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빵과 장미 ㅣ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13
캐서린 패터슨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평점 :
♥ Bread & Roses,Too ♥
처음엔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가슴이 시릴정도로 아파옴을 느꼈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을 읽으면서 소외되고 힘겨운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가슴 깊이 새길 수 있었으며 그것은 우리들에게 큰 희망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이 글의 처음부터 이런 느낌을 전하는 것은 그만큼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에 잠길 수 있었으며, 그 생각보다도 더 많은 느낌을 받았기때문이다.
미국 청소년 문학의 대표작가라고 할 수 있는 '캐서린 패터슨'은 자신이 살고 있는 버몬트주 배러의 사회주의자 노동회관에서 보게 된 한 장의 사진을 보고 그 사진의 이야기의 사연을 찾아서 3 년여의 조사를 하여 이 소설을 썼다고 하니, 그 사진의 배경이 된 '빵과 장미의 파업'이 소설의 모티브가 된 셈이다. 그러나,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서 로사와 그 엄마의 전설적 슬로건인 '우리는 빵을 원한다. 그리고 장미도 !'는 실증적 사실보다는 허구에 가까움을 말하기도 한다.
이 소설은 1912년 미국의 매사추세츠 로렌스의 방직공장들에서 일어났던 파업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이 곳의 거대 방직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거의 대부분이 유럽의 빈곤한 이민 노동자들이었으며, 그들은 최소 30여 개국에서 온 노동자들로 열약한 노동 조건에 낮은 임금으로 기업주들의 부만 늘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14세가 안 된 소년 소녀들까지도 나이를 속여가면서 노동 현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로사 엄마의 경우에는 일주일에 6달러 2센트의 임금을 받고 일을 하나, 집세로 나가는 돈이 6 달러였으니, 학생이어야 할 로사의 언니까지 공장 노동자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인 것이다.
이 소설은 첫 장면부터 강하게 집중할 수 있을 정도로 소년 소녀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의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노동, 파업, 이민... 그런 이야기들이 무게있게 다루어질 수 있는 이야기들이고, 그런 내용의 소설들의 특징이 칙칙하고 암울하고 때론 거친 말들이 서슴없이 난무하기도 하는데, 어린 소년 소녀의 눈을 통해서 바라보는 세상의 이야기는 가슴이 아프도록 마음에 작은 멍울이 되어서 박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파업을 바라보는 시각과 상황은 어쩌면 두 아이에게는 다른 색깔로 비쳐지는 것이다.
로사의 경우에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엄마가 집안의 경제력을 담당해야 하기에 언니인 애나까지 공장 노동자가 되어야 했고, 어린 동생 리치와 할머니까지. 경제적으로 통밀 한 조각도 먹기 힘든 버거운 살림살이다. 그러나, 로사는 그런 환경에서도 담임선생님에게 신뢰를 받을 정도로 총명하고 야심차고 마음이 따뜻한 소녀이다.
" 육 년가까이 학교에 다니면서 배운 한 가지는 교육이 공장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열쇠라는 사실이었다. " (p.37)
엄마와 언니가 노동자들의 파업에 적극 동참하게 되면서 그것을 말리는 입장에 서게 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담임 선생님이 말하는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서 갖게 되었던 행동이었고, 그런 과정에서 파업에 대한 생각에 혼돈스러움도 겪게 되지만 결국엔 파업을 저지하는 사람들의 폭력성과 거짓을 알게 되면서, 엄마와 언니의 행동에 동참을 하게 되고, 파업의 정당성을 알게 되는 것이다.
"로사, 알겠니? 저들은 주급에서 시간만큼 임금을 깎겠다는 거야. 그건 우리에게서 빵 다섯 덩어리가 사라진다는 소리야. 일을 해도 내 자식들이 배를 곯고, 파업을 해도 내 자식이 배를 곯지. 내가 뭘 하든, 우리는 굶주리는 거야. 일하고 굶느니 싸우고 굶는 게 낫지 않겠니.응?" (p.42)
로사와 주위의 수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행동이 사악한 짓이라고는. 말도 안된다. 엄마가 말했듯이, 일하면서 굶느니 싸우면서 굶는 게 나았다. (p.77)
또 다른 소년인 제이크, 이 소년의 이야기는 너무도 가슴이 아프다. 일찍 엄마는 죽고, 아버지는 술주정뱅이. 13 살 공장 노동자. 아버지의 술값으로 번 돈을 모두 빼앗기고, 쓰레기더미 속에서 잠을 자고, 성당의 헌금함의 돈을 훔치고, 곰팡이 슨 빵을 훔치는 가여운 소년. 제이크에게 아버지는 죽어 버렸으면 좋을 존재. 추운 겨울에 변변한 옷조차 없어서 추위에 떨고, 배고픔에 떨고, 온 몸에는 매맞은 자국이 있는 소년. 집에 가기 싫어서 시위에 참가하기도 하고....
