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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형의 Paris Talk - 자클린 오늘은 잠들어라
정재형 지음 / 브이북(바이널)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저자인 정재형이 누구인지 얼마전까지도 잘 몰랐다. 작년인가 무한도전을 통해서 그를 처음 보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올라와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아마 2011년 9월경에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정재형의 절친인 이적이 말한 내용인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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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은 불과 몇 달 전 대학가요제에서 이효리와 정재형이 만나 벌어진 사연을 공개했다. 이적은 “지난 겨울 대학가요제 대기실에서 정재형이 이효리씨 부모님을 만났다 . 부모님이 잘 몰라하셨다. 그래서 이효리씨가 ‘엄마 인사해. 정재형이라고 가수야’라고 소개했다”라며 “그랬더니 어머니가 ‘아 무명가수시구나’라고 했다. 불과 몇 달 전이었다”고 말해 웃음을 선사했다. (인터넷 기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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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뮤지션들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면,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러나, 정재형은 대학에서는 작곡을 전공한, 그리고 솔로 앨범을 발표하기도 하고, 다른 가수들의 곡 작업에 참여하기도 한 인정받는 뮤지션이다.

그리고 정재형은 서른이라는 나이에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나서 도볼 파리 고등사범 음악원 Ecole Normal de Paris 에서 영화음악(M.P. Mestal 사사)고등 디플롬과 작곡과(M.M. Merlet 사사) 고등 디플롬을 졸업하였으며, 최고 연주자 과정을 수료하였다.

(사진 설명 : 지금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기에 더 재미있는 사진이다)
<정재형의 Paris Talk: 자클린 오늘은 잠들어라> 는 정재형의 9년간에 걸친 파리 유학 생활에서의 일상을 잔잔하게 그려나가는 책이다.

이 책은 2008년에 출간되어 지금은 절판된 책이다.
책을 펼쳐서 몇 장을 읽다 보니, 이미 읽었던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출간 당시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책인 것같다..
도서관의 책들은 책띠를 걷어 내고 서가에 자리를 잡게 되는데, 내가 중고샵에서 구입한 이 책의 책띠를 벗겨 보니, 책 표지도 낯이 익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이 책의 저자인 정재형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기에, 지금과는 다른 생각으로 책을 읽었고, 그래서 책 내용도 앞부분만이 생각이 난다.
정재형의 어머니가 생일때 마다 파리로 보내 준다는 김치 사건만이 또렷하게 떠오르는 것이다.

이제는 이 책의 저자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기에 책 내용은 전에 읽었던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흔히 유명 연예인들의 책이 선전만 거창하고, 내용은 별 볼 일이 없는 것과는 다르게 여행 에세이로 읽어도, 일상을 담은 에세이로 읽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뮤지션다운 감성과 재치가 넘치는 이야기들이 눈길을 끈다.
책띠의 글인,
" 3개의 짜증과 4개의 우울함,
그리고 45개의 유쾌함으로 파리를 이야기하다." (책띠의 글 중에서)
무엇이 짜증이고, 무엇이 우울함이고, 무엇이 유쾌함인지는 구분할 필요도 없이 정재형다운 미소와 그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웃음 소리가 책 속에서 틔어 나오는 듯하다.

그는 파리로 유학을 떠나 온 이유를,
" 온전히 나로 있을 수 있는 곳,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 나에겐 파리였다." (p. 55)
그러고 보니 파리가 꽤나 잘 어울리는 남자이기도 한 것이다.
글, 사진, 일러스트까지 모두 그의 작품인 것이다.

간혹, 정재형의 모습이 찍힌 사진들은 그와 같은 길을 걷는 이상순이 찍거나, 주변 사람들이 찍어 주기도 했다.
책을 읽던 중에 혼자 빙긋이 웃게 되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파리 생활 중에 한국에 음악 작업을 하기 위해서 여러 차례 들어오게 되는데, 그때의 에피소드이다.
코디였나 누군가 정재형의 머리숱이 적어 지는 것을 보고 피부과에 모발 이식에 대한 상담을 하러 간다.
피부과 의사의 말, 머리에는 혈관이 많아서 수술을 할 때에 '피. 가. 철. 철. ' 흐른다는 말에 거의 쇼크 상태에 빠졌던 에피소드.
그의 얼굴이 떠오르니, 더욱 겁먹은 얼굴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공항 굴욕 사건인 너부러진 빨래 보따리 속에서 튀어 나온 팬티사건.
이렇게 그의 일상은 뮤지션으로서의 작업의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어눌한 듯하면서도, 예민해 보이고, 넉넉한 웃음이 있는 것같으면서도 까칠할 것만 같은 모습의 그를 잘 표현해 주고 있다.
파리의 볼거리, 맛집, 카페 등을 자신이 직접 그린 지도와 함께 독자들에게 선사하기도 한다. 2008년의 파리 이야기이니, 그 중에는 사라진 곳들도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친구들의 방문이야기는, 김동률, 이적, 엄정화, 유희열, 최재윤, 그리고 후배 이상순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도 하다.
부록처럼 실린 시칠리아, 암스테르담, 세네갈 등을 여행한 이야기도 흥미를 끈다.
잠깐 파리를 여행하고 쓰는 그런 이야기가 아닌, 파리에서 살아온 9년간의 일상의 이야기이기에 보물처럼 숨어 있는 파리의 모습을 만날 수도 있는 것이다.
작곡만 잘 하는 줄 알았던 정재형은 필체 역시 위트가 넘친다. 그리고 사진을 찍는 앵글도 다채롭다.
일러스트도 잔잔함이 있다.


<정재형의 Paris Talk: 자클린 오늘은 잠들어라>가 아니었으면 알 수 없었던 정재형의 매력을 이 책을 통해서 만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