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이병률 여행산문집
이병률 지음 / 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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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년전이었을까?

우연히 읽게 된 <끌림>

그 책의 신선함이 지금도 느껴진다. 당시만해도 여행 에세이라고 하면 여행지의 정보를 담은 책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끌림>은 낯선 여행지에서 쓴 글임에도 여행지의 정보는 없었고, 그곳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분위기있는 사진들과 함께 실려 있었다.

외로움이 물씬 풍기는 듯도 하고, 가슴 속에 어떤 아픔이 숨겨져 있는 듯도 하지만, 책 장을 넘기면 넘길 수록 가슴이 따뜻해 지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마음 속의 느낌을 그대로 담은 듯한 사진들과 절제된 글.

그래서 <끌림>은 가끔씩 뒤적여 보게 되는 그런 책이었다.

2010 년 <끌림>의 개정판이 나왔을 때, 내 손에는 또 그 책이 들려져 있었다.

저자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길 위에서 느낀 소소한 이야기들이건만 그 이야기들은 내 마음 속에 들어와 고운 무지개처럼 아롱거렸다.

<끌림>을 읽기 전까지는 이병률이 누구인지 알지를 못했다. 그가 시인인 것도, 방송작가인 것도....

그런데, 지금은 그의 이름을 들으면 '지금은 어느 곳을 헤매고 다닐까 ?'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여행을 좋아하고,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글을 쓰기를 좋아하고....

그래서 그의 글들은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는 이병률이 <끌림>이후에 7년만에 세상에 내놓은 책이다.

그런데, <끌림>의 한 부분을 읽는 듯이 변함없는 글과 사진들이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세계의 어느 곳인가에서 느낀 단상들.

조금은 외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그는 여전히 여행이 일상이다시피 되었고, 그 길 위에서 사진을 찍고, 글을 쓴다.

" 살다보면 그렇게 됩니다. 아무 것도 셈하지 않고, 무엇도 바라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를 기쁘게 받아 들이는 일, 살다보면 사랑도 그렇게 완성될겁니다. " ( 책 속에서, 이병률의 책 속에는 페이지 수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홍콩을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 이야기는 마음 속에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아버지가 홍콩에서 찍은 사진을 들고 다니면서 아들은 아버지가 홀로 여행했던 곳들을 찾아 그곳에서 아버지와 같은 모습으로 사진을 찍는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들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나도 아들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먼훗날, 아들이 이곳을 다시 찾게 되었을 때에 추억 속의 한 부분으로 지금을 기억하게 되리라는 것을.

그래서 추억을 만들어 주자고.

저자가 홍콩에서 만난 그 여행자는 아버지와 함께 온 여행지는 아니었지만, 아버지의 발자취를 찾아 다니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꼈을 것인가 짐작되는 것이다.

또 어떤 사연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고.

저자는 마음에도 색깔이 있고, 그녀에게도 색깔이 있고, 슬픔에도 색깔이 있고, 당신에게도 색깔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색깔 뿐만아니라 슬픔에도 냄새가 있다고 말할 정도로 감각적인 사람이다.

분홍이 어떤 색인가를,

그리고 주황이 어떤 색인가를 말하기도 한다.

여행을 좋아하기에, 마음을 사진에 담아내기에, 그 모든 것을 글로 표현할 수 있기에, 그의 마음이 포근하게 느껴진다.

" 내가 웃으면 세상도 나를 따라서 웃을 것이고, 내가 울면 세상도 나를 따라서 울게 될 거라는 생각에 건배를 했다. 창밖으로 달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 ( 책 속에서)

달이 환하게 웃고 있었으니, 그의 마음도 환하게 웃고 있었으리라...

나는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예약판매로 구입하게 되었다, 그래서 따라온 <끌림> 미니북.

아주 작지만, <끌림>이 고스란히 그 속에 담겨 있다.

고이 고이 간직했다가 여행을 가게 되면 그때에 다시 한 번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아니 '비가 온다 당신이 좋다', 그리고 어떤 상황이 된다고 하더라도 '당신이 좋다'라는 말을 할 수 있을 것같은 느낌을 주는 책.

그 책은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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