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PD의 미식기행, 목포 - 역사와 추억이 깃든 우리 맛 체험기
손현철.홍경수.서용하 지음 / 부키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배고팠던 시절에는 한 끼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을지 모르겠으나, 이제 음식은 한 끼를 얼마나 맛있게 먹느냐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잡지책이나 신문 등에는 맛집에 대한 정보가 많이 실리고, TV프로그램에서도 맛있는 음식에 대한 정보들을 많이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찾아가게 되는 맛집들은 방송에 나온 후에 얼마간은 발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붐빈다. 기다란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렸다가 많은 사람들로 붐비기에 먹는 둥, 마는 둥하고 돌아 온 기억도 있으니, 이렇게 추천되는 맛집들은 되도록 가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TV 프로그램에서 맛집을 소개하는 경우에도, 리포터들은 자신들의 감정에 격양되어서 듣기도 거부할 정도의 큰 소리로 감탄사만을 연발하기도 하고, 갓 잡아 올린 펄떡 펄떡 날뛰는 생선들을 카메라에 비치면서 떠들어 대기도 한다.

맛집 관련 프로그램들은 너무도 많이 방영되고, 프로그램의 성격은 대체적으로 어수선하다.

그렇다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맛집에 관련된 책들은 어떨까?

대동소이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지역을 중심으로 해서 다양한 맛집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세 PD의 미식기행, 목포>을 읽으려고 했을 때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만약에 목포에 가게 된다면 맛있는 음식은 어떤 것이 있을까? 어디에 가면 맛있는 음식점을 만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으로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은 기대이상으로 좋은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다.

세 PD (손현철, 홍경수, 서용하)가 각각 제작한 주요 프로그램을 보면 <KBS스페셜>, <역사 스페셜>, <환경 스페셜>, < 열린 음악회>, <TV 책을 말하다>, <다큐멘터리 3일>, <낭독의 발견>, <차마고도 > 등이다.

TV를 잘 보지 않는 나도 이런 프로그램들은 여러 번 보았기에 프로그램의 성격을 익히 알고 있기에 세 PD들이 어떤 성향의 사람들인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차마고도>는 상당히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해 왔었다.

이렇게 세 PD는 한국의 맛 문화권의 제 1번지라고 할 수 있는 목포플 첫 미행지(味行地)로 삼았다.

" 여행지에서의 맛 체험은 그 땅과 바다, 숲에서 나온 식재료를, 우리 몸이 물리적 거리를 없애고 접촉해서 받아들이는 가장 중요한 단계다. " (p. 7)

그렇기에 이 책 속에 담긴 맛기행은 맛집을 선전하기 위해서 과장된 내용을 싣고 있거나, '맛있다'고 감탄사를 연발하지도 않는다.

차분하게 그 음식을 만들어 낸 목포의 자연과 문화를 맛 볼 수(?) 있도록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먼저 목포에 대한 소개로 부터 시작하기에 그 음식이 그 지방에서 발달하게 된 역사적 고찰이나 지역 설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목포란 고장의 역사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먼저 들여다 보아야 맛에 관한 이야기도 할 수 있음을 일깨워주는 듯하다.

목포, 그 지방에 음식에 대한 옛기록이나 자료들을 문헌에서 찾아서 알려주는 것이 향토 음식을 이해할 수 있는 원천이 됨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세 PD가 제작했던 프로그램들도 그렇지 않았던가 !

목포를 대표하는 음식으로는 민어, 홍어, 낙지를 들 수 있다.

★ 목포의 얼굴이자 귀족 물고기인 민어~~

'봄 도다리, 여름 민어, 가을 전어, 겨울 광어'

' 복달임에 민어탕은 일품, 도미찜은 이품, 보신탕은 삼품'이란 말이 있단다.

복달임이란 한여름 복날 먹는 음식을 말하는데, 민어탕이 일품이라는 이야기이다.

♥ 전라도의 잔치에는 홍어가 빠지면 안된다고 한다. 홍어라면 삼합을 떠올리게 된다.

" 홍어의 삼합은 발효의 총체가 아닐 수 없다. 발효된 홍어와 김치 그리고 삶아 기름을 뺀 돼지고기를 발효된 막걸리와 함께하면, 발효의 오케스트라가 입안에서 펼쳐진다. " (p. 69)

♣ 낙지: 목포는 낙지요리의 천국이라고 한다. 연포탕도 일품이지만, 세발낙지, 밀국낙지, 기절낙지....

밀국낙지란 태안 사람들이 세발 낙지를 부르는 말로 수제비국에 넣어 먹는 낙지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기절낙지는 무엇을 일컫는 말일까?

