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계 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 / 갤리온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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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의 저자인 코너 우드먼은 참 흥미로운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해야 할까? 인생을 멋지게 산다고 해야할까?

자신의 일상을 훌훌 털어 버리고 떠날 수 있다는 것. 그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 보는 희망사항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그 떠남에 어떤 목적이 있다면 그 보다 더 멋진 일생의 변화는 없을 것이다.

코너 우드먼은 런던 금융가의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에서 수십 억대의 연봉을 받는 애널리스트였다.

어느날, 자본주의의 냉정한 현실에 회의를 갖게 된다. 애널리스트의 일상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회의였건만, 그는 자신의 일상에서 벗어나서 세계 경제의 현장을 직접 경험하기로 한다.

자신의 경제 능력을 알기 위해서 25000 파운드( 약 5000 만원)을 가지고 6개월간 4대륙 15개국을 다니면서 물건을 사고 팔고하는 과정에서 여행경비를 제외하고 50000 파운드( 약 1억)을 벌게 된다.

결론은 2배의 돈을 벌었지만, 그 과정은 순조롭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씌여진 책이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 코너 우드면 ㅣ 갤리온 ㅣ 2011>인데, 이 책이 인기를 끌면서 그의 이야기는 영국 TV 에서 다큐멘터리로 제작이 되기도 했다.

 

 

첫 번째 도전에 이어서 두 번째 도전에 관한 이야기가 <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이다.

그는 한 잔의 커피를 마시던 중에 컵에 적힌 문구를 읽게 된다.

'당신이 마신 커피가 우간다 농민의 질을 높여줍니다. '

이미 우리들에게도 잘 알려진 공정무역 커피라는 뜻이다. 공정무역은 커피, 초콜릿, 차 등의 기호품에서 휴대폰, 신발, 여행에서도 사용되는 윤리적 거래이니, 그냥 지나칠 수도 있건만, 그는 이것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나가기로 한다.

 

 

그래서 니카라과, 영국, 중국, 라오스, 콩고 민주공화국, 아프가니스탄, 탄자니아, 코드디부아르 1년 동안 돌아 다니면서 자본주의의 실체를 파헤치게 된다.

 

 

'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더 가난해 지는가?' 에 대한 의구심을 풀기 위한 목적이기도 하다.

알랭 드 보통은 <일의 기쁨과 슬픔/ 알랭 드 보통 ㅣ 은행나무 ㅣ2012- 개정판>에서 일도 사랑과 마찬가지로 우리 삶의 일부분이고 진정한 삶을 위해 일을 하는 과정에서 기쁨도 느낄 수 있고, 슬픔도 느낄 수 있음을 이야기하였다.

작가는 글을 쓰는 과정에서 '물류의 이동'을 체험하기 위해서 참치캔에 적힌 '몰디브에서 낚시로 포획'이라 적힌 글을 보고 대서양 몰디브 원양어업 기지에서의 어선 승선, 그리고 50k에 달하는 참치를 잡아 몽둥이를 쳐서 죽이는 끔찍한 살생현장, 냉동실로 옮겨 어류가공공장의 가공과정을 거쳐서 항공기 화물칸에 실려 런던 브리스톨 교외의 한 슈퍼마켓에서 팔려, 한 가정의 어린이의 스테이크로 식탁에 오르는 과정을 계속 추적해 나간다.

또한, 다양한 비스킷을 개발하거나, 들판에서 떡갈나무를 그림으로 그리거나, 전선을 놓거나, 회계처리를 하거나, 탈취제 자동판매기를 발명하거나, 항공사를 위해 강도가 높아진 코일 튜브를 만드는 등의 일을 작가가 직접 그곳에 가서 체험하고,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취재하고 인터뷰하여 한 권의 책으로 펴냈던 것이다.

코너 우드먼이나 알랭 드 보통은 이렇게 일반인이라면 그냥 스쳐 갈 수 도 있는 단 한 줄의 문구를 보고, 그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 그곳을 찾아가서 몸소 체험을 하였던 것이다.

 

 

 

우리들도 공정무역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던 적이 있을 것이다.

'공정거래가 정말 커피 농가의 삶을 개선하여 줄까?' , '공정무역 인증단체들은 그것을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저자는 니카라과에서 바닷가재를 잡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바닷가재를 통발로 잡아야 하지만, 그곳의 어민들은 수심 30~40미터까지 들어가서 바닷가재를 잡아 온다. 심해 다이빙으로.

