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 장영희 교수의 청춘들을 위한 문학과 인생 강의
장영희 지음 / 예담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장영희 교수가 우리들의 곁을 떠난 지가 벌써 3년이 되었다.

책을 통해서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들은 글감을 일상 생활 속의 사소한 것들에서 얻기에 누구나 공감을 할 수 있는 글들이며, 문체 역시 쉽고 편안해서 읽기에 부담감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그녀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항상 맑은 미소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장영희 교수보다는 그녀의 아버지인 장왕록 박사를 책 속에서 더 먼저 만날 수 있었다.

5권인가로 구성되었던 펄벅 전집에는 '장왕록 역' 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었고, 밤을 새워 있었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비롯한 많은 책들에서 역자의 이름으로 보게 되었던 분이기 때문이다.

그가 펄벅의 작품 80 여편 중에 21 작품을 번역을 하였기에 펄벅이 우리나라를 방문햘 때는 자연스럽게 장왕록 박사를 만났었다고 한다. 그래서 장영희 교수의 추억 속에 펄벅이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고 한다.

장영희 교수의 글 속에 나오는 아버지는 단칸방에서 자녀들이 보는 가운데 책을 읽고, 번역을 하는 모습으로 기억되는 것이다.

그런 아버지의 영향으로 많은 책을 읽었고, 나중에는 아버지와 함께 번역한 작품들도 여러 편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많은 독자들도 나처럼 장왕록 박사를 기억하면서, 장영희 교수를 기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해맑은 미소를 기억할 것이며, 신체적으로 장애를 가졌지만, 그런 역경을 슬기롭게 이겨나간 그녀의 모습을 아름답게 기억할 것이다.

장영희 교수는 우리들에게 영미시를 산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고, 문학을 사랑하는 '문학 전도사'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녀가 우리곁을 떠난 지 3년이 되었지만, 그냥 보내기에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그런데, 생전에 문학 사랑의 생각들을 엿 볼 수 있는 육성이 담긴 강의록이 남겨져 있었던 것이다.

'청소년을 위한 인문 특강- 문학편'이란 주제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내용들이다. 그것을 녹취해서 정리한 것이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이다.

 

 

이 책은 장영희 교수가 청소년들에게 문학과 인생을 강의한 기록을 담아 놓은 것이다.

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작품에서의 표현방법, 서술방법, 문학작품을 대하는 자세, 나는 왜 책을 읽을까?, 작가란 무엇인가?, 글쓰기의 원칙....

 

 

 

 

책읽기를 등한시하는 청소년에서부터 앞으로 문학가를 꿈꾸는 청소년까지, 그 어떤 이가 읽어도 공감할 수 있는 문학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 문학의 주제를 아주 크게 얘기한다면 어떻게 삶을 살아가는가를 보여주는 'How to live (어떻게 살 것인가)', 거기에 덧붙이면 'How to live & 'How to love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모든 것이 '사랑의 관계'인지 모릅니다. 어떤 것을 더 좋아하고,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떻게 해야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를 말해주는 것이 바로 문학입니다." (p. 28)

 

 

장영희 교수는 강의를 하면서 일상생활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많은 일화들을 들려준다.

그중에서 그녀가 하버드대에 교환교수로 갔었을 때의 일을 들려준다. 교수들의 모임에서 옆 자리에 의대교수가 앉았다고 한다. 그런데, 문학을 전공한 자신이 들어도 놀라울 정도로 문학에 관해서 폭넓은 지식들을 가지고 있고, 책도 상당히 많이 읽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 교수에게 의대 교수가 문학을 깊이있게 알고 있다는 말을 전하자, 의대교수는 미국에서는 대학교에서의 교양과정이 문학수업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하면서, 그런 것이 바탕이 되다보니, 환자의 초음파를 통해서도 그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까지를 감지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문학적 소양에서 오는 것이며, 환자를 치료한다는 것은 환자의 마음까지 포함하는 것이기에 문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 (....) 문학은 학문이라기보다 삶 자체 (...) " (p32)

 

 

이에 비하면, 우리의 초중고등학교에서 대학 교육에 이르기까지의 문학수업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그 비중이 얼마나 미미한가를 생각해 보게 하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히 4장은 나의 삶, 나의 문학 Q & A 로 '문학 전도사','희망전도사'라고 일컬어지는 장영희 교수의 문학과 인생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싣고 있다.

 

 

이 부분은 문학을 전공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장영희 교수의 글쓰기 원칙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장이 될 것이다.

 

 

그리고, 5장에서는 미래에 영문학을 전공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영문학도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공부를 해야하는가를, 그리고 그들에게 추천하는 필독서, 짧은 단편쓰는 연습 등에 대한 이야기도 해준다.

 

 

책 속에는 그녀가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몇 편의 영미시를 소개된다. 원문과 함께.

그리고 그녀의 영미시 에세이인 <생일>이나 <축복>에서 익히 읽어 왔던 것처럼, 영문학자가 덧붙이는 짧은 코멘트가 담겨 있는 것이다.

 

 

힐러스 밀러라는 비평가의 한 문장,

"책은 내가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꿈이다" (p. 72)

우리들이 읽는 책이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꿈이라니....

너무도 멋진 표현이고, 책읽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짧고도 의미있는 문장이다.

 

 

생전에, 장영희 교수는 일간지에 '문학의 힘'이란 칼럼을 싣고 있었는데, 자신이 암 치료를 받으면서, 의사의 권유로 집필 활동을 접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일간지 독자들에게 칼럼을 끝내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쓴 '문학의 힘' 마지막 칼럼이 이 책 속에 실려 있다.

힘든 투병이었을텐데도 아주 담담하게 써 내려간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와 문학의 향기를 담고 있는 칼럼은 읽으면서 마음이 숙연해짐을 느끼게 한다.

넘어지고 또 넘어지기를....

많이 넘어져 봤기에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었다 그녀의 글은,

가슴에 아픔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녀의 인생앞에서, 문학을 향한 열정 앞에서 독자들은 한없이 부끄러운 자신의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다.

책 속의 사진으로 만날 수 있는 장영희 교수가 생전에 좋아하던 소품들, 그리고 강의 노트와 책들.

그녀의 수수한 모습처럼 옅은 향기가 널리 퍼지는 듯하다.

 

 

 

문학 속에서 성장했고, 그속에서 문학을 사랑했고, 자신의 역경마저도 힘겹다 하지 않고, 초연하게 받아들였던 그녀의 향기.

문학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본받을 점들이 너무도 많은 삶의 여정이었는데, 그녀는 그렇게 짧은 생을 마감했다.

다시 한 권의 책으로 만난 아름다운 사람의 문학과 인생이야기.

바로 어제가 3년전 장영희 교수가 이 세상을 훌훌 털고 홀로 떠난 날이다.

평소 가장 좋아했다는 시를 한 편 소개한다.

 

 

<만약 내가 / 에밀리 디킨슨>

만약 내가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이 아니리.

누군가의 아픔을 덜어 줄 수 있다면,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혹은 기진맥진 지쳐 있는 한 마리 울새를

둥지로 되돌아 가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이 아니리.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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