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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후에야 - 북미 최후의 인디언이 천 년을 넘어 전한 마지막 지혜
위베르 망시옹.스테파니 벨랑제 지음, 권지현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포리스트 카터의 자전적 성장 소설인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감명깊게 읽었던 날이 있다.
체로키 족 인디언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인디언의 삶과 지혜를 가르쳐 주는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자연과 교감을 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오랫동안 가슴에 남았던 기억이 난다.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후에야>도 북미대륙의 크로족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아메리카 대륙에 백인들이 들어 온 후에, 그곳은 백인들의 가치관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그런 백인들 중에도 인디언들의 생활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생각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바로 이 책의 저자인 '위베르 망사옹'인데, 그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로, 어느날 북퀘벡에 사는 인디언 '크리족'을 만난 후에 수 년간에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인디언들로부터 그들의 삶과 지혜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처럼 감동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 책은 크리족의 생각을 살펴 볼 수 있다는 것에 그 의미를 두어야 할 것이다.
오래전 백인들이 그들의 삶의 터전인 북미 대륙에 들어오자, 크리족은 소유라는 개념조차 없었기에 그들이 가진 것을 모두 백인들에게 주게 된다. 광물이 있는 곳을 가르쳐 달라는 백인들에게 그곳을 가르쳐 주었고, 그 결과 백인들은 광물을 가져 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들의 삶의 터전을 황폐화시켰던 것이다.
크리족은 무소유만을 가치있는 것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도 시작과 끝이 없는 돌고 도는 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젖어온 우리들의 관념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점들도 많기는 하지만, 그것이 크리족이 살아온 방식이고,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지혜인 것이다.
저자는 이런 크리족의 이야기를 백인과 비교하면서 예로 부터 내려오는 그들의 생활 습관, 풍습, 종교관, 자연을 대하는 태도, 가정교육, 죽음, 의술, 영적인 것에 대한 것들을 다양하게 살펴 나가는 것이다.
" 관찰의 단계를 지나 관조의 단계로 들어서면 자연은 펼쳐진 책과 같다. 풍경은 책 속의 문장이고, 하늘은 목차이다. 물의 변화와 흐름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체취, 공기의 맛 등, 에너지가 없는 종이책에서보다 인간의 조건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은 바람이 아니던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나뭇가지를 흔들고 호수에 물결을 일으키고 오리의 깃털을 헝클어 뜨리는 바람은, 아이로 하여금 어른이 40년에 걸쳐 배운 것을 단숨에 깨닫도록 해준다. 보이지 않는 것이 세상을 다스린다는 그 진리를. (p.p. 61~62)
크리족은 이처럼 자연 속에서 책 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워 왔던 것이다.


내가 이 책 속에서 가장 감명을 받았던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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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저녁, 체로키족 노인이 손자에게 내면의 감동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얘야, 우리 안에 있는 두 마리 늑대가 싸움을 벌이고 있단다. 그 중의 한 마리는 못 된 늑개지, 그것은 분노, 질투, 후회, 탐욕, 거만, 무시, 죄의식, 원한, 열등감, 거짓말, 불명예, 우월감이란다.
다른 한 마리는 착한 늑대란다. 기쁨, 평화, 사랑, 희망, 경건, 겸손, 친절, 공감, 너그러움, 진실, 동정, 믿음이지. "
손자는 골똘히 생각하더니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 그럼 어떤 늑대가 이겨요?"
"네가 먹이를 더 많이 주는 늑대가 이기지. " (p.p. 108~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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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인디언들의 자녀교육은 유태인의 탈무드의 내용만큼이나 큰 감동을 준다.
어떻게 생각하면, 별로 큰 가르침이 아닌 것같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이야기만 들려주지 답은 아이들이 내리도록 하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과연 어떤 늑대에게 먹이를 더 많이 주고 있는가 생각해 보게 된다.
크리족은 삶의 터전이 자연이기에 자연과 더불어 살아 간다. 그래서 크리족은 자연과의 아름다운 동행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그들은 동물을 사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지만, 그들에게는 사냥이 신성한 일이라고 하니, 자연스럽게 자연에서 그들의 의식주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또한 흥미로운 것은 책의 내용을 읽다 보면, 고대 그리스의 신화, 기독교, 불교가 가르치는 지혜가 크리족의 지혜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은 서로 사는 세상이 다르기는 했지만, 그들의 삶을 지탱해 주는 근간은 일치하는 것들이 많은 것이다.
이 책은 인문서적이기에 인디언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나 자기계발서보다는 다소 읽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크리족에 대해서 인류학적으로, 사회학적으로 고찰해 본 책이라는 점에 큰 의미를 두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삶을 통해서 우리의 현실을 생각해 보는 혜안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