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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청소법 - 걸레 한 장으로 삶을 닦는
마스노 슌묘 지음, 장은주 옮김 / 예담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스님의 청소법>을 읽으면서 생각나는 책이 있다. 약 10 여년 전에 읽었던 <단순하게 살아라 / 베르너 티키 퀴스텐마허, 로타르 j. 자이베르트 공저ㅣ 김영사 ㅣ 2002>이다.
요즘은 '많은 것들을 가지기 보다는 꼭 필요한 것만을 가지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지만, 그당시만 해도 '삶을 단순화하기 위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제안'을 하는 책이 그리 흔하지 않았다.
그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진 것들이 내 삶에서 꼭 필요한 것들일까?' 하는 생각을 가져 보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책상을 정리하는 방법에서부터 시간, 건강, 인간관계를 단순화시키는 방법들을 제시해 주었다.
바로 <단순하게 살아라>와 비슷한 유형의 책이 <스님의 청소법>이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코이케 류노스케'의 <생각버리기 연습/ 코이케 류노스케 ㅣ 21세기북스 ㅣ2010>처럼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과 집착을 버리라는 은유적인 표현으로 '청소법'이란 단어를 쓰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코이케 류노스케'도, 이 책의 저자인 '마스노 순묘'도 일본인 스님이기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단순하게 살아라>와 <생각버리기 연습>이 한 권의 책에 묶인 것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마스노 순묘'는 일본 겐근지의 주지스님이며, 대학교수이다. 그리고 '선(禪)사상과 일본전통 문화를 바탕으로 '선의 정원 ' 창작 활동을 하는 정원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책 속의 저자 소개 글 아래에 있는 7가지 문장만을 기억하고 실천해도 이 책을 다 읽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모두 이런 생각에 잠길 것이다.
" 당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은 지금 당신에게 '정말로 필요한 ' 것일까요?"
그렇다. 몇 개월 전에 거의 십여 년을 살던 곳을 떠나 이사를 하게 되었다. 그다지 소비성향이 강하지 않기에 꼭 필요한 물건들만을 구입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사짐을 싸기 위해서 쏟아져 나오는 물건들.
몇 십년 전에 썼던 물건에서부터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물건까지 이렇게 많은 물건들이 어디에 박혀 있다가 나오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도 지적하듯이 2년 정도 안 입은 옷은 거의 입을 확률이 없는 옷이다. 그런데도,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고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비단 옷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은 거의 그렇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안 쓰는 물건은 그냥 다 버려야 할까.
그것은 아니고, 물건을 버리기 전에 재활용할 방법이나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있는가 생각을 해 보아야 한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버리라'고 하니까 정말 잘도 버리는 우리 국민들.
물건을 사기도 잘하지만, 물건을 잘 사는 사람들은 버리기도 잘 하는 듯하다.
아파트 쓰레기 분리수거함에 나오는 물건들.
사람들의 욕심에 의해서 구입되었다가 사용도 하지 않고 버려지는 물건들.
외국의 경우처럼 'Garage sale' (자신들이 안쓰는 물건을 차고에 내놓고 파는 것)이나 Vintage Market (중고 시장), 혹은 Car Boot Sale (자기 집에서 안 쓰는 물건을 자동차 뒤 트렁크나 탁자에 쌓아 놓고 파는 시장)등과 같은 거래가 필요하기도 한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많은 물건들을 짊어지고 사는 것은 우리의 마음에 욕심, 집착, 분노, 미혹이라는 것들이 붙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님은 그래서 청소를 하여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 청소란 더러움을 털어내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당신의 마음을 닦아 내는 것입니다." (p. 17)

청소후에 가벼워지는 마음, 상쾌해지는 마음, 그것은 집착이나 연민을 내려 놓게 하고, 욕심, 허세에서 자유로워지게 하고, 필요없는 물건을 버리게 하고, 더러움이나 먼지를 깨끗하게 없애 주는 것이다.
그래서 스님은 이 책을 통해서,
청소와 정리가 갖는 의미와 중요성, 실제로 물건을 정리하는 방법, 장소별 정리정돈 습관을 가르쳐 준다.
집에 들어오는 관문인 현관에서부터 시작하여 신발정리, 거실, 화장실, 욕실, 주방, 침실, 서재, 정원.
그리고 우리들이 항상 들고 다니는 가방과 서류정리까지.
이사를 하면서 불편했던 점 중에 하나가 어떤 물건이 어디에 놓여 있느가 하는 것이었다.
바뀐 집 구조때문에 같은 장소에 같은 물건이 놓이지 않은 경우가 있기에 그 물건을 찾기 위해서 시간을 낭비해야 했는데, 항상 같은 장소에 정리를 잘 해 둔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물건을 줄이면 줄일수록 기분도 산뜻해지고 행동에도 헛됨이 없어집니다. '더하기'가 아닌 '빼기'로 침실을 정돈합니다. " (p. 146)

" 마음의 흐림을 제거하면 언제가는 저절로 진실이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매일매일 청소를 합니다. 자신의 마음을 닦듯이. 찌든 때를 벗겨 내듯이." (p. 178)
스님은 각 장소별 청소법을 가르쳐 주면서 '100 일동안 계속하면 습관이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깨끗해진 방에서 좌선할 수 있도록 좌선 방법까지 친절하게 그림으로 알려준다.

바쁜 현대인들, 직장에 가기도 힘겨운 아침이지만, 꼭 아침에 청소를 하면 좋지만, 안되면 아침에 잠깐 10분 정도의 시간을 내서 정리라도 하고 출근을 하라고 하니...
이것도 힘들다면 출근을 하기 위해서 자신이 벗어 놓은 옷들이라도 정리하면 어떨까 생각된다.
오늘은 우중충하던 날씨도 활짝 개고 따뜻한 햇살이 창문 너머로 들어온다.
오전에 청소까지 말끔하게 끝내니, 마음도 산뜻해진다.
바로 이 기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