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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그램 - 내겐 너무 무거운 삶의 무게 ㅣ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수신지 지음 / 미메시스 / 2012년 5월
평점 :
암이란 질병은 소리없이 찾아 온다. 의사로부터 암에 걸렸다는 말을 듣는 순간 세상은 한순간에 허물어지고 마는 것과 같은 충격을 받을 것이다.
<3그램>은 그런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 아닐까 한다.
시작은 아주 작은 것에서 비롯되지만, 그 과정은 힘겹고, 그 과정을 거쳐 나가게 되면 희망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게 해 준다고 할까.
작가 자신이 27살에 겪은 암투병기이기에 책의 내용은 상당히 사실적이다. 병원에 입원했었거나,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작은 에피소드들도 실감있게 표현을 하고 있다.


더군다나, 책 속의 그림들은 각각의 상황에 따라서 환자들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리얼하고도 다양하게 그려 내고 있다.
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는 과정도 이 책의 내용처럼 아주 사소한 변화에서 오게 되는 것이다. 갑자기 배가 나온다고 해서 난소암에 걸렸으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처럼 그저 살이 쪘겠거니, 생각하게 될 것이고, 그래도 의심이 된다면 동네 병원, 그리고 조금 더 큰 병원, 나중엔 종합병원으로...

27 살에 난소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는 과정, 입원, 수술 전의 이야기, 수술실에 들어가는 순간 머리 속을 스쳐가는 생각들, 수술, 입원실에서의 작은 시비들, 항암치료, 퇴원, 정기검진 등의 환자들이 거쳐야 하는 과정들을 예리하게 분석하여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수술실을 들어갈 때의 그 심정은 그 누구나 다 같을 것이다.
" 엄마, 언니, 그리고 내 남자 친구야.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p. 51)

입원 환자들의 다양한 모습을 한 장의 책 속에 담아 낸 이 그림.
환자들의 모습에는 자세한 얼굴 표정을 그려 넣지도 않았건만,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들의 마음을 그대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펼치기 전까지는 난소암에 걸린 사람의 투병기라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줄줄 흘러 내릴 것만 같은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 보다는 투병과정을 통하여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환자들의 마음과 일상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오히려 그런 것들이 더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특히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기에 병실에서 무료하게 일상을 보내는 환자들에게는 이 보다 더 위로가 되는 책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많은 독자들이 궁금해 할 책 제목인 '3그램'은 난소 한 개의 평균 무게라고 한다. 3 그램이 얼마나 작은 무게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이 3그램의 난소에 붙은 암 덩어리, 그것은 더 작은 무게일 것이다.
그렇게 작은 3그램이란 무게가 난소암 환자들에게는 그 어떤 무게보다 더 무겁고 힘든 상황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이 책의 작가는 암에 걸린 것을 알게 되는 과정에서 희망을 찾는 순간까지의 작은 그 무엇도 놓치지 않는 예리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눈물을 흘리면서 읽기 보다는 한 장, 한 장, 한 컷, 한 컷을 공감하면서 읽게 되는 책이다.
세상의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런 책인 것이다.
그리고, 책 속의 또 하나의 작은 책인 <NEVER GIVE UP>은 아주 작고 간단한 이야기이지만, 그 울림은 아주 크게 다가온다.

환자들이 아니라도, 그 누구에게나 " NEVER GIVE UP"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