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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슈즈룸
김미선 지음 / 살림Life / 2012년 6월
평점 :
나에게 구두는 편안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옷에 맞추어서 구두를 선택하지도 않고, 구두에 대해서 특별한 생각을 가진 적도 없다.
하이힐을 신어 본 적도 없으니, 킬힐은 아무리 예뻐도 그림의 떡일 수 밖에 없다. 가장 편안한 플랫 슈즈나 로퍼가 좋다.
신상녀라고 불리던 모 연예인의 슈즈홀릭은 대단하다. 그녀에게 구두는 곧 '아가들'이다. 그런 이야기는 먼 나라 이야기로만 들리고, '왜 그렇게도 많은 슈즈를 탐할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이고, 그래서 슈즈 디자이너가 된 사람이 김미선이다.
김미선은 <그녀의 슈즈룸>의 저자로 얼마전 종영된 <아이두 아이두>의 드라마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나는 이 드라마를 한 회도 보지 않았기에 어떤 내용인지도 몰랐고, 이 책을 읽으면서 드라마의 일부 내용을 알게 되었다.
김미선은 현재 디자이너 슈즈 브랜드인 synn의 대표이자, 갤러리 synn의 관장이다.

그녀는 '구두는 여자의 자존심'이고 '구두는 여자를 당당하게 만들어 준다'고 말한다.
그녀는 어릴 적에 자매들과 함께 인형놀이를 즐겼는데, 그때에 바비인형이라 불리는 마론 인형에 어울리는 의상을 만들기를 좋하했고, 의상을 만든 후에는 인형의 구두까지 만들곤 했다고 한다.
성장하여 대학에서는 의상을 전공하여 의상 디자이너가 되었지만, 자신의 생각처럼 신나고 즐거운 일은 아니어서 그 일을 그만두고, 치과 의사가 되려고 치의학 대학원을 준비하던 어느날, 카페에서 무심코 차를 마시면서 낙서를 하게 되었는데, 그 낙서들이 구두 그림이었다.
그때 그녀는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된다.

" 당당한 아름다움이 내재된 구두, 그것이 좋은 구두이다. 모양새는 다를 수 있다. 섹시한 하이힐일 수도, 수줍은 플랫슈즈일 수도, 매니시한 옥스퍼드일 수도, 단정한 로퍼일 수도 있다. 어떤 모양을 하고 있어도 그 안에는 자신을 사랑하는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당당함이 들어 있어야 한다. " (p. 131)
그래서 구두 디자이너가 되기로 하고, 그 일을 하기 위한 사전 조사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구두 디자이너는 생소한 분야였던 것이다.
지금은 그녀에 의해서 구두 디자이너란 분야가 많이 개척되었고, 그녀는 구두 디자이너 뿐만 아니라, 자신의 슈즈 브랜드를 가진 사업가가 되었고, 슈즈를 전시하는 갤러리까지 운영하고 있다.
" 나의 구두에는 스토리가 있고, 그 스토리를 들려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 공간이자, 전시도 하고, 쇼룸으로 구두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 (p. 198)

그녀의 구두에 대한 시각은 남다르다. 그녀는 웨딩 슈즈의 선두주자라고 일컬어지는데, 그녀가 만드는 웨딩 슈즈는 화이트가 아닌 눈에 확 들어오는 컬러의 슈즈인 것이다. 그런데, 웨딩슈즈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오히려 그런 웨딩 슈즈가 더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세계적인 웨딩드레스의 디자이너인 베라왕과 암살라의 웨딩슈즈를 디자인하기도 한다.

아마도 인터넷에서 '김남주 구두'나 '서지영 웨딩 슈즈'를 검색하면 그녀가 만든 구두를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전혀 관심도 없었을 슈즈 디자이너에 대한 이야기.
그래서 책이란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