코너 우드먼은 스쿠버 다이빙 경력이 있기에 자신도 그들의 장비를 가지고 바닷가재를 잡는 어민들과 물 속에 들어간다.

순간 그는 어민들이 안전수칙도 모르고, 장비도 허술하고, 나중에 물에서 올라올 때도 배에서 위치 추적이 잘 되지 않아서 생명의 위협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그곳의 어민들의 모습을 보니, 목발을 짚은 장애인들이 많은 것이다. 하루에도 물 속을 열 번 정도를 드나든다는 것은 생명을 내놓고 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그중에는 15살 어린 소년까지 있으니....

 

 

그래서 그는 이 바닷가재를 매입하는 미국의 '레드 랍스터 컴퍼니'를 찾는다. 그곳의 메뉴판에는 윤리적 자격요건을 갖춘 바닷가재를 사용함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통발로 잡은 바닷가재만을 사용한다는 의미이니, 어민들의 현실과 대기업의 홍보는 이렇게 엇갈린다. 그렇다고 그 비싼 바닷가재의 가격이 현지에서 제 값을 받는 것도 아니니....

목숨을 걸고 일하는 사람과 그것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대기업은 따로 있으니, 이것이 자본주의의 실체인것이다.

값싼 쇠고기 생산을 위해 열대우림를 파괴했다는 혐의를 받았던 맥도날드가 이미지 쇄신에 나선 것이 공정무역 커피이다.

유럽에서만 하루 100 만 잔이 팔리는 커피. '윤리적으로 인증받은 공급원에서 제공된다'는 말에 현혹되지 말라. 그들이 사들이는 원두커피의 생산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저가 표시는 정해져 있지를 않은 것이다.

가격의 최저가를 정해두지 않았다는 것은 커피 생산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되는 것일까?

공정무역 로고가 붙은 상품들은 점점 늘어나지만, 과연 공정무역 상품들을 생산하는 사람들은 공정무역 재단에 등록된 가격이 전달되지 않는 것이다. 최저가의 반도 안 되는 돈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국의 공룡기업인 폭스콘에서는 한 달 사이에 직원이 16명이 자살을 했다. 그 가운데는 10대 후반의 아이들도 있다. 애플, 델, 마이크로소프트, 노키아 , 소니 등에서 사용되는 부품을 만드는 기업의 이야기이다.

하루 12시간 작업, 일주일에 7일 근무, 야근, 월급은 520위안(약 8만 8천원).

일의 기쁨이 아닌, 일의 슬픔....

그들의 삶에서 희망을 찾을 수가 없다.

콩고에서는 스마트 폰 등의 휴대용 전자 기기제작에 쓰이는 콜탄을 캐기위해서 좁고 긴 갱도로 들어가서 마치로 벽을 깨뜨려서 광물을 채취한다. 저자도 이곳에 들어가 보는데, 도저히 작업을 할 수 없는 공간이다. 그래서 겪게 되는 참사들.

 

 

 

이렇게 저자는 죽음을 무릎쓰고 아프가니스탄의 양귀비 재배 농가에도 가고, 코트디부와르의 면화 재배지에도 가보게 된다.

 

 

 

1년간에 걸쳐서 전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일하는 곳을 찾아 다니면서 그들이 일하는 환경과 모습, 그들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체험하게 된다.

그는 '일하는 사람 따로, 돈버는 따로인 자본주의의 실체' 깨닫게 된다. 그리고 '대기업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할 의지가 없다'는 것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최초의 다국적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기도 했지만, 후대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공정무역재단들도 공급망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보다는 마케팅에 유리하게 작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홍보를 목적으로 좋은 일(기부)를 하던 기업들도 지속적이 아닌 일회성이거나, 불규칙적이기에 별로 큰 도움은 되지 않고, 기업의 홍보 역할만 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대기업과 가난한 나라 사람들과의 관계, 그들이 만든 물건을 구입하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런 글들이 자본주의의 문제점들을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독자들이 이런 글들을 읽으면서-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들도 다수 있기는 하지만, 그동안 아무런 변화를 가져 오지 않았다는 것-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구매를 할 때에 기업의 운영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은 노력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앞에 잠깐 이야기했던 코너 우드먼의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도 관심이 가는 책이다. 저자가 어떻게 돈을 벌었을까? 좌충우돌 체험기라는 생각에 언젠가 꼭 읽기로 생각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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