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산 스님.초롱불 노래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3
이즈미 교카 지음, 임태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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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일본작가의 작품들은 많이 읽히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이 지금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고야산 스님, 초롱불 노래>를 읽으려는 생각을 가졌을 때만해도 작가에 대한 정보조차 없는 상태에서 책을 구입하게 된 것이다.

<초롱불 노래>의 이미지가 잔잔한 느낌을 준다는 단상만을 가지고.....

이런 단상은 책표지를 펼칠 때까지도 남아있었는데, 작가 소개를 보는 순간 '확' 달아나고 말았다.

이계(異界), 魔界, 요괴... 한밤중에 읽기에는 좀 소름이 짝~~ 끼치는 그런 으시시함이 있는 작품인 것이다.

우선 <고야산 스님, 초롱불 노래>의 작가인 '이즈마 교카'에 대해서 살펴본다.

이즈마 교카(1873~1939)는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 살았던 것이다.

이 때는 각국이 근대화의 열풍이 불던 시기이고, 특히 일본의 서양 문물이 물밀듯이 들어오던 때이기 '문학' 역시 새로운 바람이 불었던 것이다.

서양 문학의 영향으로 리얼리즘에 입각한 소설들이 쓰여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즈미 교카'는 금속공예가 아버지와 예능인 집안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자라면서 전통문화를 많이 접해 왔기에 일본 낭만주의 문학에 작가 나름의 독자적인 경지를 열어나가게 되는 것이ㅏ.

그가 소재로 삼았던 것은 이계의 공간과 고전의 세계를 그려나가는 것이다.

그러니, 그의 작품에 요괴, 민담, 설화, 전통문화 등이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즈미 교카'는 자신이 작품활동을 하던 시대에는 별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당시 독자들이 서구문학에 영향은 받은 작품들에 마음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즈미 교카'는 새로운 평가를 받게 된다.

특히, 일본인으로서 최초의 노벨문학상을 받은 <설국>을 쓴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그를 흠모하였다고 한다.

지금은 "이즈미 교카'라고 하면 '환상문학의 대가'라고 칭하고 있으니, 요즘 환상소설들이 많이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그의 작품들은 특히 주목을 받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고야산 스님. 초롱불 노래>를 읽으려는 이 무지한 독자는 이 책의 제목 사이의 점조차 발견을 하지 못하고 스님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초롱불 노래를 연상했으니...

나 자신도 좀 황당스럽다.

이 책은 <고야산 스님>과 <초롱불 노래> 두 작품을 묶어 놓은 것이다.

책자체가 얇으니 거의 100 페이지 남짓한 이야기들이다.

<고야산 스님>은 어릴적에 우리 자매들이 한 방에 누워서 잠이 들기 전에 엄마, 아니면 그 누군가가 들려주던 옛날이야기를 연상하게 만든다.

잠들기전에 듣는 이야기들은 좀 등골이 오싹한이야기들이었다. 달걀귀신이야기, 팥죽이야기, 화장실이야기 등.... 그 이야기를 들으면 밤에 일어나서 화장실을 가기 무서워서 동생을 꼭 깨워서 같이 가곤 했다. (실내에 있는 화장실이었는데도....)

아니면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인 <센괴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연상되는 그런 느낌의 작품이기도 하다.

뿌연 안개 속에서 무언가 튀어나올 것같은......

이 작품은 1900년작으로 행각승인 '리쿠민사 슈초'는 기차에서 우연한 이야기의 일인칭 화자인 '나'를 만나게 된다. 그들은 같은 여관에 들어가게 되고 하룻밤을 같은 방에서 지내게 되는데, 잠들기 전에 '나'는 행각승에게 그동안의 경험담을 이야기해 달라고 하고, 그 이야기가 바로 자신이 젊은 시절에 겪었던 마녀(요괴)와의 만남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재미있는 것은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또 그 이야기속에 또다른 이야기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삼중 액자소설'이다.

행각승과 나의 만남 이야기.

그리고 행각승이 들려주는 마녀를 만나게 되는 체험담..

그리고, 영감이 들려주는 마녀의 정체와 그 지방에서 일어났던 홍수이야기.

젊은 시절에 행각승이 깊은 산 중에서 약장수가 만나게 되는데, 그는 갈림길에서 아모고개로 향한다. 그런데, 그 길의 위험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를 구하기 위해서 그의 뒤를 쫓아가다가 수난을 당하게 되고, 마침내 산 속의 외딴집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곳에는 미모의 여인과 바보가 있다. 그리고 동네 영감과 동물들이 등장한다.

소설속의 험한 산 속의 풍경과 함께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요상하고 기이하다는 생각은 진작부터 하게 되고, 외딴 집의 아름다운 여인의 행동이 요괴일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그래도, 끝까지 읽고 나면, 여인의 행동에 수긍이 가기도 한다.

<고야산 스님>은 마계를 다룬 작품 중에는 가장 완성도가 있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는다고 한다.

다음 작품으로 <초롱불 노래>는 이 이야기를 읽는 초반에는 생소한 이야기에다가 시간과 공간의 개념조차 혼돈스러울 정도로 집중이 힘들고, 이해가 쉽지 않았다.

그것은 이 작품에는 두 공간이 존재하기때문이다.

하나는 우동가게인데, 이곳에서는 떠돌이 악사가 자신의 지난날의 이야기를 안주인과 안마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전개되는 공간이다.

또 다른 공간은 미나토야 여관인데, 소잔의 딸 오미에가 <해녀>를 춤추는 장면이 전개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속에는 노가쿠와 관련이 있는 네 사람이 등장하게 된다.

그런데, 나는 일본의 전통 문화에 대해서는 문외한인데다가 이야기가 두 공간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작품을 이해하기에 어려움을 많이 겪게 되었다.

또한, 일본의 인명, 지명, 전통문화에 관한 내용들이 쉽게 다가오지 않기에 책을 읽는 중간 중간에 막히게 되는 것이다.

<초롱불 노래>는 책의 뒷부분의 해설부분을 참조하면 영화적 연출기법을 다수 반영하였다고 한다. 이런 부분들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많은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책을 읽기에는 집중력을 많이 요하기도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실린 두 작품은 <고야산 스님>은 이해하기가 쉬운 편이었지만, <초롱불 노래>은 좀 집중이 필요한 작품이기도 하다.

나는 <고야산 스님. 초롱불 노래>를 통해서 그동안 전혀 알지 못했던 일본 문학의 새로운 부분을 알게 되었다.

마계, 요괴는 일본의 애니매이션 영화 등을 통해서 접해 보았지, 문학작품을 통해서 읽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이다.

일본의 전통 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더욱 낯설기만 한 것이었다. 짧은 이야기들이지만 그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찾는다는 것은 책이 가질 수 있는 장점 중의 장점인 것이다.

이래서 또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만난다는 것이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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