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그릴라는 거기 없었다
고민정 지음 / 행복한책장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사랑이란 무엇일까?

행복이란 무엇일까?

<샹그릴라는 거기 없었다>를 읽으면서 내내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가지는 특수성.

아나운서는 연예인 못지 않게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여자 아나운서가 된다는 것은 좋은 배우자를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재벌가의 며느리, '사'자 붙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아내, 외국계 회사의 전도유망한 사람의 아내.

그녀들의 결혼은 이렇게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시청자들 앞에 나서는 자리이기에 화려하고 세련된 치장은 기본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도 이런 화려함때문에 여자 아나운서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그 사회로 들어가기는 더욱 힘들어 진 것이 오늘날의 세태이다.

이런 아나운서에 대한 선입견을 가진 독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온 아나운서가 고민정이 아닐까 한다.

그녀의 이름앞에 따라 다니는 '시인의 아내'라는 수식어때문이다.

 

 

'시인'하면 머리 속을 스쳐가는 '궁핍함' 이라는 단상때문일 것이다.

역시 고민정 아나운서의 남편인 조기영 시인은 가난했다. 오로지 시인의 길만을 걷는 사람이기에 그의 생활은 넉넉하지 못했다.

그들의 만남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저자가 대학 2학년때인 20살에 같은 학교의 11년차 선배를 만나게 되고 사랑을 하게 되었으니....

'힘없는 이들에게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 싶'어서 운동권 동아리에서 활동을 하던 중에 만남이 이루어 진 것이다.

그리고 7년이란 열애기간, 몇 번의 아나운서 시험에서의 실패끝에 드디어 KBS 아나운서가 된다.

아나운서로 살아간다는 것도 그리 녹녹한 일은 아니다. 마치 천국과 지옥의 맛을 보는 것과 같았다고 그녀는 말한다.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맡기 위해서는 동료도 경쟁자일 수 밖에 없고, 원하는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되었다고 해도 시청율에 신경을 써야 하고, 개편때마다 마음은 콩닥거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그래서 떠났다. 6년차 아나운서라는, 시인의 아내라는, 딸이자 며느리라는 모든 수식어구를 떼어내고 보통 사람들 틈에 섞인 '나'를 한 발 뒤로 물러나 보고 싶었다. 울고 싶으면 울고, 웃고 싶으면 웃을 수 있는 곳에서 내 감정을 자유롭게 털어내고 싶었다." (p. 122)

그래서 남편과 함께 1년간 이 모든 것을 내려 놓고 떠난 곳이 중국이다.

이 책에는 그 1년간의 이야기와 함께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1달간의 샹그릴라 여행, 그후에 칭다오에서 중국어를 공부하는 학생이자 중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이었던 이야기, 겨울 방학을 이용하여 중국과 인도차이나 반도를 1달간 여행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녀가 샹그릴라를 찾아 가게 된 것은 제임스 힐턴의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이곳이 이상향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샹그릴라는 해발 고도 3300 미터에 위치한 곳으로 지금은 중국 정부의 의도적인 개발이 이루어져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아름다운 경치보다는 실망감을 느끼게 되는 곳으로 변했다고 한다. 오히려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위뻥이란 곳이 진짜 샹그릴라인 것이다.

 

 

 

그녀는 열애 시절에 시인의 옥탑방에서 행복을 느꼈듯이, 칭다오의 대학 기숙사의 좁은 방에서 남편과 함께 알콩달콩 생활하는데서 행복을 느끼게 된다.

그녀의 행복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준다.

 

 

물론, 그녀도 " 세상과 시인의 경계에서 외줄타기"를 하면서 힘겨운 날들이 있었기에 세상의 많은 것들에서 홀가분해지고 싶었고, 그가 떠난 1년간은 그녀가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한 것이다.

그 선물이 그녀에게 행복이 무엇인가를 느끼게 해 준 것이다.

 

 

 

" 동료의 집이 부자 동네에 있는 고급 브랜드의 넓은 평수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하루가 다르게 갖고 싶은 다양한 신제품이 쏟아져 나올 때 남과 비교하지 않고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항상 누군가보다 더 많이 갖고 싶고, 더 좋아 보이고 싶은 욕망때문에 또다시 물질에 끌려 다니지는 않을까? 어린 아이들이 흙과 돌멩이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만들어 내듯이 그 무언가가 있든 없든 항상 행복할 수 있을까? 그럴때마다 난 기숙사 작은 방에서의 추억을 떠올릴 것이다. " (p. 164)

위의 문장을 읽으면서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아무리 물질적인 것에서 벗어나 자신의 주관대로 살고자 해도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여자들이 자신의 삶에 행복감을 느끼며 살다가도 동창생들의 모임에 다녀 오는 길은 어깨가 축 늘어지게 된다. 그런 자리에는 반드시 물질, 권력, 명예 등을 내세우는 그 누군가가 주도권을 잡기 때문이다.

평상시에 일상 속에서 잔잔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던 그 마음이 일시에 사라지게 된다. 부럽다는 느낌과는 또다른 그런 느낌들....

주관이 아무리 뚜렷해도 왠지 허전해지는 그런 마음.

 

 

이 책을 읽으면서 화려한 사회 속에서, 가끔씩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저자가 아름답게도 느껴졌지만, 벌판에 홀로 선 야생초처럼 외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에겐 존경하는 남편이 있고, 좋아하는 일이 있고,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니, 세상과 타협하기 보다는 작은 것들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 갈 것이다.

 

(사진 출처: Daum 검색 - 고민정의 트위터에 올라 왔던 사진)

 

2011년 12월에 결혼 6년만에 득남까지 하였으니 그렇게 그녀는 행복을 쌓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녀는 7년의 열애끝에 시인으로부터 '청혼'이란 시로 청혼을 받았다고 한다.

 

 

청혼

- 조기영 -

외로움이
그리움이
삶의 곤궁함이 폭포처럼 쏟아지던
작은 옥탑방에서도
그대를 생각하면
까맣던 밤하늘에 별이 뜨고
내 마음은
이마에 꽃잎을 인 강물처럼 출렁거렸습니다.

늦은 계절에 나온 잠자리처럼
청춘은 하루하루 찬란하게 허물어지고
빈 자루로 거리를 떠돌던 내 영혼 하나 세워둘 곳 없던 도시에
가난한 시인의 옆자리에서 기어이 짙푸른 느티나무가 되었던 당신.
걸음마다 질척이던 가난과 슬픔을 뒤적여
밤톨같은 희망을 일궈주었던 당신.
슬픔과 궁핍과 열정과 꿈을 눈물로 버무려
당신은 오지 않은 내일의 행복을 그렸지요.
그림은 누추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눈이 시렸을 뿐.

수 많은 기억들이 봄날의 벚꽃처럼 흩날려버릴 먼 훗날,
어려웠던 시간, 나의 눈물이
그대에게 별빛이 되고
나로 인해 흘려야했던 그대의 눈물이
누군가에게 다시 별빛이 될 것입니다.

가을을 감동으로 몰고가는 단풍의 붉은 마음과
헛됨을 경계하는 은행의 노란 마음을 모아,
내 눈빛이
사랑이라는 한마디 말도 없이
그대의 마음 속으로 숨어버린 그 날 이후,
내 모든 소망이었던 그 한마디를 씁니다
저와 결혼해주시겠습니까!

푸른 하늘에
구름을 끌어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그대의 사랑에 대하여 쓰며
천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날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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