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날은 없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1
이옥수 지음 / 비룡소 / 201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 같은 날~'

제목부터 기분이 별로 안 좋다. 개를 비하하는 그런 문구가 마음에 안 든다.

'개 같은'이란 수식어는 '인간보다 못하다' 는 그런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만, 사실은 개처럼 충직하고 사랑스러운 동물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나 일반적으로 좋지 않은 의미로 쓰이니 '기분이 엉망인 날'이란 의미로 받아 들이며 소설 속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어찌 이런 일이?

첫 장면부터 중학교 3학년생인 강민이는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 찡코를 발로 차고, 때리고, 들어서 바닥에 내팽겨 치면서 '죽여 버리겠다' 고 난리를 피운다.

찡코는 유기견이었다. 동네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찡코를 강민이는 4년전에 집으로 데려와서 아버지의 허락을 겨우 받아서 키우고 있는 사랑스런 강아지다.

찡코는 강민이를 따르고, 강민이는 찡코를 보살펴 주면서...

그런데, 그 날도 집 밖에서는 아버지와 형이 싸우고 있었다. 아버지는 험한 말을 하면서 형을 때리고 있었다. 이런 일상이 싫었던 강민이는 아버지와 형을 죽이고 싶었다. 맨날 싸움과 폭력이 난무하는 집.

그 집에서 일어나는 그런 광경이 너무도 싫었다. (싫어도 너무 싫어~~)

그래서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찡코는 강민이에게 달려 들어 핥키는 것이다. 강민이는 그 순간 자신이

죽이고 싶었던 대상이 찡코로 변하게 되면서 잔인하게 강아지를 죽여 버린 것이다.

하얀 털에 갈색 점이 있는 코가 유난히도 찌그러져 못 생긴 찡코는 그렇게 갔다.

첫 장면부터 청소년의 잔인한 행동은 읽는 마음을 언잖게 만든다.

그러나, 이 소설 속에는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던 강민이의 상처투성이 마음이 담겨 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옆집 누나 미나의 상처 받은 마음도 함께 담겨 있다.

강민과 미나는 비슷한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거울처럼 닮은 상대방의 모습을 통해서 투시해 볼 수 있는 것이다.

폭력은 뒷골목에만 있는 것일까? 아니면 학교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가정에서 부모가 자식에게 가하는 폭력만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 많은 청소년 소설들은 사회 폭력이나 학교 폭력, 가정 폭력만을 다루어 왔다.

그런데, 그외에도 가정에서 형제간에 가해지는 폭력도 존재하는 것이다.

'형제는 싸우면서 자라는 것이지' 하는 생각에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형제간의 폭력, 그래서 거기에는 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강민이의 엄마는 강민이가 초등학교 입학 즈음에 교통사고를 당하여 식물인간으로 있다가 이듬해 죽게 된다. 어린 강민이는 식물인간의 의미도 몰랐다. 아마도 엄마가 식물처럼 파란 잎이 돋아날까, 나뭇 가지가 생기나 할 정도로.

엄마가 죽은 후에, "집안은 폭력의 현장이 되어서 패고 맞고, 소리치고, 부수는, 개 같은 날들이 이어졌다. " (p. 75)

그런 가정 폭력은 아버지와 형사이에 일어났지만, 아버지가 없을 때에는 형이 동생에게 폭력을 가하게 된다. 처음엔 단순한 심부름처럼 시키던 일들이 차츰 거센 폭력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미나 역시 오빠의 폭력 속에서 성장기를 보낸다. "

" 그러다가 집에 오면 이유도 없이 나를 때렷어요. 재미 삼아, 장난 삼아, 쳐다보면 재수 없게 왜 쳐다보냐고 때렸고, 가만히 있으면 멍청하다고, 무슨 말을 하면 오빠한테 개기냐고 때렸어요. 글쎄, 나보다 두 살이나 더 먹은 게 어린 동생을 그렇게 쥐 잡듯 해서는 안 되잖아요" (p167)

강민은 찡코를 잔인하게 죽인 후에, 난폭해지게 되고,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다.

