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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외전 - 이외수의 사랑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2년 10월
평점 :
이외수의 소설을 읽던 시절에는 이 책에서도 그런 내용이 얼핏 비치기는 하지만 이외수의 기이한 행동들에 대한 이야기가 회자되곤 했다.
그런 이야기들과 함께 읽은 <들개>,<황금비늘>, < 괴물>, <장외인간>등은 작품마다 기이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독특한 이야기들이었다.
그런데, 작가는 2007년 소통법 <여자는 여자를 모른다>를 시작으로 간결하면서도 깔끔한 글이지만 그 속에는 긴 문장의 글들보다도 더 깊고 오묘한 삶의 지혜가 담긴 에세이들을 출간하기 시작하였다. 2008년 생존법 <하악하악> 그리고 2009년 소생법 <청춘불패> 2010년에는 비상법 <아불류 시불류>, 그외에도 <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등 지금까지 7권에 이르는 '영혼에 찬란한 울림을 던지는 이외수의 시와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그런데, 그 책들 중에는 이외수가 글을 쓰고, 정태련이 그림을 그린 책들도 있다.
정태련 화백은 생태관련 세밀화를 주로 그리는데, 책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세밀화는 이외수의 간결한 글과 여백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꽃그림이 내 마음을 끌기도 했다.
이렇게 이외수의 글은 이전의 사회를 향하여 던지던 소설에서 그 맥락은 같으나 짧은 몇 문장의 글들로 압축되어지고 있다.
어쩌면 그 짧은 글들이 더 깊고 날카롭게 독자들의 마음에 꽂히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우문현답'이 아닌 '우문우답'을 기대하는 것 같은 작가의 질문들.
"만약에~~~" 이렇게 시작하기도 하는 질문들.
꼭 대답을 기대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으나, 그 질문들은 피식 웃음을 자아내게 하다가도, 왜 그런지 가슴에 비수처럼 꽂히는 마력이 있기도 하다.

'웃자고 한 이야기겠지' 하다가도 그것이 아닌 우리사회의 문제이고, 우리 인간들의 모습을 꼬집어 내는 것임을 알곤 작가의 예리한 비판적인 글들에 멈칫해지는 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사회문제, 종교문제, 교육문제, 정치 문제....
책 속엔 이런 글들이 담겨 있다. 그러나, 그 이야기들에는 해학과 풍자가 담겨 있기에 가벼운 듯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인 것이다.
읽기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지만, 읽은 후에는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이외수의 사랑법이다.
" 그대가 걷는 인생길은, 때로 꽃잎에 덮여 있기도 하고, 때로 빗물에 젖어 있기도 하고, 때로 낙엽에 덮여 있기도 하고, 때로 눈에 덮여 있기도 합니다. 유심히 보면 같은 길은 없지요. 다만 그대의 시선만 새롭지 않을 뿐, 길은 언제나 새롭습니다. " (p. 25)
" 때로 어떤 부모들은 자녀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는 명분으로 자녀의 인생을 자기 인생의 부품으로 예속시켜 버린다. 그리하여 자녀의 인생 자체를 아예 말살시켜 버린다. 그게 무슨 놈의 행복이란 말인가 " (p. 104)

" 정치적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마음을 비우겠다고 말씀하시는 고위층들이 계시지요. 물론 그때마다 믿어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금고를 못 비우시는 분들은 마음도 못 비우신다는 사실을 부디 명심하시길. " (p. 146)

" 대통령이 어느 정신병원을 방문했다. 모든 환자들이 열광적으로 대통령을 연호했다. 그런데, 한 환자만 딴전을 피우고 있었다. 대통령이 의사에게 말했다. 저 환자는 중증 같은데. 병원장이 대답했다. 오늘 아침 제정신으로 돌아온 환자입니다. " (p. 213)

"겨울 한철 살을 에는 추위가 봄에 피어날 꽃의 빛깔을 아름답게 만들고, 여름 한 철 찌는 듯한 더위가 가을에 익어갈 열매의 속살을 향기롭게 만듭니다. 하지만 아픔도 한 철이요 눈물도 한 철이지요. " (p. 231)

" 나무는 자기 잎을 버리는 아픔으로 자기 사는 땅을 기름지게 만듭니다. 우리는 무엇을 버리는 아픔으로 우리 사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까요" (p. 2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