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해도 괜찮아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탈선 프로젝트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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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해도 괜찮아>의 저자인 김두식은 그동안 <불멸의 신성가족/ 김두식 ㅣ 창비 ㅣ 2009>,<불편해도 괜찮아/ 김두식 ㅣ 창비 ㅣ2010>로 많은 독자들에게 잘 알려진 대학교수이다.

그의 저서로는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 헌법의 풍경>과 같은 책들이 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그의 저서를 단 한 권도 읽지를 못했다.

 

 

저자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것은 어쩌면 이 책을 읽고서 그의 저서들을 골라 가면서 읽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책을 몇 페이지 읽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솔직하게 써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자의 글솜씨는 누군가의 이목을 의식하지 않는 거침없는 이야기들이기도 하고, 자신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는 이야기들이기도 했다.

혹시, 거침없는 글이라고 해서 '막말'을 떠 올릴 수도 있는데, 그렇지는 않다.

자신의 내면, 그리고 사회적 현상들을 분석하는데 있어서 자신의 생각을 모두 까발리듯이(?) 털어 놓는다.

'까발린다'는 표현이 좀 거칠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의 책을 읽으면 그런 느낌이 든다.

<욕망해도 괜찮아>는 2011년 10월부터 6개월에 걸쳐서<색, 계>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연재되었던 글들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제목 그리고 부제인 "나와 세상을 바꾸는유쾌한 탈선 프로젝트'라는 글에서부터 의문이 들게 된다.

'욕망', '탈선' 이란 단어는 긍정적 의미 보다는 부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욕망'이란 사전적 의미는 ' 무엇을 가지거나 하고자 간절하게 바람, 가지거나 누리고자 간절하게 바라다' 이지만, 언제부턴가 부정적인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멘토가 아닌 여전히 자라는 과정에 있는 40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 책 속의 글 중에서) 고 말한다.

우리들의 내면에는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 과시 욕구가 존재하고 있기도 하고, 지금까지 가정에서, 학교에서 배운 상식들로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욕구가 존재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마음 한 구석에는 이런 저런 욕구들이 담겨 있고, 그런 욕구는 옳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되기에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남들을 의식하는 상황 속에서만 숨겨져 있는 것이지, 호시탐탐 남들이 보지 않는 이면에서는 탈선으로 이어져 오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들을 저자는 이 책에서 9 개의 주제로 나누어서 솔직하고 명쾌하게 분석한다.

계(戒) 와 색(色)의 세계에서, 즉 규범과 욕망 사이에서 계의 테무리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색을 훔쳐 보거나 살짝 그 속으로 들어 갔다가 나오는 사람들의 심리분석이나 사회적 배경 분석을 저자는 자신의 생각과 일상, 체험을 바탕으로 흥미롭게 분석해 나간다.

" 인간은 강렬하게 욕망하면서도, 무엇을 욕망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존재" (p.22)라는 르네 지라르의 말을 인용한다.

계 속에 갇혀 있는 욕망에 대한 분석은 마치 개콘의 <용감한 녀석들>처럼 용감하고 통쾌하기도 하다.

" 자신이 욕망의 덩어리임을 인정하고 나면, 남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길은 한결 따뜻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 (p. 42)

특히, 이 책의 2장 - 욕망을 통해 스캔들이 왔다 : 학벌문제와 희생양 사냥

3장 -사랑에 빠진 아저씨 : 제 때 불태우지 못한 소년의 열정 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신정아와 변양균'의 이야기에서 그 핵심을 찾고 있다.

신정아의 책< 4001>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그 책을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학벌문제와 엘리뜨 (책에 나온 창비의 표기법을 따른 것임) 계층의 탈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 우리 내면의 욕망을 조금만 솔직하게 인정한다면, 변실장은 그저 우리 주변에 있는 흔한 중년의 초상일 뿐입니다. 겉은 어른이지만, 속은 여전히 충분히 불태우지 못한 '소년'의 열정이 남아 있는 사람이죠. 바로 저처럼 말입니다. " (p. 71)

 

 

계 (戒)에 갇혀서 공부만 하고, 출세를 하기 위해서 인생의 대부분을 지내왔던 엘리뜨 계층의 탈선이었던 <4001> 속의 '똥아저씨'는 변실장이 아닌 현실의 인물이 아닌 중년 남성들의 욕망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하이 스캔들', 최영미 시인의 시 <돼지들에게>의 일탈하는 아저씨들을 '계'와 '색'이란 관점에서 분석하여 본다.