기절낙지는 탕탕낙지라고도 하는데, 산 난지를 회로 먹기 위해서 칼로 탕탕 친 낙지 위에 달걀 노른자와 참기름을 뿌린 것을 말한다.

목포에서는 아니지만, 탕탕낙지를 먹을 때에 낙지는 분명 칼로 자라졌음에도 슬슬 죽어 있어야 하는 낙지가 슬슬 움직일때의 그 느낌...

인간의 잔인함을 생각하면서도 꼬들꼬들한 낙지맛에 맛있게 먹었던 기억들이 되살아 난다.

낙지호롱이라고 나무 젓가락에 돌돌 말아서 구워낸 것도 맛이 기가 막히다.

목포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음식으로도 콩물, 조기, 팥죽 3가지를 꼽는다.

♡ 콩물 - 이것은 두유라고 할 수 있는데, 메주를 만드는 흰콩을 갈아서 그 물을 병에 담아 놓고 먹는데, 목포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슬픈 사연이 있으니...

목포는 호남의 곡창지대로 쌀 생산량이 많은 곳이지만, 그 어떤 지역보다 배가 고픈 곳이기도 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쌀을 수탈해감에 따라 쌀이 없으니, 대체작물로, 콩과 팥을 먹었던 것이다.

그래서 콩물은 목포의 눈물과 마찬가지인 것이ㅏ.

♧ 팥죽 : 팥죽하니까 엄마가 동지날 가마솥에 끓여 주셨던 팥죽이 생각난다. 가득 끓여서는 동지날 먹고, 남으면 차게 두었다가 먹어도 맛있었던 동지 팥죽.

그런데, 목포에서는 동지날이 아니어도, 분식집이나 시장주변의 식당 등에서 팥죽을 어렵지 않게 아무날이나 먹을 수 있다고 한다.

♣ 조기라고 하면 어릴적의 기억이 난다. 어머니는 봄이면 조기를 한가득 사셨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사월 초파일 무렵이 아니었는가 싶다. 우리집에는 계절마다 생선 등을 가져다 주는 장사가 있었는데, 조기철이면 조기를 가지고 왔다. 100 마리 정도는 되었을 것 같은데, 그 많은 조기를 장독에 차곡차곡 넣으시고는 켜켜이 소금을 왕창 뿌려 두셨다. 그리고는 장마철이면 독에서 조기를 꺼내서 쪄서 주시곤 했다. 간장게장도 역시 게가 많이 나는 철에는 팔팔한 게를 수십 마리를 사셨는데, 그 게들을 함지박같은 곳에 넣으면 옆걸음을 쳐서 슬슬 빠져 나오곤 했다.

우리 자매들은 그 모습이 너무 무서워서 도망다니기도 했는데, 어머니는 그 게를 잡아서 깨끗이 씻어서 독에 넣곤 하셨다. 게를 씻는 과정에서 게의 다리에 물리기도 하셨는데, 그렇게 해서 담군 간장게장은 맛이 들면 밥상 위에 올라왔다.

노랗게 알이 보이는 게딱지는 뜨거운 밥을 비벼서 맛있게 먹곤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울 엄마는 정말 살림꾼이셨던 것같다. 손맛 역시 좋으셔서 김장김치는 이 사람, 저 사람이 얻어가서 먹고는 '맛있다'고 칭찬이 자자하셨으니....

이 책 속에서는 조기매운탕 이야기가 맛깔스럽게 담겨 있다.

이외에도 목포의 간식으로는 크롬빵, 무화과, 쑥꿀레 등이 소개된다.

목포 음식은 개성이 뚜렷하고 강하기에 같은 전라도 음식인 전주 음식과는 또다른 맛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소개하는 책. 그러나 그 맛있는 음식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목포의 역사가 그 음식들을 만들어 주기고 했도,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자취가 그 음식을 만들어 주기도 한 것이다.

구태여 목포에 가면 이 집에 꼭 들려 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보다는 목포에서 먹어 보아야 할 음식 이야기에 곁들여서 이 음식은 이 집에서 맛보면 좋을 것같다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게만 해준다.

그래서 음식점에 대한 정보는 각 내용이 끝나는 마지막 부분에 음식점 이름, 주소, 전화번호 만을 기록하고 있다.

허영만의 만화 <식객>이 전국을 발로 뛰면서 음식 이야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소개했듯이,

< 세 PD의 미식기행, 목포>는 세 PD의 세심한 취재와 옛기록이나 자료 조사 등을 바탕으로 목포의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