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로 그의 이름을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을 해 보면 많은 책들이 출간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많은 추리소설 독자들이 읽은 책으로는 <백야행1~3 / 히가시노 게이고 ㅣ 태동출판 ㅣ2000>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많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중에서 <탐정클럽>과 <교통경찰의 밤>만을 읽었다.

<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ㅣ 바움 ㅣ 2010>은 '교통경찰'을 소재로 한 6편의 연작소설인데, 교통사고 현장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을 처리하는 교통 경찰의 모습과 함께 사고 뒷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데 그 이야기들 속에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이 있다.

추리소설의 특징인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한 편, 한 편을 읽을 때마다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추리소설의 묘미인 독자들의 섣부른 결말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탐정클럽/ 히가시노 게이고 ㅣ 노블마인 ㅣ 2010>의 경우에는 VIP 고객들에 의해서 고용된 탐정들이 자신에게 맡겨진 사건을 조사하고 해결하는 이야기인데, 이 소설 역시 5권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아무리 완벽한 범행이라고 할지라도 반드시 헛점이 있기 마련이라는 것인데, 반전, 또 반전이 이 책을 읽는 재미일 것이다.

그러나, <탐정클럽>의 특색은 범인을 아는 상황에서 탐정들이 이 사건을 추적하여 사건의 결말을 전달하는 과정으로 끝맺음을 하기에 추리소설의 묘미인 독자들이 범인을 찾는 즐거움을 빼앗아 버린다.

이 두 권의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아가사 크리스티', '코난 도일, '존 그리샴', '가스통 루르'와 같은 서양의 추리소설과는 또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번에 읽게 된 <용의자 X의 헌신>은 그동안 쭉 읽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책인데, 한국영화로 만들어지게 되면서 관심이 가게 된 것이다.

'천재 수학자의 완벽한 알리바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 오기도 했다.

'완벽한 알리바이', 그러나 헛점이 있을텐데....

이야기는 살인사건으로 시작되는데, 다소 평이한 이야기처럼 생각된다.

한때는 클럽의 호스티스였던 야스코가 찾아 온 이혼한 남편을 순간적으로 살해하게 되고, 그 살인 사건을 옆 방에 사는 수학교사인 이시가미가 완벽하게 처리해 준다는 것이다.

" 나를 믿어 주세요. 나의 논리적 사고를 믿고 그냥 맡게 주세요." (p.57)

그러기 위해서 이시가미는 야스코와 그녀의 딸에게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어 준다.

그러나, 소설을 읽으면서 의문점으로 남는 것은 천재 수학자의 머리로 완벽하게 처리한다면, 왜 사체의 신원을 감추기 위한 장치는 했으면서 왜 근처에 지문이 묻은 자전거를 방치했을까?

물론, 그것도 하나의 장치이기는 하지만, 사체의 신원이 너무도 빨리 파악되고, 용의선상에 오르게 되는 인물이 야스코가 된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담당한 형사가 찾아 가게 되는 대학 동창인 유가와.

그는 이 사건에 20 여년 전에 자신과 라이벌이었던 수학 천재 이시가미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추리를 해나가게 된다.

수식과 수학문제 풀이의 대가인 수학천재 이시가미와 실험과 관찰을 주로 하는 물리학 천재 유가와의 심리 대결과 두뇌 싸움은 이 책을 읽는 재미 중의 재미인 것이다.

책을 읽는내내 이시가미의 행동이 수학천재라기에는 어눌한 부분들이 눈에 띄게 되는데, 그것 역시 이 소설의 결말을 돕기 위한 장치였던 것이다.

이시가미와 야스코 모녀의 첫 만남.

그것은 이시가마에게 새로운 삶을 살도록 해 주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대학원에서도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천재 수학자가 고등학교의 수학 교사로 근무하게 되고....

초라하게 변모해 가는 자신의 삶을 마무리하려는 순간에 그는 사랑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그렇기에 이시가미는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그녀의 행복을 지켜주고 싶었던 것이다.

소설의 끝부분에서 유가와가 밝혀내는 진실.

그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 이시가미의 멍청할 정도로 순수한 사랑에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끼게 된다.

세상에~ 이처럼 순수한 사랑이 있을까.

자신보다 그녀를 더 사랑하였음을.

이야기의 처음은 우발적인 살인사건이었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세밀하게 깔린 장치들이 돋보이는 추리소설이다.

책제목을 보는 순간 '헌신'이란 단어가 눈에 들어 왔는데, 이런 소설의 경우가 바로 '헌신'이 아닐까 한다.

그동안 '히가시노 게이고'의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교통경찰의 밤>을 읽고는 작가의 추리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탐정클럽>을 읽고는 뭔가 미진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용의자 X의 헌신>을 읽고는 작가의 추리소설들이 궁금해진다.

어떤 작품에 매료된다는 것은 그 글을 쓴 작가에게 관심이 간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또 그 작가의 책들을 골라 읽게 되니, 은근히 부담스럽기도 한 일이고, 즐겁기도 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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