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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블루 - 언젠가, 어디선가, 한 번쯤은...
김랑 글.사진 / 나무수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내가 일생에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은 나라에 꼽아 놓고 있는 나라들 중에 한 곳이 크로아티아이다.
어떤 책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 책에서 '두브로브니크'를 예찬하는 글을 읽게 되고, 또 다른 책에서 '플리트비체'의 사진을 보게 되면서 크로아티아'에 관심이 가게 되었다.

'지구상에서 천국을 찾으려거든 두브로브니크로 가라'고 버나드 쇼가 말할 정도로 이곳을 찾았던 사람들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크로아티아를 꼽고 있는 것이다.
크로아티아를 떠올리면 블루가 생각난다.
아마도 아드리아해의 짙고 푸른 바다의 싱그러움이 연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크로아티아는 유고슬라비아 연방 여섯 나라 중의 하나였기도 사회주의 국가였고, 내전의 아픔도 있었기에 우리들에게 좀 멀게 느껴졌던 나라이지만, 그 아름다움이 전해지자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 곳이 되었다.

'유럽 속의 아주 특별한 유럽', ' 아드리아의 보석'이라 불리는 크로아티아.
그리스 문화의 영향을 받았던 곳
고대 로마의 일부였기에 고대 로마의 유적이 남아 있는 곳.
프랑크 왕국의 일부였던 곳.
중세에는 베네치아 공국이었던 곳.
이슬람교로 부터 가톨릭을 지켜낸 곳.
그래서 그곳에는 로마가 녹아있고, 비엔나의 분위기가 배어 있고, 베네치아의 향기가 있으며, 프랑스와 독일의 작은 도시를 닮은 곳이다.
그런데, 이런 설명들이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지금 나에게는 책으로나마 그곳의 풍광에 취하고 싶을 뿐이니....

여행 에세이 중의 번짐 시리즈인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 백승선, 변혜정 ㅣ 가치창조 ㅣ2009>에서 잔잔하게 번지는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면, <크로아티아 블루>에서는 다른 어떤 책에서도 소개되지 않았던 크로아티아의 작은 도시까지도 천천히 저자와 함께 거니는 느낌을 가져다 주는 여행 에세이이다.
푸른 바다, 붉은 지붕의 집들, 흐드러지게 핀 꽃들....
사진 속 풍경에 빠지드는 것으로 행복해지는 나이지만, 저자는 크로아티아를 처음 찾은 것도 아니고, 며칠 잠깐 머무는 것도 아니고, 한 달이 넘게 이곳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지나고 나서야 그것이 사랑 인줄 깨달았다는 그 사랑과 함께 왔었던 그 기억들도 간진한 채.
잃어 버린 사랑의 기억을 안고 사는 그가 그 기억을 잊기 위해서 이 곳을 다시 찾은 것인지, 아니면 그녀와 함께 찾고 싶었던 곳을 혼자 찾은 것인지, 그녀를 잊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찾은 것인지, 애매모호한 마음을 간직한채로....
여행은 이래서 홀로 가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으나, 추억을 간직한 여행자는 그래서 외로워 보이는 것인가보다.

" 시간이 멈췄고, 그들은 그렇게 풍경이 됐다.
같은 곳을 보는 방법을 그때도 알았다면,
그대와 나의 그 시간도 풍경으로 머물렀을 것을....." ( 책 속의 글 중에서)
고대 로마의 향기를 그대로 담고 있는 풀라.
이곳은 3천 년전의 고대 로마르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원형경기장, 개선문, 포럼...
이탈리아에 있는 것은 풀라에도 모두 있다고 했다던가.

비엔나를 닮은 도시는 자그레브이다.
그리고, 크로아티아의 비경을 담은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 여행에서 많이 보는 것만이 중요한 것은 절대 아니다. 때로는 향기든, 기억이든, 마음이든, 무엇인가 남겨 두는 편이 훨씬 더 좋을 때가 많다. " (p. 65)
로마의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마지막 여생을 이곳에서 보내기 위해 지었다는 궁전이 있는 스플리트.
아드리아해 연안에 남아 있는 최대 규모의 로마 제국 유적지가 이곳에도 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는 두브로브니크.
그밖에도 크로아티아의 소도시들을 홀로 거닐면서 그곳에서 많은 인연을 만나게 된다.
동생과 함께 사진을 찍어 달라는 소년도, 혼자 독학을 해서 한국어를 익혔다는 청년도.
저자처럼 사랑을 잃고, 무작정 떠나온 일본 여인도....
그래서 여행은 작은 인연들을 만나게 되는가보다.

저자는 친절하게도 각 도시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 끝부분에 여행을 할 독자들을 위해서 교통편, 숙소 등을 남겨 준다.

" 그게 여행이니까.
날 사랑해 줄 무언가를 찾아 떠나는 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것을 찾아 가는 것" ( 책 속의 글 중에서) 이 여행이니까.


저자에게 그곳은 특별한 곳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리고, 나에게는 마음 속 한 자락에 고이 간직하고 있다가 언젠가 떠나기를 바라는 희망하는 곳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곳이다.

랩소디 인 블루
'푸름'에는 그 색깔만큼이나 셀 수 없는 감정들이 담겨 있다.
풋풋한 사랑이 있고,
햇살같은 웃음과 위안이 있고,
바다같은 그리움이 있고,
부서지는 파도 같은 아픔이 있으며,
짜디짠 슬픔이 있다.
아드리아가 품고 있는 크로아티아는
세상에 존재하는 그 모든 '푸름'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 이름조차 파래서 생각만 해도 금세 '푸름'이 번지는 곳.
나의 감정을 홀로 만나고,
구겨진 기억을 다려 펴고,
사람의 기억을 매만지는 게 여행이라면,
크로아티아는 여행의 또 다른 이름이다. ( 책 속의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