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터키에 꽂히다 - 걷기의 여왕 오마이뉴스 파워블로거 유혜준 기자 터키에 뜨다
유혜준 지음 / 미래의창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세계사를 공부할 때에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양사를 배워 왔다. 그래서 이슬람 문화권에 속한 나라들의 역사는 소홀히 다루어 왔다.

또한, 이슬람 문화권이라고 하면 미국과의 전쟁을 연상하게 되거나, 폭탄 테러와 같은 호전적인 이야기만을 접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터키를 여행하게 된다면 오스만 투르크가 세계사에 미친 영향이나 그들의 문화가 얼마나 눈부시게 발전했던가를 느낄 수 있게 된다.

거의 10 년전에 터키의 에페수수, 카파도키아, 파묵칼레, 이스탄불 등을 여행하고 온 후에는 상당 기간 터키에 푹 빠진 적이 있다.

그래서 터키에 관한 여행서를 비롯하여, 동로마 제국의 멸망에 대한 이야기, 콘스탄티노풀 함락과 관련 된 이야기, 오스만 투르크의 술탄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골라 읽게 되었다.

그런데 터키에 관한 여행서를 읽다보면 터키를 여행하던 중에 터키가 너무 좋아서 그곳에서 머물러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 '터키에 꽂힌' 여자가 또 있는 것이다.

<여자, 터키에 꽂히다>의 저자는 오마이 뉴스 파워블로거인데, 그동안에 걷기여행을 즐겼었다. 이번에는 걷기 여행은 아니지만, 동생과 함께 터키로의 여행을 가게 된다.

여행계획은 세우지도 않고, 첫 도착지인 이스탄불의 호텔 예약만을 마친 채로.

그녀는 터키에서의 30일간의 기록을 이 한 권의 책에 담아 놓은 것이다.

나로서는 이런 여행은 꿈도 못 꾸어 본다. 워낙에 여행을 가려면 사전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하기에, 그날 그날의 일정과 교통수단, 호텔예약은 필수인데, 이렇게 무계획으로 떠나는 여행이 어떨까 궁금해진다.

여행을 끝마친 후에 저자에게 있어서의 터키는,

" 시간이 지날수록 더 생생하게 기억되고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터키" 인 것이다.

이런 생각은 터키를 여행한 사람들이 많이 가지는 생각인 것같다. 그만큼 터키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잘 몰랐던 것들을 여행을 하면서 보고, 느끼고,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흔히 터키 여행자들이 여행 중에 잘 가지 않는 곳인, 앙카라, 반, 디야르바크르까지 섭렵한다.

첫 여행지인 이스탄불 화려했던 비잔틴 제국의 수도이자, 오스만 제국의 수도이기에 로마 문화, 기독교 문화, 이슬람 문화가 공존하는 서양과 동양의 모습을 함께 가진 도시이다.

이곳에서 많은 문화 유적지를 소개하지만, 오스만 터키 제국의 술탄이 살았던 돌마바흐체 궁전의 화려함을 빼놓을 수 없다.

이전엔 술탄들은 톱카프 궁전에 살았는데, 1856년 오스만 터키제국이 쇠퇴의 길로 들어서면서 술탄은 웅장하고 화려한 궁전을 지어 제국의 영광을 되찾고자 했다.

그래서 그 화려함은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 못지 않는 자태를 뽐낸다. 술탄들이 사용했던 가구도 그대로 전시되어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를 더한다.

이곳에 있는 물건들은 거의 금, 은, 보석으로 만들어졌으니, 궁전의 계단이며, 상들리에까지도 화려함의 극치이다.

(사진출처: 내 여행사진 중에서)

사프란 볼루오스만 터키시대에 지어진 붉은 지붕이 특색인데, 오래된 옛집들이 정겹게 자리한 마을이다. '사프란'에서 알 수 있듯이 염색계와 향료로 쓰이는 꽃 '사프란'이 많이 피는 지역이다.

그 보다 더 중요한 의미는 케르반 사라이의 본거지였다는 것이다. 오스만 터키 제국 시대 실크로드 교역로에 자리한 상인과 낙타의 숙박업소가 있던 곳이다.

' 터키의 아버지'인 '케말 아타튀르크'를 만나려면 터키의 수도인 앙카라를 찾아야 한다. 그가 왜 터키인들에게 영웅으로 자리매김하였는가를 알 수 있다.

군사 쿠데타로 술탄 정부를 무너뜨리고 터키공화국을 세운 사람으로 그의 개혁정치는 이슬람 문화권에 속하는 나라임에도 국교폐지, 일부다처제 폐지, 남녀 교육의 부활, 여성 참정권 실현을 1920년대에 이룬 것이다.

터키에서 가장 큰 호수 호수가 있는 곳에서는 반 고양이를 만날 수 있다. 한쪽 눈은 파란색, 또 다른 한 쪽 눈은 노란색인 반 고양이는 이곳에서 다른 곳으로 가게 되면 눈의 색깔이 같아진다고 한다. 물론, 반 고양이는 이곳에서 반출이 안 되는 것이다.

쿠르드 족의 마을인 디야르바르크. 이곳은 여행자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인데, 저자는 이 곳에도 들린다.

카파도키아의 자연을 보면서 자연의 신비함과 경이로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괴레메 지역에 있는 30여개의 석굴 교회에는 벽과 천정에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는데, 퇴색하여 어렴풋하게 그림이 남아 있거나 벗겨져서 그림의 윤곽조차 알아 볼 수 없는 것들도 있지만,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신앙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로마시대에 기독교가 박해를 받을 시절에 지하로 숨어 들어간 사람들이 만들어낸 지하도시 중에는 데린쿠유가 대표적인 지하도시이다.

그리스도를 지키기 위해서 그들은 땅 속 깊이 수용인원 5천만명이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곳에는 방아를 찧는 시설도, 포도주를 만드는 곳도, 짐승을 키우던 곳도, 모두 갖추어 놓았던 것이다. 심지어는 지하에 묘지까지.

이렇게 터키는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자연환경,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공존하며,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공존하는 곳이다. 또한 동양과 서양이 공존하는 곳이다.

내가 어떤 곳에 대한 여행서를 즐겨 읽는 이유 중의 하나는 책 속에서 그 곳의 자연환경, 역사, 문화, 풍습, 옛 사람의 삶의 모습, 현재 주민들의 삶의 모습들을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여행 에세이 중에도 감성 에세이들이 많이 출간되어 짧은 시간에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는 책들이 많이 출간된다.

<여자, 터키에 꽂히다>는 터키의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여행자들이 꼭 가보곤 하는 곳에 대한 이야기,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터키 여행 중에 빼놓고 가보지 않는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다.

책의 내용은 터키에 대한 여행서에는 꼭 나오는 내용들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그래도 동생과 함께 터키를 여행하면서 체험하게 되는 에피소드도 함께 담겨 있다.

(사진출처: 위에서 11 장은 내 여행 사진 중에서)

터키는 내 마음 속에서 꽂혀 있는 곳으로, 언젠가 꼭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비행기안에서 이스탄불을 내려다 보면서 수많은 모스크의 모습에 경이로움을 느꼈고, 구슬프게 울려 퍼지는 아잔 소리에 새벽잠에서 깨어 났던 곳이고, 일생에 한 번 볼까 말까한 경이로운 자연환경에 황홀했던 곳이고, 그들의 다양한 문화유산에 입이 딱 벌어졌던 곳이기도 한다.

이 책은 터키를 여행하고자 하는 여행자에게는 좋은 여행 가이드 북이 될 수 있는 책이고, 터키를 좀 더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많은 지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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