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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한 인생
은희경 지음 / 창비 / 2012년 6월
평점 :
은희경의 소설책이 몇 권 책장에 꽂혀 있다. 오래된 책도 있고, 문학상 수상작이 수록된 문학상 수상집도 있다.
근래의 책으로는 청소년 성장소설인 <소년을 위로해줘>와 그 책을 쓴 후에 그당시의 생각들이 담긴 산문집 < 생각의 일요일들>이 있다.
그동안 은희경이 쓴 책들을 골라 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신간이 출간되면 그래도 잊지 않고 읽고는 했었다.
가장 최근에 쓴 소설이었던 <소년을 위로해줘>는 청소년 성장 소설이기에 그의 문학성이 그리 뛰어나게 나타나지는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이번에 읽게 된 <태연한 인생>은 왠지는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몰입도 잘 안 되고, 서걱거리는 느낌이 드는 소설이다.

아마도 소설 속의 남녀 주인공이 각기 다른 자신만의 세계와 살아가는 방식이 다른데서 오는 이야기들이 내 마음 속에서 삐걱거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야기의 시작인 여자 주인공 류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만남.
공중전화를 거는 모습에 반한 류의 아버지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던 엄마와 결혼을 하게 되지만, 결국에는 아버지의 무능력과 외도로 인하여 파경에 이른다는 짧은 류의 서사에서 부터가 아닐까 한다.
나는 아마도 그들의(류의 부모) 사랑이야기가 이 책의 중심 스토리겠거니 했는데, 요셉이 등장하는 것이다.
한참을 요셉이란 인물과 류의 관계를 연결지어 생각하지를 못했다.
류의 이야기와 요셉의 이야기는 추천사를 쓴 '씨네 21' 기자 김혜리의 글을 인용하면,
" '류'와 '요셉'의 세계를 오가는 <태연한 인생>에서도 나는 류를 편애하고 말았다. 이 소설은 대칭인 듯 비대칭이다. 동일한 전지적 시점으로 쓰여졌지만, 요셉은 말을 쏟아내고, 류는 생각을 한다. " (책 뒷 표지 글 중에서)
그렇다. 두 주인공에게 배분되는 이야기 내용은 요셉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이다. 류의 이야기도 그녀의 이야기보다는 그녀의 부모의 서사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요셉의 이야기는 현재의 이야기와 일상의 이야기에 그 무게를 두는 반면에, 류의 이야기는 과거의 이야기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어쩌면 낯설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책 속에 또 다른 이야기인 액자구성의 이야기로 <위기의 작가들>이나 <다섯 말이야기>도 그런 느낌을 많이 가져다 준다.
은희경이 이 소설을 통해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사랑과 삶, 그 속에는 사람마다 오해도 있을 수 있고, 거짓도 있을 수 있고, 배신도 있을 수 있으며, 그것들은 서로 얽히면서 관계를 맺어가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을까 한다.
류의 엄마가 고통 속에서 세상을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즉흥적인 생각에서 사랑을 택했던 아버지가 생활 속에서 무책임하였고, 끝내는 외도에 의한 배신을 하는 것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어머니의 삶을 보아 온 류로서는 요셉의 한 순간의 행동을 이해해 줄 수도 없었고, 받아 들일 수도 없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류와의 결별은 요셉을 냉소적이고 위악적인 사람이 되게 했을 것이다.
아뭏튼 잘 모르겠다. 서로가 확 털어 놓고 소통을 한다면 해결될 수도 있는 문제를 왜 모두 가슴 속에 묻고 혼자만 고통스러워 하다가 결별이란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는...
서로 화해할 수 없는 세계가 왜 존재하여야 만 했는가를...
"<태연한 인생>은 그러므로 연애소설이면서 세태소설이자, 빼어난 교양소설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우리 시대 인생과 사랑에 관한 매력적인 성찰과 사색을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 녹여낸 수작이자, 은희경 문학의 탁월한 한 성취라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는 작품이다. 은희경을 읽는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반가운 기쁨으로 다가갈 작품이다. " (출판사 서평 중에서)
'인생과 사랑에 관한 매력적인 성찰과 사색'이 무엇인지를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찾아 낼 수 없었다. 그냥 소설의 전개방법 등이 어수선하게 머리 속을 스쳐가곤 했다.
좀더 명쾌하게 써내려 갔다면 좋았을 것을, 소설 속에 이러 저러한 기법들을 곳곳에 나열한 듯한 것들이 읽는 독자들의 집중력을 떨어 뜨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소설 마지막 부분의 '요셉의 노래'. '류의 노래'는 줄거리를 정리해 주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필요한 부분들 처럼 느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