미나도 살이 찐 하마같은 자신의 외모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다.

정신과 병원에서 미나는 찡코의 사진을 보게되고, 그 사진을 본 후에 사진 속의 강아지가 자신에게 보내는 신호를 듣게 되고, 그것은 처음에는 찡코가 강민에게 보내는 신호인 줄 알지만, 사실은 미니가 기억하기 싫어서 잊어 버린 머루가 보내는 신호임을 알게 된다.

자신도 강민이 처럼 머루를 죽였던 그 아픈 기억이 되살아 나는 것이다. 그런데도 머루는 미나에게 '그앨 사랑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두 마리의 강아지, 찡코와 머루.

강아지들은 강민과 미나를 마음의 상처로부터 치유할 수 있게 도와주는 매개체인 것이다.

동생을 때리는 행동은 가정내에서 부모가 자신에게 가하는 폭력에서 배우게 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동생을 때리는 행동이 형의 권위를 내세우기 위한 것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있다. 처음에는 동생을 때리는 것이 장난처럼, 재미로 행해지다가 습관적으로 가해지는 폭력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폭력의 수위도 차츰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가정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부모가 자식을 때리니까. 형이 동생을 때리니까. 오빠가 동생을 때리니까.

이런 생각으로 정당화 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강민과 미나가 살아온 기억들은 온통 상처 투성이이다. 폭력보다 더 무서운 기억인 것이다. 그래서 그 기억중의 일부는 하얗게 잊혀지기도 한 것이다. 기억하고 싶지 않았기에.

"언제까지 그렇게 아픈 상처를 가지고 살래?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

바로 그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다.

부모는 자식에게, 자식은 부모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

서로의 소통이 단절된 상황에서 가정 폭력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강민과 미나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은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되면서 가능해지고, 그 과정에서 가족간의 대화가 이루어지고, 그 대화는 가정 폭력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단서가 되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잠깐 떠오른 기억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어느 집에 엄마와 아들이 살고 있었다.

어느날 그 집에 할머니가 와서 살게 되었는데, 할머니가 심심할 것 같으니, 엄마는 작은 강아지를 누군가에게 얻어와서 기르게 되었다. 할머니는 하루에도 몇 번씩 강아지를 데리고 나와서 돌아다녔는데, 할머니의 손에는 긴 회초리가 들려 있었다. 그 작은 강아지가 할머니의 말을 잘 알아 듣지 못하면 회초리로 때리면서 돌아 다녔다.

그 모습을 보는 마음이 참 안 좋았지만, 그래도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강아지는 하루가 다르게 커 갔는데, 아파트에서는 키우기 곤란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리고 할머니는 다시 자신의 집으로 내려 갔는데...

어느날 1층인 그 집에서 개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나갔다 돌아오던 중이어서 베란다 틈사이로 그 집의 광경이 보였다. 대학생 정도 나이의 아들이 혁대를 가지고 그 개를 때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너무도 가슴이 아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데 순간 아들과 내 눈이 마주치면서 그 아들은 개를 때리는 행동을 멈추었다.

그후에 그 개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엄마는 사회적 위치가 아들을 잘 키워야할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직장 생활로 인하여 제대로 된 가정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할머니가 강아지를 대하던 그 모습은 고스란히 지성과 이성을 갖추어야 할 나이의 손자에게 각인 된 것이라고 본다.

강아지가 잔인하게 죽는 장면으로 소설이 시작되었기에 그때의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청소년들을 위한 소설인 <개같은 날의 인생>은 청소년 뿐만 아니라, 부모 세대의 독자들에게도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 소설이다.

소설 속의 대사들이 리얼리티를 중시해서 비속어가 난무하는 것이 읽기에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것이 요즘 청소년들의 현주소이기도 하니, 이런 것들도 부모 세대들이 자녀들에게 올바른 가정교육과 언어 교육을 시켜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