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에 담아 온 중국 - 거친 세상으로 나가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주는 특별한 선물
우샹후이 지음, 허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배낭에 담아 온 중국>은 책제목만으로는 여행관련 서적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런데,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떠난 여행 이야기가 기행문 형식으로 쓰여지기는 했지만, 이 책은 여행서가 아닌 중국 역사와 문화에 관한 책이다.

 

 

우선, 이 책의 저자인 '우샹후이'부터 살펴 보면,

그는 대만에서 국민적인 존경을 받는 지식인이다. 1970년대에 자신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대입시험을 거부한 소년>이란 책을 통해 입시 위주의 교육 시스템을 비판하였다. 이 책은 대만판 <호밀밭의 파수꾼>이라고 칭해진다고 한다.

1980 년대에는 주간지의 편집장, 잡지 창간 등을 통해 대만의 권위체제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의 저서로는 국가 기행 3부작인 <핀란드의 아름다움>, < 아일랜드에 감탄하다>, < 경이로운 노르웨이>가 있다.

저자는 그동안에 세계 40 여개국을 여행하였으며, 중국의 경우에도 22 년 동안에 중국의 25개 도시를 여러 차례에 걸쳐서 여행을 하였다

그는 '국가 기행 3부작'에 이은 두 번째 프로젝트로 '부자 기행 3부작'을 쓰기로 한다.

'부자 기행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 <배낭에 담아 온 중국>이다.

그에게는 세 명의 아들이 있는데, 그중의 첫째, 둘째 아들이 대학을 마치고 사회인의 길로 들어 서게 된 것이다.

두 아들은 중학교에서 대학교에 이르는 과정에서 대만을 떠나서 영국, 미국, 일본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면서 곧 사회인이 되어 부모곁을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떠나야 하는 시기이기에 아버지는 두 아들에게 '졸업 여행'을 시켜 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큰 아들에게는 중국 종단 여행을, 둘 째 아들에게는 중국 횡단 여행을 함께 하려고 했던 것인데, 둘째 아들은 졸업후에 곧바로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게 되어, 중국 종단 여행만을 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 아버지가 아들에게 여행을 함께 하기를 희망했을 때에 큰 아들은 이슬람권으로 가고 싶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중국 종단을 제안하는 것이다. 아들은 실망이 컸지만....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은 풍광이 좋은 여행지가 아니라, 중국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주고 싶었던 것이다. 중국을 안다는 것은 중국 뿐만아니라 자국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안내 역할을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 중국을 알지 못하면 결코 완전한 세계관을 가질 수 없단다. " ( 책 속의 글 중에서)

특히, 큰 아들은 국제관계학을 공부하였고, 앞으로 정치계로 나가기를 희망하기에, 아버지는 아들에게 중국을 보고, 느끼게 해 주고 싶었던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여행.

소통이 단절된 요즘에는 참 어울리지 않는 관계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여행의 동반자가 된다는 것은 서로 같은 곳을 보는 것이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가능한 것이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추억을 담아 주기 위한 여행이 아닌, 중국의 과거와 현재 속에서 미래를 내다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질 수 있게 해 주고 싶었던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은 중국의 헤어허에서 하얼빈, 선양, 베이징, 다롄, 뤼순, 칭다오, 상하이, 홍콩을 여행하게 된다. 한 번에 종단한 것은 아니고, 몇 차례에 걸쳐서 가게 된다.

 

 

 

 

 

헤이허에서 그들은 중국의 마지막 왕조였던 청의 정체성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한족이 세운 국가가 아닌 원, 청이 거론되고, 그것이 중국 역사에서 가지는 의미에 대하여 서로의 의견을 이야기한다.

 

 

중국이 근대에서 현대에 걸쳐서 맺었던 불평등 조약은 약 300~400 개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불평등 조약에 대해서 공부를 한다. 그 중의 시모노세키 조약이나 난징 조약의 경우에는 인터넷을 검색하여 그 원문을 찾아 읽고, 그것을 분석해 본다.

강대국의 조계지였던 도시들, 그곳에는 그 도시를 차지했던 국가들의 모습이 또렷하게 남겨져 있다.

러시아인들이 '상트페테르 부르크'를 본떠서 만든 도시 하얼빈,

 

 

 

1897년 독일에 강제 점령되어 독일의 조계지였던 칭다우는 그후 일본에 의해 2차례 점령되기는 하지만, 독일에 의해서 계획도시로 건설되었기에 독일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홍콩은 물론 지금도 1국가 2체제인 곳이니 그 모습은 또한 중국 본토에서 느낄 수 있는 느낌과는 다르고 할 수 있다.

중국은 한 나라 안에서도 같은 중국인이라도 생활수준은 한 세기를 넘나든다. 어느 곳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서 사는 모습이 판이하게 달라 질 수 있는 것이다.

홍수와 가뭄이 공존하고, 고성장과 고실업이 동시에 나타나는 곳이기도 하다.

2010년 중국은 GDP 총액이 세계 2위였지만, 중국인들의 도덕성은 하위권에 속할 정도이다.

중국인들은 질서 의식도 예의도 양심도 없는 행동들을 거리낌없이 하곤 한다.

많은 부분에서 격차가 심한 나라가 중국이 아닐까 싶다.

