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왔습니다
테오 글.사진 / 삼성출판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얼마전에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테오 ㅣ 삼성출판사 ㅣ2008>을 읽었는데, 그후에 그 책의 저자인 테오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졌다.

그의 저서로는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방문했습니다 / 장태호 ㅣ 종이심장 ㅣ 2006>가 있는데, 이미 절판이 되었고, 그 책의 개정판이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 왔습니다>이다.

그런데, 이 책도 이미 품절 상태여서 중고샵을 통해서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테오는 은행원이나 대기업 퇴직자들의 퇴직 이후를 설계해주는 리타이어먼트 컨설턴트로 활동했으며, 중소기업청에서 선정하는 최연소 신지식인에 선정되기도 했었다.

그런데, 어느날 그 모든 것이 물거품처럼 사라졌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신변에 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으나, 나중에 쓴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에 그런 내용이 나온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했던가?

그는 모든 것을 훌훌 털어 버리고 아프리카로 향한다. 그곳에서 5년을, 그리고 남미에서 1년을 지내게 된다.

그는 이런 여행을 '여행'이라는 표현 대신 '산책'이라고 말한다. 그의 글을 읽게 되면 왜 '산책'이라고 했는가를 알게 된다.

새로운 세상을 많이 알려고도 하지 않고,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처럼 동네 어귀를 어슬렁거리기도 하고, 함께 어울리기도 하면서, 떠날 때가 되면 다른 곳으로 떠나기도 하고, 또 다시 머물리기도 하는 일상같은 여행이기에 그런 표현을 썼을 것이다.

그에게 여행은 "떠남이 아니라 향함"이라고 말한 것을 이미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에서 읽었기에 나도 자연스럽게 여행은 '향함' 이란 글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 것이다.

" 여행을 시작합니다. 이번 여행은 떠남이 아니라 향함을 위한 여행입니다. 여행을 통해 자기를 치유하고, 여행에서 돌아와 더 나은 일상을 조성하는 여행입니다. 당신의 먼 곳을 찾기 위한 여행입니다" (prologue 중에서)

<당신의 소금 사막에 비가 내리면>에서는 시적인 정서가 담긴 깊은 아픔과 진한 외로움을 느낄 수 있었는데,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 왔습니다>에서는 담담한 일상을 담은 산문적 문체에서 여행 에세이, 감성 에세이의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책 속에는 케이프타운의 이곳 저곳이 소개되고 그곳에서 저자가 느꼈던 마음들이 담겨 있는 것이다.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 볼더스비치에서는 아프리카이지만, 사자, 코끼리 등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펭귄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 나는 아프리카의 펭귄이 남극에서 왔을 거라 생각합니다. 우연히 빙산에서 놀던 펭귄 커플이 깜빡 잠든 사이, 빙산이 남극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멀리까지 흘러 왔을 거라 생각합니다. 떠밀려 온 빙산에서 내려 헤엄을 친다는 게 그만 방향을 잘못 잡아 아프리카에 도달하고 만 겁니다. 그런데 이거 웬걸, 아프리카는 온통 뜨거운 곳인 줄만 알았는데 제법 살만한 해변이잖아? 하고 놀랐을 거라 생각합니다." (p. 15)

테오의 추측이 맞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무러면 어떻겠는가?

길을 잃는다는 것, 길에서 벗어난다는 것, 그것은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만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게 한다.

그러나 때로는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이 행운을 가져다 줄 수도 있고, 사랑을 발견하게 해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에 건너온 펭귄처럼.

케이프타운은 우리에게 그리 낯익은 곳은 아니다. 그래도 2010년 월드컵으로 조금은 우리곁에 다가올 수 있었던 곳이다.

아프리카에서 만날 수 있는 펭귄은 자카드 펭귄.

" 하나의 연인 말고는 사랑할 수 없는, 그대하고만 사랑을 나눌 수 있는 (...) 단 하나의 사랑을 나누는 자카드 펭귄 (...)" (p. 119)

 

 

물론, 케이프타운에서 펭귄을 만날 수도 있지만, 이곳에도 동물의 왕국에 나오는 아프리카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탄자니아에 세링케티가 있는 것처럼 남아프리카에도 사자왕 쟈카가 거느리는 사자 가족의 모습과 그밖의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크루거가 있다.

 

 

 

케이프타운의 아틀란티스 샌듄은 현지인들이 말하는 사막이 아닌 '일종의 사막'이다. 모래 언덕같은 사막, 사진 속의 하얀 사막의 모습은 '이런 사막, 처음이야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눈앞이 확 트인 곳에 올라 자신의 먼 곳을 찾아 볼 수 있다는 ' 시그널 힐,

당신의 희망을 밝히는 등대라는 표현을 쓴 '희망봉'

" 대서양을 돌아 꿈에 그리던 인도양의 따뜻한 바다와 만날 수 있는 곳." (p. 187)

 

 

 

남극에서 올라온 파도가 이곳까지 미친다는 '캠스베이 비치'

구름 위의 휴식처인 '테이블 마운틴'

원시의 숲인 '치치캄마'

 

 

그리고 무시무시한 공포를 느끼게 하는 '블루 크랑스'의 번지 브릿지

블루 크랑스는 한쪽은 계곡, 다른 한쪽은 바다. 다리 높이는 450 미터.

블루 크랑스 번지 점프의 짜릿한 공포말고도 블루크랑스 브리지 워킹도 그 공포감은 대단하다고 한다.

걷는 바닥이 뻥뻥 구멍이 뚫려 있는 무시무시한 난간을 걸어야 하니....

 

 

테오의 꿈이 시인이었기에 그의 글들은 읽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고 들어오는 서정성이 있다.

저자가 지금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프리카와 남미를 한가로운 마음으로 거닐면서 신선한 글들을 읽도록 해주었던 그의 마음에는 펭귄이 찾아 오기도 했고, 비가 내리기도 했었다는 것을 그가 쓴 두 권의 여행 에세이를 통해서 느낄 수 있다.

 

 

" 여행이란 일상을 떠나는 방식의 용기, 익숙함을 벗어던지는 타입의 모험" (p, 239)이라고 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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