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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우동 한 그릇
구리 료헤이 지음, 최영혁 옮김 / 청조사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이, 어른 할 것없이 많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우동 한 그릇>
이 책을 처음 읽었던 때가 언제인지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만큼 오래전에 읽었던 책이다.
그동안에 가끔씩 책장을 들여다 보다가 생각이 나면 꺼내 읽기를 몇 번을 했다.
읽을 때마다 감동적이었던 책을 큼직한 글씨체와 선명하고 정감어린 그림이 담겨 있는 책으로 또다시 읽게 되었다.
<어린이를 위한 우동 한 그릇>은 이번에 어린이용으로 새롭게 편집된 책이다.
이 책 속에는 세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첫번째 이야기 우동 한 그릇
두번째 이야기 산타클로스
세번째 이야기 마지막 손님
가장 잘 알려진 이야기인 <우동 한 그릇>은 지금의 어린이들로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이야기일 것이다.
일본에서는 섣달 그믐날에 우동을 먹는 풍습이 있는데, 그에 관한 이야기이다.

" 저.... 우동... 일 인분만 시켜도 괜찮을까요?" (p. 13)
밤 열시에 찾아 온 엄마와 두 아이가 시킨 우동 한 그릇.
이 이야기를 통해서 배려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늦은 시간에 찾아 온 세 사람이 시킨 우동 한 그릇.
몰인정하게 영업 시간이 끝났다고 돌려 보낼 수도 있고, 아니면, 친절하게 세 그릇의 우동을 대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인은 딱 한 그릇의 우동을 그들에게 내민다. 그들이 미안해 하지 않을 정도로 1인분과 둥근 우동 하나에서 반을 나누어서 만든 1인분 반만큼의 우동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 해에도, 그 다음 해에도....
어느 해부턴가 그들이 오지 않아도, 그들의 자리를 예약석으로 남겨 두고 그들을 기다리는 주인의 마음.
엄마와 두 아이가 14년이 지난 후에, 우동 한 그릇의 추억을 잊지 못하고 그 우동집을 찾아 오는 것은 주인 아저씨가 베푼 한 그릇의 우동이 가져다 준 용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주인이 아내의 말처럼 세 그릇의 우동을 내밀지 않은 깊은 속마음을 우린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동을 먹으러 온 모자에게 베풀어 줄 수 있는 배려였던 것이다.
무조건적인 친절보다 더 용기를 줄 수 있는 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인 것이다.
그래서 <우동 한 그릇>은 가난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짧지만 긴 여운이 남는 이야기이다.
두번째 이야기 <산타클로스> 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려서 3개월 밖에 살 수 없는 겐보오의 이야기이다.

몸은 아프지만, 행동이 활발하여서 병원을 환하게 만드는 겐보오는 병원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많은 친구들이 있다.
그의 어른 친구인 료헤이가 대신하는 산타클로스 역할.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다른 아이들은 모두 좋은 선물을 받지만, 겐보오는 엄마가 입던 스웨터를 풀어서 만든 오렌지 색 스웨터와 양말을 선물로 받는다.
침대 곁에 양말을 걸어 놓아도 산타클로스는 오지 않고....
료헤이는 어린 친구를 위해서 크리스마스 이브가 아닌, 크리스마스에 그가 원하는 것을 선물한다.
" 그래서 우리 겐보오의 얼굴이 어두웠구나, 그렇지만 겐보오, 내 말을 들어 보렴. 그러면 너도 산타 할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을거야... 산타 할아버지는 한 사람뿐이고 이 세상 모든 어린이들에게 돌아 다녀야 하거든. 그래서 바빠서 너에겐 못 들렀을지도 모른지. 틀림없이 행복하지 못한 아이들. 외로운 아이들부터 먼저 찾아가느라고 못 왔을거야." (p. 94)


어릴 적에 산타 할아버지가 엄마, 아빠인 것을 알지 못했던 시절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자신이 학교에 갈 수 있을 그 날을 기다리는 겐보오의 마음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료헤이가 겐보오에게 베푸는 작은 크리스마스 선물. 그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값진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니었을까.
세번째 이야기인 <마지막 선물>은 한 사람의 손님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않는 일본인의 장인 정신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과자.
그 과자를 사러 온 아들의 말에 정성이 깃든 자신의 과자를 보내는 그 마음.
그리고, 마지막 떠나는 영전에 바치는 한 상자의 과자.
일본인이 아니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 편의 이야기가 모두 잔잔하게 가슴에 다가온다.
물질 만능 시대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
가지고 싶은 것은 말만 하면 가질 수 있는 어린이들.
그런 어린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이 무엇인지, 배려가 무엇인지, 친절이 무엇인지, 장인정신이란 무엇인가를 알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독자들에겐 한 번 쯤 읽었던 짧은 글들이겠지만, 다시 한 번 읽어도 예전에 읽던 때의 그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나는 3편의 짧은 이야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