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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서울 - 2000년대 최고의 소설과 함께 떠나는 서울 이야기 사전
김민채 지음 / 북노마드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서울 !!
내가 태어나고, 자라고, 지금도 생활하고 있는 곳.
다른 도시에 갔다가도 서울의 관문에 들어서면 가슴이 확 트이는 느낌이 든다.
남들은 공해도 심하고, 복잡해서 서울에 오면 숨이 막힌다고들 하는데, 나는 서울이 편안하다.
서울의 곳곳엔 나의 추억이 깃들여 있고, 사랑이 있고, 가족과의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서울에 관련된 책을 읽게 되면, 내가 즐겨 찾았던 곳들이 있어서 흥미로움의 배(倍)가 된다.
이 책에는 서울의 30곳의 장소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그곳들 중에 학창시절에는 인사동 낙원상가, 북촌 가회동, 통인동 서촌, 세종로 경복궁, 남산 등을 주로 많이 다녔었다.
그밖의 곳으로는 양재동 양재 꽃시장, 역삼동 강남대로, 어린이대공원, 고속버스 터미널 등에 나의 이야기가 있다.
어린이 대공원은 주로 추운 겨울에 아들에게 스케이트 강습을 받게 하기 위해서 몇 년간 겨울마다 찾던 곳이다.
그리고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은 약 7년간, 출퇴근하기 위해서 드나들던 곳이다. 집이 구반포였기에 버스로 약 5분 미만의 거리에 있었다. 아침 6시 30분 첫 고속버스를 타기 위해서 항상 뛰어 다니던 곳이다.
서울에서부터 출퇴근하면서도 가장 먼저 출근할 수 있었던 것은 그곳에 고속버스 터미널이 있었기때문이었다.
첫차에는 승객이 항상 10 명 미만이었고, 거의 모든 사람들은 새벽잠을 설쳤기에 단잠에 빠진 시간에 운전사 뒷 자리에 앉아서 1시간 남짓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출근길이 즐거웠었던 기억은 이제는 빛바랜 추억이 되어 버렸다.
이 책의 저자에게 고속 터미널은 별로 기억이 없는 곳이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특별한 곳. 그래서 많은 사연이 간직된 곳이기도 하다.
" 그 많은 움직이는 풍경들과 마주한다. 아무런 생각없이 정지한 채로 그저 바라 보기만 하면 된다. 끊임없이 서울로부터 멀어지고 가까워지는 사람들의 풍경을, 나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들을, 일상과 전혀 가깝지 않은 타인의 일상을 그저 바라보는 것이다. " (p. 261)

<더 서울>은 이런 서울에 관한 이야기를 2000년대 최고의 소설과 함께 연결지어서 생각해 보는 책이다.
책을 읽기 전에 '서울을 위한 이야기 사전을 읽는 법'을 알고 들어가야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다.
책에 소개되는 서울 30곳의 장소들에는 각각 1단계에서 4단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1단계 : 서울의 장소에 대한 상념.
2단계 : 각 장소에 추천하는 현대소설 속의 문장.
3단계 : 각각의 장소를 보며 쓴 스토리텔링
4단계 : 주제어와 연결한 100 자평 (소개된 소설 속에서 )


책 속에 소개된 몇 곳을 함께 떠나 보면,
청춘, 젊음이여. 더. 더. - 마포구 상수동 홍익대학교.
" 누구에게든 청춘은 올 것이고, 누구에게든 청춘은 아련한 옛날로 추억된다." ( 책 속의 글 중에서)

청춘들이 모두 모인 청춘의 광장, 홍대앞. 이 곳은 젊은이들의 장소이다. 그래서 어느날 이 곳을 걷게 되면 내 나이를 의식하게 된다.
예술가들을 많이 배출한 곳답게 이곳만의 색다른 풍경을 마주칠 수 있다. 이곳에 어울리는 현대소설로는 김연수 작가의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을 저자는 추천한다.
그런데, 책 제목조차도 생소한 이 책.
마포구 당인동 당인리 발전소 벚꽃 길.
벚꽃길이라고 하면 윤중로를 생각하게 되는데, 당인리 발전소 벚꽃길은 어떤 느낌일까?
우뚝 솟은 발전소의 굴뚝과 벚꽃은 안 어울리는 듯하면서도 운치가 있다.

" 새하얀 벚잎, 조금은 수줍게 분홍빛을 뿜는 그 다섯 잎새 사이사이에 별이 함께 피고 있었다. 별이 비처럼 내리던 어린 날의 여름밤처럼 나는 어느 별을 바라보아야 할 지 고민하고 말았다. 이 따듯한 별비가 모두에게 내리길, 바라본다. " (p.155)
동대문구 제기동에는 약령시가 있다. 약령시라고 하면 대구 약령시를 생각하게 되는데, 제기동 약령시는 전통이 있는 장소는 아니다. 1960년대에 형성된 시장이다. 그래도 이곳에 가면 각종 약재 냄새가 물씬 풍기니, 어느날 한 번 가보면 어떨까.

저자가 6호선 광흥창 역에서 내려 별다른 목적지 없이 '어디로 가야 할까 '하는 생각에 잠겨 있다가 발견하게 된 '공민왕 사당' 그리고 '광흥창터'.
서울에 공민왕과 관련이 있는 곳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건만, 마포구 창전동에는 광흥창터와 공민와 사당이 있다.
그리고 그곳을 지키고 있는 318년 된 느티나무.

<더 서울>은 서울 30곳의 장소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 이야기는 서울의 다양한 풍경의 '결'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곳에서 현대소설의 한 장면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그 장소를 보면서 자신만이 들려줄 수 있는 스테리텔링을 써 나간다.
마지막으로 그 장소에 대한 100 자평을 추천 현대 소설의 한 문장으로 마무리 짓는 것이다.
아직까지 이런 구성의 책을 읽어 보지 못했기에 책의 구성부터가 신선하다.
그래서 어떤 장소들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는 보물찾기를 하는 듯한 생각이 든다.


아~~ 지금은 너무 무덥다. 그래서 시원한 바람이 불면 추억 속의 장소를 찾아서, 아니면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된 장소를 찾아서 답사 여행을 떠나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