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원미동 사람들 2
변기현 지음, 양귀자 원작 / 북스토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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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원미동 사람들>의 원작인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이 최근에 중학교 교과서에 실렸다고 한다.

요즘 세대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지는 1980년대의 사회상을 소설을 통해서나마 느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교과서에 실린 소설을 해부하듯이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원미동 사람들>이 어떻게 보여질까도 걱정스럽다.

자칫하면 소설이 소설이 아닌, 공부를 해야 하는 지겨운 대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학창시절에 교과서에 실렸던 작품들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고스란히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을 생각하면 그만큼 <원미동 사람들>도 많은 학생들이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 작품으로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양귀자는 많은 독자들을 확보한 작가였다. 내가 읽은 작가의 작품 중에 기억되는 것은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1992년>, <천년의 사랑 / 1995년>, 그리고 1992년 이상문학상을 받은 <숨은꽃>이 생각난다.

그중에 <천년의 사랑> 상, 하, <1992년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은 아직도 가지고 있는 책이다.

<만화 원미동 사람들 1>에서는 은혜네 집 이야기, 진만네 이야기, 강노인 이야기, 원미동 시인 몽달씨 이야기로 4편의 이야기가 실렸는데,

<만화 원미동 사람들 2>에도 원미동에서 일어나는 4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5화 : 비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

비록 서울을 떠나기는 했지만, 내 집 마련을 했다는 꿈에 부풀어서 살게 된 원미동 무궁화 연립의 은혜네 집. 이사오던 겨울부터 천장, 벽에서 물이 흐리기 시작하더니. 난방 파이프가 터지기도 하고, 주방 하수구가 막히고, 보일러 굴뚝이 무너지고....

드디어 아랫집에서 올라오는 사태까지 발생한다. 목욕탕 파이프가 터져서 아랫집에 물이 흐르게 된 것이다.

1980년대, 공사비를 줄이거나, 공사비를 횡령하는 과정에서 부실공사가 성행하기도 했었던 것이다. 아파트 입주시에도 이런 경우는 허다했었다.

다시 공사를 하기 위해서 인부 임씨를 부르게 되고, 은혜 아빠는 조금이나마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서 임씨를 도와주다가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이다.

인부 임씨는 비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간다는....

왜?

5화에서는 여기 저기 펑 펑 터지는 부실공사의 책을 보면서 은혜 아빠가 느끼는 심경이 잘 표현되어 있다.

그당시에 서울 인구가 1,500 만 명이었나보다, 서울 거주 시민 1,500 만명에 끼지 못하고 원미동까지 내려 오게 된 자괴감(?) 같은 것을 느끼는 은혜 아빠를 볼 수 있다.

지금은 서울이건 지방도시이건 별 상관없이 잘 살고 있지만, 그당시만해도 서울을 떠나 소도시로 간다는 것이 자신에 대한 무능력쯤으로 생각되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그당시의 원미동은 개발 초기였기에 소도시라고는 하지만, 도시답지 않은 풍경들이 아니었을까.

임씨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가난한 사람을 등처먹는 사람들의 행태를 보게 되는 것이다.

임씨의 울음 소리 " 끄윽... 끄윽... 으흐흑.... 으흐으으흑... 으흐 으으윽....으악... 으악... 으흐으으흑"

6화 : 찻집 여자

엄지, 엄선, 엄미. 세 딸을 둔 '나는야 원미동에서 자칭 타칭 '행복한 사나이' 행복 사진관을 경영하는 사진사와 찻집 여자의 로맨스.

로맨스(?) 아니, 불륜(?)

처자식이 있는 사나이의 사랑 이야기. 그가 마음을 빼앗긴 여자는 행복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어주다가 만난 한강 인삼찻집의 주인.

술팔다가 나이가 들어버린...

지금은 병들고 나이들고, 초라한 여자.

