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그들처럼 떠나라! - 작가와 함께 떠나는 감성 에세이
조정래.박범신 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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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풍경 속을 흘러가며, 떠나 왔음을 실감한다.

이 실감을 더해 줄 길벗을 만나러 가는 길.

나는 여행 중이다. " (p, 338. 하일지 편에서)

 

 

<여행, 그들처럼 떠나라!>에는 문인 15 명의 길떠남이 담겨 있다.

책 속의 작가들은 이미 나와는 몇 십년 전부터 책으로 만나왔던 분들이다.

한때는 절필을 선언했었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은교>로 다시 만날 수 있었던 박범신,밤을 하얗게 지새우면서 대하소설 <태백산맥>, <한강>, <아리랑>을 읽었던 그 시절의 조정래, 비록 이야기는 짧지만 그 속에 담긴 마음이 아름다워서, 애절해서 가슴이 짠하였던 동화와 시로 만났던 정호승...

책읽기의 즐거움을 안겨 주었던 우리 문단의 중견 작가들이 어린 날의 추억이 담겨 있는 곳, 오랜 그리움이 밀려 오는 곳, 자신의 첫 소설의 첫 장면의 무대가 되었던 곳, 자신의 작품을 취재하기 위해서 넘나들곤 하던 곳, 문인들의 문학관이 있는 곳 등을 여행한다.

그것도 길벗과 함께.

 

 

 

첫 여행자는 <은교>의 박범신이다. 소설이 영화로 상영되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데, 그는 영화감독 정지우와 재즈 피아니스트 진보라와 함께 청산도를 찾는다.

" 여행이 좋은 건, 눈으로 보고 머리로 생각해야 하는 일상과 달리, 그저 가슴으로 느끼면 되는 '일탈'의 편안함 때문아닐까. 느리게 걸으면서 풍경을 사랑하다 보니, 시간이 천천히 흘렀으면 했던 내 연애시절이 생각난다. " (p. 23, 박범신 )

섬진강 시인 김용택은 감미로운 목소리의 가수 유열과 자신의 일상의 반경인 관람헌을 찾는다. 물결을 바라보는 마루라는 뜻을 가진 관란헌.

 

 

그리고 그들은 부안의 채석강, 모항에서의 갯벌 체험, 격포 해수욕장을 거쳐 곰소, 그리고 내소사까지 동행을 한다.

조정래 작가는 <아리랑>의 무대가 되었던 김제의 만경 평야에서 소리꾼 장사익과 함께 자신의 문학관이 있는 곳, 그리고 다른 작품의 배경이 된 곳까지 추억여행을 떠난다.

흥미로운 것은 그들과 동행을 하는 사람들이다. 김탁환과 남희석.

그들은 형, 아우 하는 사이인데, 그것은 자녀들이 같은 유치원을 다녔고, 근처에 살다보니, 해외여행까지 함께 하는 여행의 동반자가 되었던 것이다.

김탁환의 글솜씨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 때는 군복무 시절의 해군사관학교 국어 교관시절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는데, 그는 16년 전의 자신의 소설의 첫 페이지의 그 장소를 찾아 간다.

<불멸의 이순신> 8권이 탄생한 곳으로.

 

 

이 책에 소개되는 문인들의 글쓰기의 산실인 작업실도 공개된다.

좀처럼 구경할 수 없는 작가의 작업실.

 

 

 

그리고, 그들이 떠나는 여행지는 단 한 곳이 아닌, 그곳을 기점으로 1박 2일, 2박 3일을 함께 해도 좋을 곳들을 여행하는 것이다. 그 코스가 책 속에 담겨져 있으니, 이 곳을 찾을 여행자들에게는 좋은 여행 가이드 북 역할도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문인들이 직접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썼기에, 문인들의 글솜씨 만으로도 한 편의 짧은 산문을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들이 찾은 곳들은 많은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 곳에서 찍은 몇 장의 사진은 그 자체가 예술 사진이 되는 것이다.

 

 

 

성석제가 찾은 여행지에서 살짝 들어가 본 시골 이발소.

" 때로는 낡고 오래된 곳일수록 더 아름다워 보인다. 손대지않고, 꾸미지 않고, 그대로 같은 자리를 지켜 온 한결같음에 괜스레 가슴 한 켠이 짠해지니, 이제 나도 나이를 먹은건가." (p. 428)

정호승이 간 강진의 다산 초당으로 가는 길에는 땅 위로 드러난 소나무 뿌리가 계단이 된 곳이 있다.

내가 자주 산책을 가는 길에도 이런 길이 있어서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고마움을 느끼기도 했고, 마치 남루한 옷이 너덜너덜 찢겨진 것같아서 가슴이 아프기도 했던 소나무 뿌리들을 이 책 속에서도 만나게 된다.

 

(산책길에 찍은 사진 중에서)

 

" (...)지하에 있는 뿌리가 더러는 슬픔 가운데 눈물을 달고

지상으로 힘껏 뿌리를 뻗는다는 것을 (...)" (p. 455)

 

 

마지막으로 여행의 백미는 별미라고 했던가.

그들은 각자의 여행지에서 맛난 시골 밥상을 받기도 하고, 그 지방의 특별한 음식을 맛보기도 한다.

 

 

 

이렇게 문인 15명은 그들 나름대로의 그들이 가장 사랑하는 곳을 길벗과 함께 여행하면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문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 이 겨울의 추억이 또 하나 내 안에 새겨진다. 언젠가 메마르고 척박해진 내 가슴에 이 추억이 뜷고 나와 소설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 ( 구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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