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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뉴욕
이숙명 지음 / 시공사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책제목에 나라이름이나 도시이름이 적혀 있으면 반드시 한 번은 그 책을 검색해 본다. 그렇게 해서 사게 된 책들이 여행 에세이들인데, 이 책도 역시 '뉴욕'이라는 도시명에 사게 된 책이다.
여행관련 책들 중에 여행가이드북인 랜덤하우스의 <~ 백 배 즐기기>, 21세기 북스의 <일생에 한 번은 ~>, 가치창조의 <~이 번지는 곳, ~>, 혜지원의 < ~에 반하다>는 시리즈로 출간된 책들인데, 책 내용이 그 책들만의 독특한 면을 가진 여행관련 책들이다.
그밖에는 여행에세이로 여행작가들의 책들이나 평범한 사람들이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을 떠난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이다.
단연 이런 책들은 책 속의 사진들이 분위기가 있는, 느낌이 좋은 사진들이라서 책을 읽으면서 사진을 보면서 두 가지를 충족시켜 주기도 한다.
그동안 읽었던 뉴욕관련 책으로는 <THIS IS NEW YORK /조은정 ㅣ 테라 ㅣ 2011>이 가장 아끼는 책이기도 하다. 여행자에게는 좋은 가이드북이 되기도 하지만, 여행자가 아니더라도 뉴욕을 저자만의 감각에 맞게 구성하여 많은 볼거리를 주는 책이다.
아주 짧게 뉴욕을 여행할 적이 있는데, 그때에 집에 있는 뉴욕 가이드북 중에서 2권을 골라서 가지고 갔는데, 그때 가지고 간 책이기도 하고, 여행시에는 이 한 권의 책만이 여행의 좋은 안내자 역할을 하였다.
<어쨌거나, 뉴욕>은 잔잔한 여행의 이야기가 담긴 감성적인 여행에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사게 되었지만, 그보다는 뉴욕에서 몇 개월간 생존하기 위한 좌충우돌 체험담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요즘, 미드의 영향인지 청춘들이 선호하는 해외여행지가 뉴욕이 아닐까 한다. 그들에게 뉴욕은 '스타일'이자 '로망'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는...
이 책의 저자는 영화 잡지 <프리미어>, 패션잡지 <엘르>에서 에디터로 일을 하였다.
7년동안, 멋진 잡지를 만드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어떤 직장보다 시간에 쫒기면서 일을 하여야 했기에 그 후유증은 더 컸던 것이다.
"마침내 피곤과 무기력, 배임의 끝에 도달했다. " ( 책 속의 글중에서)
그래서 그녀는 그런 일들로부터 해방되고 싶어서, 멈추고 싶어서 떠나기로 결심한다.
잘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뉴욕으로 떠나게 된다.

" 무엇보다 내겐 뉴욕이냐 런던이냐가 아니라 한국이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p. 48)
그녀가 뉴욕을 선택한 것은 여성들의 로망이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도피처'를 찾다가 선택하게 된 곳이다.
" 낯선 풍경 속에서 아무 것도 안 하고
생각도 감정도 없이 누구와도 부대끼지 않으며
최소한의 에너지만 소비하는 진공상태. 그거면 족하다. " ( 책 속의 글 중에서)

열심히 일한 자, 떠나라~~
CF의 카피도 아니고, 이렇게 모든 것을 털어 버리고, 떠날 수 있는 자가 그리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니까. 부양가족이 있으니까.
그러나, 그녀는 그런 것들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에 떠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자체가 직장인들의 로망이 아닐까.
그래서 도착한 뉴욕에서 몇 개월을 살기 위해서는 거처할 집을 구해야 되는데, 웨스트엔드 애비뉴 64번지에 그럴 듯한 스튜디오가 월 1,300 달러란다.
고물가의 뉴욕에서는 말도 안되는 가격인데, 그러니 사기를 당할 수 밖에.
그래서 뉴욕의 법정에까지 서게 되는 사연.
그리고 패션리더들의 이야기, 미트 패킹의 나이트 클럽에 입성한 이야기.
마지막에는 그의 직장에서의 일의 노하우를 살려서 초특급 할리우드 여배우 '리브 타일러'(반지의 제왕의 요정 아르웬 역)의 인터뷰 작전까지 소개된다.

이 책을 여행관련 감성 에세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려고 한다면 잘못 짚은 것이다.
어느 직장 여성이 삶의 한 자락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간 뉴욕에서의 '리얼 좌충우돌 체험기'라고 생각하면 이 책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도 ' 어쨌거나, 뉴욕' 인 것이다.
큰 기대없이 심심할 때에 읽으면 좋은 책이라고 해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