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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면 꼭 가봐야 할 100곳 - 언젠가 한 번쯤 그곳으로
스테파니 엘리존도 그리스트 지음, 오세원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제법 묵직한 책이다. 이 한 권의 책으로 100 곳을 소개하자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펼쳤다.
세계적으로 가 볼만한 곳에 대한 책들은 아주 많이 나와 있다. 그 책들은 '일생에 꼭 한 번 가보아야 할 곳'이라든지, ' 꼭 가봐야 할 OO 곳' 이라든지, 이런 식의 제목으로 많은 독자들의 이목을 끈다.
그런데, '여자라면 꼭 가봐야 할 곳'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여자이기에' 가봐야 할 곳과 '남자이기에' 가 봐야 할 곳이 따로 있다는 것일까?
그렇다. 이 책은 같은 여행지라고 하더라도, '여자이기에 꼭 가봐야 할' 이유들이 있는 곳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99 곳의 가봐야 할 곳을 소개하지만, 한 주제에 2곳이상이 소개되기도 하기에 책 속에서 언급하는 곳은 100 곳이 훨씬 넘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가 소개하지 않은 1 곳이 추가되어서 100곳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라티나 메거즌> 등의 여행 칼럼니스르로 지난 10년 동안 20여 곳의 나라를 여행하였으며 ( 여행칼럼니스트치고는 많은 나라를 여행하지는 않은 듯하다.) 4개 주를 제외한 미국 전역여행, 그리고 일본 시코쿠 섬 88개 절 순례 등을 하였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곳들은 여자들과 관련을 지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곳들이다. 여성들이 역사의 주역이 되었던 곳들, 참정권과 투표권 그리고 자유로운 권리를 위해 노력을 하였던 장소들, 그리고 영감과 깨달음의 장소 들이다.
즉, 여자로서 당당하게 인정받고 존중받을 수 있는 곳. 여행이 끝난 후에 좀더 주체적이고 자신감있는 여성스러움을 보여줄 수 있는 곳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조금은 거창하고,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이 되는 곳들도 있기는 하지만, 이런 발상으로 여행을 떠나 보는 것도 어쩌면 의미있는 여행일 수도 있을 것이다.
처음에 소개되는 곳은 '세계인이 사랑한 예술의 도시, 피렌체'로 부터 시작된다.
" 몸의 모든 감각을 깨워 일으키는 예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것만 같은 호사스러운 쇼핑 그리고 길거리 어디에서나 당신에게 반해 휘파람을 불어대는 깊은 눈매의 남자들. (...) 이탈리아의 피렌체는 여성을 숭배하는 도시다. 이곳을 여행하려면 디자이너 브랜드의 오버 사이즈 선글라스를 집어 들고 실크 스카프라도 하나 둘러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p. 24)
밸리댄스하면 중동지역이 떠오르겠지만,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밸리댄스를 의미있는 모습으로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뉴욕은 중동계의 예술, 춤 동아리 활동이 활발한 곳으로 밸리댄스 공연, 세미나가 넘쳐난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의 팻찬스 밸리 댄스도 가 볼 만한 곳이다.
" 밸리댄스가 고대 아랍 부족들 사이에서 출산 중인 산모를 돕기 위해 산파들이 산모를 둘러 싸고 추던 춤에서 유래되었다. 배꼽춤은 동양권에서 남편이 일을 나간 후 집에 머물러야 했던 여인들을 위한 여흥의 역할도 했다. 격렬한 운동 효과 외에도 밸리댄스는 다른 여인들과 유대를 쌓거나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 (p. 40)
천사도 머물다갈 지상낙원이라는 탄자니아의 잔지바르의 옥빛 바닷물이 닿는 하얀 백사장에서는 건축, 음악, 음식 축제가 열리기도 하고, 스쿠버 교실, 캠핑, 수산물 꼬치를 비롯한 먹거리를 만날 수 있다.

일본의 대중목욕탕과 온천 체험, 그리고 또 다른 곳에서는 나체 해변, 란제리 쇼핑, 뷰티살롱을.



이 책에 소개되는 대한민국은 해녀들과 함께 하는 신비의 바다 속의 진주조개잡이이다.

공업용으로 생산하는 진주가 아닌 제주도 해녀들이 물질로 잡는 진주조개.
제주도 근처의 사라봉에서는 음력 2월 첫째 날, 칠머리 당굿이 열리고, 제주의 먹거리로 성게국, 전복죽, 옥돔구이가 여행자의 미각을 자극한다.

성모 마리아가 출현한 기적의 성지로 멕시코의 과달루퍼 성당, 포르투갈의 파티마 성당, 위성턴 D.C.의 성모 대성당.

여성작가를 만날 수 있는 곳, 그리고 여성 전용 서점도 이곳 저곳에 있다.
미국의 미니애 폴리스에는 아마존 북 스토어, 시카고에는 우먼 앤 칠드런 퍼스트, 맨해튼에는 블루스타킹, 텍사스에는 북우면, 캘리포니아에는 밀크앤 허니...
미국에만 175곳에 달하는 여성 서점이 있어서, 이곳에서는 임신, 직장에서의 성차별 등에 대한 토론의 장이 열린다고 하니, 우리나라에서는 아직은 이런 광경이 익숙하지는 않지만.
저자가 소개하는 '여자라면 꼭 가봐야 할 곳' 99곳과 마지막으로 자칭 자유 여행가 김지선이 소개하는 대한민국의 서울.

서울은 "나의 땅, 나의 하늘 그리고 나의 근원" 인 곳이다. 서울의 경복궁, 덕수궁, 운현궁을 비롯한 궁궐, 그리고 전통혼례, 인사동의 쌈지길.

이렇게 주제별로 100 곳의 '여자라면 꼭 가봐야 할 곳'이 책 속에 담겨져 있다.
많은 여행서적을 접해 보았고, 그 책들 속에서 많은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지만, 여성들이 역사의 주역으로, 여성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 아니면 여성들에게 의미있는 곳들을 '모아~ 모아~' 찾아 다닐 수 있다는 것은 또다른 아이템이기도 하다.
이 책은 여자로서 당당하게 인정받고 존중받을 수 있는 곳,
그곳에 가면 새로운 힘과 열정에 사로잡히게 되는 그런 장소들에 대한 기록인 것이다.
한 번쯤은 이런 주제로 모아 놓은 곳들을 찾아 본다면 또 다른 시각으로 그곳들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