고, 그가 살았던 시대에는 비판적 관점으로 평가되었으나, 이제는 새롭게 조명해 보아야 한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도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은 통설을 존중하지만, 그 보다는 이 책의 저자인 '백승종'의 해석에 더 큰 비중을 두었다.

그렇기에 '왜 저 인물이 열다섯 인물에 들어가느냐?' 고 물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저자는 섬세한 통찰을 위해서 역사를 미시적 관점으로 본다. 그래서 이 책 속의 인물을 크게는3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첫째는 역사의 거칠고 험한 파도에 굴하지 않은 용기와 신념의 인물들.

둘째는 출발당시의 조건은 매우 열악했으나 마침내 누구도 기대하기 어려운 귀한 성과를 얻은 인물들.

세째는 될성부른 떡잎이었지만 결국 사소한 실수와 불성실 등으로 대사를 그치고 만 인물들.

이런 분류를 가지고 열다섯 명의 인물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좀 쉬워질 것이다.

광개토대왕, 연개소문, 왕건, 김춘추, 이순신, 광해군, 정조, 흥선대원군, 박정희는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서 익히 잘 알고 있는 인물들이다.

그것이 책이었든, 드라마였든, 영화였든지 상관없이 많이 알고 있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 등으로 접했던 인물들은 그 인물의 진짜 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

간혹,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런 매체를 통해서 알고 있는 이야기가 그들의 실제 이야기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허구가 가미된 재미를 주기 위한 가상의 이야기를 알고 있을 수도 있으니, 여기에서 역사 속 인물들에 대한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 책은 역사책에서 읽을 수 있었던 사실, 그리고 역사책에서도 읽을 수 없었던 역사적 자료를 근거로 한 저자의 추론도 담겨 있다.

광개토대왕의 유연하고 균형 잡힌 지도력, 섬세하면서도 과감한 성격.

김춘추가 삼국 통일의 기반을 다지게 된 바탕에 깔린 화합과 소통을 중시한 정책.

왕건의 포용과 개방성.

세종대왕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소통정치, 사랑과 정의의 통치 철학.

성리학의 구현을 위해 죽기를 각오하고 이상정치를 실천하기 위해 전력투구했던 조광조.

현실주의자이기는 했지만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포부와 능력을 갖추지 못했던 정조.

많은 업적을 쌓았고 실리외교정책의 귀재이며 백성의 편에선 왕다운 왕이었지 실패한 왕으로 전락하게 되는 광해군.

연개소문이나 김춘추, 광해군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엇갈리기는 하지만, 분명 그들에게도 우리는 본 받아야 할 점들이 많이 있는 것이다.

역사를 평가할 때에 이분법적 판단은 지양해야 할 것이기에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도 역사의 방향과 의미를 파악하면서 열다섯 명의 인물을 재조명해야 하고, 그들에게서 삶의 교훈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특히, 7장- " 마흔, 빛나는 미래를 꿈꾸다" 에서는 박정희와 노무현의 이야기가 나온다.

현대사에서 두 인물을 고른다면, 여러분들은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나'라면 박정희와 노무현을 이야기하지 않았을 것같은데...

흥미롭게도 이번 제18대 대통령 선거의 후보들 중에 '박근혜'와 '문재인'을 떠올리면서 이 부분을 읽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박정희는 변신의 귀재, 권력을 향한 질주라고 표현하면서 그의 행보를 낱낱이 파헤친다.

노무현도 탈권위주의의 상징, 반대파들에게는 조소의 대상, "권위주의의 종말과 민주시민 사회이 개화를 알리는 전령사 " (p. 259)로 표현한다.

이 두 인물은 내가 살아온 날들에 함께 갔던 우리의 지도자이기에 그들의 장, 단점, 그들의 정책, 그들의 최후의 순간까지를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박정희도 신념의 인간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박정희는 바람이 불어 오기 전에 바람의 움직임을 예견하고 미리 나아가 기다리는, 기회주의적 인간이었다. 노무현은 아니다 싶으면 역풍도 무릅쓰고 나아갈 의지의 인간이었다. 낭떠러지도 피하지 않는 불굴의 인간이었기에, 그는 번번히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 (p.p. 261~262)

나이가 마흔 쯤 되었다면, 이제 우리의 역사를 올바르게 알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할 때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역사 속에서 어떤 흐름을 읽을 수도 있고, 그 속에서 우리의 위대한 인물들을 만날 수 있고, 그들을 통해 인생을 반추해 볼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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