여행중에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것 저것 질문을 한다. 아들의 동문서답은 아버지를 놀라게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역시, 아버지와 아들, 세대 차이는 어느 나라 사람들이나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하면,

아버지 : " 상하이에 가면 루쉰을 네게 소개해 주마"

아들 : "루쉰이 누구예요" 아버지 친구분이에요?"

아버지 : " 그래, 내 아들아"

'그래, 너같은 아들을 둔 나는 몸을 던져 죽고 싶은 심정이구나'라는 말을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 참고 사항 - 루쉰: 1881∼1936년. 중국의 소설가, 소설과 산문을 넘나드는 활발한 문필활동을 전개하여 중국 사회에 드리워진 암흑의 근원을 파헤치는 데 혼신을 바쳤다. 오늘날 그는 봉건의 극복과 근대의 실현을 위해 치열한 고투를 벌인 문학가이자 사상가로서 널리 평가받고 있다. 그의 대표작인 <아Q정전>은 중국사회와 민중의 현실을 그린 소설이다. )

 

몇 년전에 아들과 둘이 대만을 거쳐 홍콩, 마카오에 간 적이 있다. 아들의 겨울 방학을 이용해서 갔기 때문에 남편은 함께 가지를 못했다.

친구들과 갈 법도 한데, 엄마와 동행을 해 준다니 다행스럽기도 했는데, 그 여행에서 궁금한 것은 대만 사람들이 중국에 대해서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대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야류라는 해변 공원이 있다. 천 만년 이상의 침식과 해융 풍화작용으로 생긴 지질공원이다. 그런데 이곳을 가려다가 일정을 바꾸어서 가게 된 곳이 총통부였다.

 

 

(사진 : 상 - 대만 총통부 모습, 하- 총통부 근처 (멀리 총통부가 보인다) - 여행 앨범 속에서

 

이곳은 우리나라로 치면 청와대라고 할 수 있다. 총통이 집무를 보는 곳이다. 입구에서 여권까지 모두 맡기고 표찰을 달고 이곳에 있는 안내인의 가이드를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단체 관람도 아닌 단 두 명의 관람객이었지만, 입구에서 어떤 언어의 가이드를 원하는가를 묻고는 여자 영어 안내인을 소개시켜 주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총통부의 건축, 일본이 지배할 당시의 모습, 역사적 사실, 장졔스의 집무당시의모습 등을 사진과 전시품 등을 통해서 볼 수 있었고,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 안내인은 아주 친절하여 궁금한 것들을 많이 알려주었는데, 대만 국민들의 생각이나 정부에 거는 기대, 정부의 위상 등을 자신의 나라라고 해서 미화시키지 않고 진실되게 이야기해주었다.

그래서 여행에서는 좋은 풍광 못지 않게 그 나라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저자는 특히 역사적 평가와 견해에 대한 나라마다의 차이점을 아들에게 일깨워 주려고 한다. 제 2차 세계대전을 중국과 러시아가 보는 관점에서 평가하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중국 종단 여행을 통해서 아버지는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중국의 정치, 경제, 지리, 교육, 사상, 현재의 상황까지 함께 공부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종합해서 중국의 미래와 그것이 세계사에 미칠 영향까지를 아들이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큰아들과 아버지의 여행은 많은 것들을 깨우쳐 주면서 끝났고, 둘째 아들과의 중국 횡단 여행은 연기가 된 상태이다.

그리고 아버지는 이 책의 출간에 즈음하여 <한국의 독자들에게>를 통해 지금 '부자 기행 두번째 국가인 일본에 와 있음을 이야기한다.

아직 세 번째 국가는 미정이라고 하는데, 혹시 한국?

저자는 25년전에, 그리고 5년전에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한다.

아시아에서 중국, 일본을 여행지로 선택했다면, 한국도 다음 여행지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된다.

그렇다면 모든 분야에 걸쳐서 다양하고 해박한 지식을 분출해 내는 그에게서 한국의 모든 이야기가 펼쳐질 수도 있을 것이며, 그것은 우리나라의 과거, 현재, 미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텐데....

책 속의 글들을 보면 중국인들이 대만에서 취업을 하거나, 중국 여자들이 대만 남자와 결혼하기를 바라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과 대만은 역사적으로 이념, 정치체제, 경제 원칙, 사회문화적으로 완연하게 다른 노선을 걸어 왔고, 대만인의 입장에서 보면 그런 것들이 좋은 시각으로만 보이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런 중국에 대한 생각을 사실적이면서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 역시 서로 다른 세대이기에 생각과 관심 분야가 다름에도 그 차이를 원만하게 해결해 나가면서 아들은 아버지에게서 배울 수 있는 많은 것들을 토론하고 분석하면서 배워 나가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의 아버지와 아들을 자주 떠올리게 되었다.

아버지의 깊이있는 질문에 자주 동문서답을 하는 아들이기는 해도, 무엇인가를 배우겠다는 아들의 마음을.

그리고 그런 아들이 때론 탐탁치 않게 생각되면서도 고운 눈길로 무엇인가를 느끼게 해주려는 아버지의 마음을.

" 아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여유롭고 편안하고, 아버지와 함께 하는 여행은 친근하지만 절제가 필요했다. 이것이 우리가 여행하는 동안 느낀 부자의 정이다. " (p. 258)

우리 사회의 아버지와 아들 !!

중국 종단은 못 하더라도, 서울 시내 구경이라도 함께 나가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대화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아니, 같이 나갈 수나 있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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