'빵과 장미'. 이 두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로사의 엄마는 노동자 파업의 피켓에 쓸 문구를 생가하면서 말한다.
" 내 생각엔." 엄마가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우리가 원하는 건... 단지 우리의 배를 채워줄 빵만은 아닌 것 같아요.우리에게는 빵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죠. 우리는 우리의 가슴과 영혼을 위한 양식도 원해요. 우리가 원하는 건... 그걸 뭐라고 해야 하나. 우리가 원하는 건. 그 뭐냐... 푸치니의 음악과 같은거예요.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것들도 어느 정도 필요해요. 우리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위해서 말이죠."(...) "우리는 장미도 원해요..." (p.p. 114~115)
우리는 빵으 원한다. 그리고 장미도.(...) 그저 빵만 필요한 게 아니야. 물론 배가 고프지. 맞아. 하지만, 빵만으로 부족해. 장미도 필요한 거야." (p.319)
"우리는 빵을 원한다. 그리고 장미도!"
'빵'과 '장미' 그것이 은유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노동시위현장에서 우리는 빵만을 원하지 않는가? 그러나, 노동자들에게는 '빵' 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는 안락한 근로조건 못지 않은 인간이 누려야 하는 행복이 필요한 것이다. 그들에게 '장미'는 나름대로 각자가 원하는 것이 다를 것이다. 노동자들도 그들의 '장미'를 원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로렌스의 파업을 돕기 위한 손길들은 이곳 저곳에서 오고, 그중에서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파업 노동자의 아이들을 돌보아 줄 사랑의 마음들.
아이들의 미국 각지의 가정으로 잠시나마 보내지게 되고, 제이크와 로사는 우여곡절끝에 버몬트의 사랑많은 제로바티 씨 부부의 가정에 머물게 되는데....
로렌스를 그리워하는 로사와 이곳은 임시 거처일뿐 뉴욕으로 탈출하려는 제이크.
묵묵히 자신의 아들을 잃은 슬픔에 잠겨 있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자신의 아픔보다 더 큰 가슴에 큰 상처를 안고 있는 제이크를 보듬어 주는 제로바티 부부.
제로바티 씨의 마음을 알고 눈물을 흘리는 13살 제이크의 눈물에 마음이 무너지는 느낌이 든다. 제이크에게 그 무슨 잘못을 말하라고 할 수 있을까?
'차가운 회색 화강암에서 피어난 꽃들'이 보여준 작고 엄한 제로바티 노인의 다정함. 죽은 아들을 향한 그 마음이 다시 피어난 꽃들이 되었듯이, 제이크에게로 향한 그 따뜻한 마음....
그 마음은 아무도 이해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 절절한 마음은 마음의 상처를 가진 사람만이 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소설을 통해서 약 100 년전의 노동현장의 모습과 비참한 노동자들의 현실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것도 가장 순수해야 할 소년소녀들의 눈을 통해서.....
로사는 총명한 소녀이면서 맑고 밝은 마음을 가지고 따뜻하게 가족들을 생각하는 그 마음씨가 아름답게 느껴졌으며, 제이크는 어린 나이에 힘겹게 살아가는 그 모습이 너무도 안스러웠지만, 세상은 그리 어둡지만 않다는 것을 제로바티 씨 부부를 통해서 일깨워 주었다.
이 이야기는 100 여년 전의 미국의 이야기이지만, 이 이야기는 이미 끝나 버린 이야기는 아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이와 유사한 이야기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의 강도는 조금씩 차이가 나겠지만.....
나는 '빵과 장미'가 그런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소설이 되었으면 한다.그리고, 우리들의 작은 힘이나마 그런 사람들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면 아낌없이 제로바티 부부가 되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싶다. 제로바티 부부처럼 큰 힘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아주 작은 맘을 나눌 수 있는~~~
차가운 회색 화강암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장미가 되었으면 한다.
" 빵이 넘치고 돌에서 장미가 자라는 새로운 삶. 그것을 향해 달리는 기분은 정말 야릇하고도 황홀했다." (p.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