" 그 날 그 삭막한 방과 여자의 서럽도록 야윈 몸을 보지 않았다면...." (p. 91)

사랑은 그렇게 찾아 왔지만, 사랑은 또 그렇게 사라지는 것일까~~

7화 : 일용할 양식.

동네 어귀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모습이기도 하다.

김포슈퍼는 쌀과 연탄 등의 일용잡화를 파는 가게. 100 미터도 안되는 곳에 형제 슈퍼가 들어 서게 되면서 작은 동네에 한바탕 폭풍우가 몰아친다.

세일... 그리고 또 세일...

심한 경쟁 속에서 신난 것은 동네 주민들. 싼 가격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어서 좋지만, 그 슈퍼는 경쟁을 하다보니, 나중에는 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에 물건을 팔게 되고....

한 슈퍼가 망해서 사라질 때까지, 그러나 복병은 또 다른 곳에 있었으니, 싱싱청과물까지 한 몫을 거들게 되니...

결국엔....

8화 : 지하 생활자.

예전엔 연립의 1층 소유자에게는 지하 공간이 배당되었었는가 보다.

무궁화 연립 102호에 배당된 지하실을 세를 놓게 되고, 여기에 입주하게 되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지하실에는 화장실이 없다. 계약당시에 얄미운 소유주는 화장실은 자신의 집 화장실을 쓰라고 하는데, 화장실을 사용하려고 초인종을 누르면 집에 없거나, 있어도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화장실 사용이 여의치가 않다.

생리 현상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그런데, 이 청년의 직장도 지하에 있는 공장이니, 두더지도 아니고, 집도, 일터도 지하실.

직장에서는 야근 수당 안주는 공장주에게 스트라이크. 이런 여세를 몰아서 주인 여자에게 담판을 지어볼까~~

<만화 원미동 사람들>의 이야기는 지나간 세월 속의 이야기여서 지금은 때론 코믹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야기이지만, 그당시의 서민들이 느꼈던 체감온도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어렵던 시절, 그 어려운 사람들을 더 힘들게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한 몫을 한다.

이 책의 에필로그는 이 만화가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2009년 어느날 소설 <원미동 사람들>을 읽으면서 소설 속의 은혜 아빠가 자신의 모습처럼 비쳐 지게 된다.

그동안, 여러 차례 거주지를 옮겨 다녔지만, 서울을 떠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다시는 in seoul 할 수 없을 것같은 막연한 불안감이 은혜 아빠의 마음과 같았기에 이 소설을 만화로 그리기로 한다.

30년전의 원미동은 현재는 구시가지가 되었고, 상동과 중동은 신시가지로 엄청나게 변하였지만, 그때의 그 모습을, 그리고 그 이야기를 이렇게 만화 컷 속으로 들어가게 한 것이다.

원작자 양귀자의 글처럼,

" 나는 지극히 남루한 일상을 문자로 기록했고, 만화가 변기현은 그림으로 문장의 뒷면까지 기록에 더했다. 원작자마저 새로운 독자로 포섭했으니 이 만화의 앞날이 사뭇 기대된다. " ( 책 띠의 글 중에서)

원작자가 <만화 원미동 1>에 나오는 이사가는 은혜네 집의 짐 속에 있는 물개의 그림을 보고 자신이 생각했던 그 물개였음에 놀라움을 표시할 정도로 만화가는 원작을 잘 이해하고 만화로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이 표현하지 못한 면까지도 만화가 표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만화로는 표현할 수 없었던 그런 부분들이 분명 소설 속에는 담겨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만화를 보고 원작 <원미동 사람들>이 궁금해 진다면 소설을 읽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너무도 오래전에 읽었기에 만화를 보면서 '맞아, 이런 이야기가 있었지.' 하는 생각들이 떠오르기는 했지만, 문장, 문장, 작가의 문체들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지나간 세월인 1980년대의 사회상을 들여다 볼 수 있었기에 이 만화를 읽는 동안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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