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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히말라야 - 유방암도 이긴 아홉 여인들의 히말라야 등반기
한국유방암환우회합창단 엮음 / 이콘 / 2012년 10월
평점 :
핑크 히말라야 !!
히말라야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 위치하여 있으니 언제나 만년설로 뒤덮여 있어서 '화이트 히말라야'일텐데, '핑크 히말라야'라니~~
책표지의 '한국 유방암 환우회합찬단'지음이란 글을 보니 떠오르는 것이 바로 '핑크 리본'이다.
'핑크 리본'은 아모레 퍼시픽에서 유방암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유방암 조기 검진과 예방을 하자는 의미에서 약 20년전부터 벌이는 캠페인이다.
물론, 유방암 환우들을 도와주는 각종 행사도 함께 한다. 핑크 리본 마라톤 대회, 바자회 등을 열기도 한다.
핑크 리본 캠페인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유방암 환우들의 히말라야 트래킹이 그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유방암을 이겨낸 사람들의 모임인 '한국 유방암 환우 합창단'의 단원 9명과 그녀들을 치료해 주었던 유방암의 권위자인 노동영 박사, 그리고 스텝 등이 13박 14일에 걸쳐서 히말라야의 체르코리 (해발고도 5,003 m)에 등정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다.

8년 전 쯤이었던가, 갑자기 가슴에 통증을 느껴서 대학병원에서 각종 검사를 받고 담석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던 적이 있다.
나로서는 엄청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담당의사는 너무도 아무런 표정없이 수술 날짜를 잡자고 했다.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며칠 후로 수술날짜가 잡히고, 그때에 느꼈던 암담한 심정.
수술을 하면 가족들은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에 각종 국 종류를 끓여 놓고, 밑반찬을 만들고, 이런 저런 준비를 했었다.
그리고 수술실로 갈 때의 그 마음은 이런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환자들이 어떤 심정일 것인가를 알 수 없을 것이다.
수술실 문이 닫히고, 복도를 지나서 수술대로 가는 그 순간의 그 심정은 의외로 담담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당시에 갑작스러운 입원과 수술이었기에 입원실이 없어서 다른 과의 입원실을 함께 썼었다.
그 입원실에 유방암에 걸린 환자가 있었다. 남편이 출근한 후에 담당 의사가 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와 수술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의사가 절제 수술을 이야기하고 간 후에 이불 속에서 흐느끼던 그 여인.
50대 중반의 그 여인의 그 심정이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하였다.
'아 ! 내가 정말 암인가? 그럼 죽는건가?'
' 수술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
' 수술만 받으면 살 수 있을까?'
이 책의 9명 유방암 환우들의 마음, 그 마음이 바로 그 여인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 암을 앓아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암 환자를 이해할 수 없듯이 동병상련의 아픔을 함께 하는 아련한 마음에서 오는 것일까?" (p. 111)
이상하다는 생각에 찾아간 병원에서 듣게 되는 유방암 발병 소식, 그리고 아무런 준비없이 결정되는 수술 스케즐, 수술, 항암주사 치료, 방사선 치료.
그 과정을 겪은 9명의 환우들은 길게는 수술 후에 20년이란 세월이 지나기도 했고, 지금도 치료중인 환우도 있다.
그들은 퇴원 후에 '유방암 환우회 합창단'활동을 하다가 히말라야를 찾게 된다.
특별한 인연으로 만나서 히말라야까지.
히말라야 등정에 참가했던 단원들과 노동영 박사, 그리고 스텝들은 돌아가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특히 환우들은 그들이 암 발병 사실을 아는 순간에서 부터 히말라야 등정까지의 이야기를 아주 담담하게 풀어 놓는다.
지금이야 담담하고 진솔하게 이야기를 하지만, 그들의 상실감은 얼마나 컸었는가를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가 있다.
" 유방암 ! 그것도 양쪽 유방을 모두 절제햐야 한다는 최종 통보를 의사로 부터 직접 들었다. 보호자 없이 나 혼자 가서 말이다! 내가 암이라고? 양쪽을 한꺼번에 다?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고 몸은 휘청거렸다. 남편에게 전화를 거니 전원이 꺼져 있다. 병원 화장실로 뛰어가 혼자 한참 울었다. 그 순간 나는 철저하게 혼자였다. 지금 내 곁에 아무도 없다는 외로움과 암에 대한 무지와 죽음이라는 두 글자가 두려움으로 엄습해 왔다. " (p. 117)
어차피 인생은 혼자 가는 것이 아닐까. 마음이 아프고 몸이 아파도 다른 사람들의 위로와 격려는 위안이 될 수는 있어도, 결국에는 자신의 삶은 자신이 짊어져야 할 몫이 아닐까?
어떤 환우의 이야기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 나는 암에 걸리고 나서부터는 5년 뒤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긴 계획에 내 욕심이 묶여 질까, 혹여 다시 치명적으로 재발해도 5년은 살 수 있기에 나는 하루 하루를 모아 1,820일을 열심히 살고 다시 또 5년을 살아 갈 것이다. " (p. 225)
이들의 히말라야 등정은 고산병으로 힘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유방암을 겪었던 그 힘겨움 보다 더 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 와아~ 다 왔다 ! 히말라야! 내가 왔다!! 사람이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결국 어느 곳이든 정상을 오르나 보다" (p. 174)
그렇다,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히말라야 등정에 성공을 한 것이다.

그동안에 힘겨웠던 것들을 히말라야에 고스란히 놓고 올 수 있었던 것이다. 투병중에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서운했던 그 마음, 마음 속에 깃들어 있던 미움, 분노를 히말라야에 놓고 올 수 있었던 것이다.
고은의 시처럼 '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을 보았던 것이다.

" 하나의 산이
보는 사람에 따라
웃는 히말라야,
우는 히말라야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히말라야를 등정했던 9명은 유방암 환우들은 그 어떤 여인보다도 더 아름다운 여인들이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