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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사막
김영희 지음 / 알마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지금은 PD 들이 자신이 제작하는 프로그램에 출연자들과 함께 화면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PD가 <1박 2일>의 나영석 PD와 <무한도전>의 김태호 PD 일 것이다.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PD 들의 모습과 목소리, 그리고 굴욕적인 상황까지 시청자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그런데, 이런 시도를 가장 먼저 한 PD가 김영희 이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쌀집 아저씨'라는 캐릭터로 스튜디오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출연은 신선한 시도였던 것이다.
그이외에도 촬영 현장의 소리를 함께 녹음한다거나, 자막을 넣는다거나 하는 획기적인 기획을 시도한 PD이기도 하다.
그에게 2011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 사건은 그에게 다람쥐 체바퀴돌듯 돌아가는 숨막히는 세상에서 한 걸음 물러설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 주었다.
살벌한 시청율 싸움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한다는 것은 부담감이 많은 일일 것이다.
당시 새로운 기획프로그램은 <나는 가수다>였다. 첫 방송의 첫 출연자인 이소라의 등장과 그의 노래에 대한 시청자 평가단의 반응은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 주었다.
그런데,첫 번째 탈락자가 김건모가 되었던 것이다. 이름이 불리는 순간의 싸늘한 분위기, 후배 가수들의 황당한 표정,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김영희 PD는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것이 그에게는 크나큰 실수로 남게 되었던 것이다.

홀로 떠난 여행, 60일간의 여행기간 동안에 29번의 비행기를 탔다고 하니, 제대로 된 여행이라기 보다는 마음을 추스리기 위한 여행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런 배경들을 생각하면서 이 책을 읽기로 했다.
그러나, 책이 배송되어 온 순간의 느낌은 싸늘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소금사막'이라는 아름다운 경관만으로도 남미 여행의 꿈을 책으로 꿈꾸었던 것이다.
그러나, 받아 든 <소금사막>은 내용이 궁금하여 몇 장 넘기는 순간,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보다는 여백이 더 많은 책. 사진보다는 김영희 자신이 남미를 여행하면서 그린 그림들이 더 많은 책이다.
아름다운 풍경과 분위기 있는 남미의 골목 골목, 정열적인 탱고에 관한 사진과 글을 기대했었던 나에겐 좀 황당한 책이라고나 할까?


저자는 60일간의 여행을 스케치 북 한 권과 디지털 카메라 속에 담았고, 그것의 일부를 이 책 속에 실어 놓은 것이다.
책과의 첫 만남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간결한 그림 속에 자필로 쓴 짤막한 글들은 나름대로 가슴에 와 닿는 문장들이 꽤 있었다.
그리고, 그림과 사진 사이 사이에 쓴 산문들은 그의 삶을,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다.
진실된 마음이 엿 보이기에 그 글들은 마음 속에 와 닿는 것이다.


"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 ( 책 속의 글 중에서)
" 나를 가장 정신차리게 하는 질문.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 책 속의 글 중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는 말은,
" 지금 하세요 !
NOW or NEVER !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영원히 못할지도 모릅니다.
인생... 지금이 전부입니다. " ( 책 속의 글 중에서)

첫 느낌보다는 책 속으로 들어 갈수록 마음에 와닿는 글들이 있지만, 그렇고 하더라도, 책의 내용에 비하여 책값이 너무 비싸다.
정가 : 16,500 원. 판매가 : 14,850원

작가 지망생들이 여러 해를 고생하여 글을 쓰고, 쓰는 과정을 거듭하면서도 단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지 못하는 현실에 비하면, 이런 책들은 '날로 먹는 것같다' (인기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 나오는 대사 중에서)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