그리고 여기에 '사냥꾼이 된 아저씨들'이 마치 자신이 정의로운 사람인 것처럼 남의 행동을 감시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진다.

"표면적으로 보면 '계'의 사람들이지만, 숨겨진 '색'의 농도만큼 더 맹렬하게 돌을 던진다는 점에서 사실은 '색'의 사람들이라 할 수 있죠" (p. 94)

욕망과 규범 사이에 놓인 사람들에, 사회에 대한 분석은 예리하다.

6장 - 색의 인간, 계의 인간 : 성북동과 형 에서는 형과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경제적 계층과 사회적 계층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이어 나간다.

형이 일탈자였다면, 자신은 도덕적 감시자였다는 것이다. 같은 환경에서 자랐지만,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당위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이 책의 주제 중에 7장 - 플레이 보이 : 몸과 살이 소통 이 섣불리 이야기하기에는 껄끄러운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성과 순결 등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수단으로 말과 글과 살이 있다고 한다.

말과 글의 소통이 살의 소통보다 중요하고 고상하다고 믿는 분위기이지만, 실상은 인생을 뒤흔든 것은 살의 소통이란다.

우리는 그만큼 살을 중요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사랑에는 여러 유형이 있지만, 그 모든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기에 살의 소통을 즐기라 고 말한다.

세상이 많이 변했으니, 사랑과 성, 순결에 대한 이야기가 전보다는 많이 유연해 졌다고는 하지만, 자칫 이성적 판단을 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독자들에게는 역효과를 가져다 줄 수도 있는 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어서 색의 선을 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색을 넘어간 사람들의 행동들에 대해서 남이 어떻게 즐기는지에 레이더를 꺼야 한다고 덧붙인다.'


그런데, 독자 입장에서 보는 저자 역시 '계' 안에서 모범생의 길을 걸어 왔고, 사회적으로도 성공한 엘리뜨 계층이라는 아닌가 하는 것이다.

기독교 집안에서, 교장인 아버지에, 교사인 어머니, 학교에서는 최상위권의 성적, 24살에 사법고시 합격, 검사출신, 대학교수, 형과 누나도 대학교수이니..

 

 

 

그래서, 저자는 그동안에 만날 수 있었고, 들을 수 있었던 계층에 한정된 이야기들을 이 책 속에 담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그리고 저자 역시도 자라면서 일탈자인 형과는 달리 도덕적 감시자 로 살아 왔기에, 계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는 못한 삶을 살아 왔고, 살고 있으며, 선의 테두리를 넘어 가고 싶은 욕망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그는 계와 색의 구분을 짓지 않으면서, 생각의 폭을 넓히려는 태도를 가지고 살고 있다는 것은 책 속의 내용들을 통해서 알 수 있는 사실들이다.

 

 

" 선, 넘을 수 없으면 넓혀라." (p. 291)고 말하니까.

저자는 '자신과 다른 세계를 접하게 되면 그들에게 돌을 던지기 보다는 경계선을 넓혀라' 그리고 '너무 규범에 갇히지 말고, 살살 놀면서 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남의 시선에 신경을 쓰면서 겉으로는 계에 얽매여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색에 빠져 사는 사람들을 예리하게 분석하는 거침없는 이야기가 신선하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래도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이 '계'를 중시하였기에, '색'에는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의 내용에 모두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나와는 다른 생각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의 말처럼

" 선, 넘을 수 없으면 넓혀" 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욕망을 부인하고 억압하기 보다는 욕망을 분출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되도록이면, 건전한 방법으로...

남에게 들키기 싫은 자신의 속마음까지 훌훌 털어 놓는 저자의 글들이 신선해서 그의 다른 책들을 곧 읽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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