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마음 속 시크릿 여행 - 4000일 동안의 남해안 여행 기록
이은영.김태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writer 이은영과 photographer 김태수의 환상적인 만남.
이은영의 마음에 잦아 드는 글만이 있었다면,
김태수의 감성적인 사진만 있었다면, 결코 이 책은 이렇게 가슴 깊숙히 다가오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남해안 짙푸른 물과 발길이 닿는 곳마다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풍경,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책 속에 가득 가득 담겨 있다.



여수, 순천, 광양, 하동, 남해, 구례, 고흥, 장흥, 통영, 보성, 담양, 강진, 해남, 영광을 찾아 다니던 4000 일간의 여행 기록이 추억과 함께 펼쳐진다.
4000 일이라면, 생각날 때마다 그곳을 즐겨 찾았다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남해안 곳곳에 얽힌 추억들과 여행의 기록들은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아주 느리게,
주위의 풍경과 하나가 되어서 걷다, 쉬다, 그리고 또 걷다, 쉬다를 반복하면서 그 속에서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게 해 주는 그런 여행을 이 책 속에서 찾을 수 있다.
" 마음 속의 풍경은 '무엇을 바라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바라 보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해준다." ( 책 속의 글 중에서)

사진은 '찰나의 기록'이라고 했던가?
작가의 마음이 곱지 않으면, 이런 순간들을 담아 낼 수 없을텐데...
시시각각 변하는 삶의 기록, 잊혀져 가는 풍경들은 사진 속에 남겨지고, 그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마음 속 깊숙이로부터 우러나오는 생각들을 가다듬게 된다.
"눈부신 찰나의 아름다움은 이런 것. 짧은 순간 눈에 들었다가 신기루처럼 사라져 가는 것이 풍경인 것... 이 순간이 지나고 나면 물 위로 비친 나무도, 하늘도, 물그림자도, 빼앗겨도 좋은 일이다. " ( 책 속의 글 중에서)
아~~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아름다움이 이 책 속에 오롯이 담겨져 있다.
책장을 넘기는 손길과 함께, 감탄사는 연발된다.
내 마음은 어느덧 책 속의 그 곳에, 추억 속에 머물게 된다.


유난히 길을 떠나기를 좋아했기에 '역마살'이 있다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이곳 저곳을 찾아 다닐 때에 한 번 이상은 가보았던 곳들이 대부분이기에 그곳은 나의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다.
여수 오동도의 봄은 "꽃이 지기도 전에, 절정의 순간에 제 모가지를 뚝뚝 떨구는 " ( 책 속의 글 중에서) 동백의 낙화로 부터 시작된다.


순천의 갈대밭, 그리고 섬진강의 물안개와 매화 향기...
" 조계산 선암사로 가는 길은 '비움'과 '버림'의 길이다. 나 역시 그동안 속세에서의 집착과 아집을 내던져 버리고 온전히 자연을, 그리고 나를 느끼며 사브작 사브작 이 흙길을 걷고 싶었다. " (p. 79)
떠날 수 있는, 멈출 수 있는, 머물 수 있는, 그리고 느리게 걸을 수 있고, 내려 놓을 수 있고, 버릴 수 있는...
그래서 나를 돌아 볼 수 있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남해안으로 가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