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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원미동 사람들 1
변기현 지음, 양귀자 원작 / 북스토리 / 2012년 3월
평점 :
<원미동 사람들>은 1987년에 씌여진 양귀자의 소설이다. 그동안 이 책은 드라마, 연극, 뮤지컬의 원작이 되기도 했다.
내 기억 속의 <원미동 사람들>은 책으로도 읽었고, TV 드라마로도 보았다는 것이다.
아마도 드라마를 먼저 보고 책을 읽었던 것같다. 그렇게 생각되는 이유는 책을 읽을 때에 '작가의 말'을 통해서 원미동이 실제로 부천에 존재하는 동네이고, 자신이 그곳에 살았으며, 자신의 집 2층 창문으로 원미동 사람들을 관찰하고 파악했다는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의 <원작자의 말>에서도 같은 말이 반복되는 것을 읽으면서 그당시 <원미동 사람들>을 읽던 때의 기억이 살아 났던 것이다.
" <원미동 사람들>은 안쓰럽고 잔인했던 1980년대 세상사의 압축이었다. 오늘 다시 보는 '만화' 속 그림들은 그 시대의 야만족이고 불길한 징후들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 ( 원작자의 말 중에서)
1987년의 원미동, "손에 손잡고~~"를 부르던 88 올림픽을 앞둔 해였으나, 여전히 그 시기는 암울한 정치 현실 속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남루하게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부천 원미동, 맛있는 복숭아의 대명사인 '소사'가 이곳이란다.
한창 개발 바람을 타고, 이곳에도 작은 아파트와 연립주택들이 들어서고, 서울에서 이곳 저곳을 전전하며 이사를 다니던 집없는 사람들이 서울을 떠나 자신의 스위트 홈을 장만하기 위해 가는 곳이기도 했던 원미동.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만화로 재창조된 것이 <만화 원미동 사람들>이다.
책의 첫장면이 전두환, 이순자의 모습으로 시작되니, 시대적 배경은 여전히 원작과 같은 1980년대 라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원미동 사람들 1>에서는 4가족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 은혜네 이야기
할머니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은혜네 집. 그동안 셋집을 전전하면서 전셋집을 얻었는데, 보름만에 그 집이 다른 사람에게 팔리게 되어 다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넓은 서울은 안 가 본 곳이 없을 정도로 이사를 많이 다녔지만 결국 서울을 떠나서 부천 원미동에 열여덟 평 연립주택을 마련했다. 가난한 사람들의 꿈과 희망인 마이홈.
이사를 가기 위해서 꺼내 놓은 가구들은 힘들게 하나 하나 장만한 것이지만, 남루하기 짝이 없다.
집안에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남루한 가구들이 자신의 삶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부천 원미동은 은혜 할머니가 꿈꾸는 가나안 땅일까? 현실은 당장 서울까지의 출퇴근 길이 걱정이다.
그러나,
" 가족이 행복이.... 나의 행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럴리가 (....) 가족의 행복은 곧 내 행복이며, 우리 가족의 첫 집을 마련하는 것은 나를 위한 희망이기도 했다. " (p.p. 51~52)

식품회사를 다니다가 해고를 당하고 세일즈 맨은 안 되리라 생각하지만, 결국엔 '전통문화 연구소'의 외판원. 자존심만은 버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의 아들인 진만이는 슈퍼맨이 되기 위해 비상훈련중이지만, 소심한 아빠는 실적을 올리지 못하니, 이 가게, 저 가게 외상은 줄줄이 사탕.



♧ 강만성 할아버지 이야기
원미동에 꽤 많은 땅을 가지고 있었지만,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과 지금의 아내에게서 낳은 자식들이 사업을 한다고 해서 팔아주다 보니, 이제는 원미동 한 복판의 땅 밖에 남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그 곳에 예전처럼 인분으로 농사를 짓는다. 동네 사람들은 그 냄새에 난리가 나고...
자식들은 남은 땅마저 팔아서 사업자금으로 달라고 하니...


♤ 원미동 시인
몽달씨의 이야기이다. 학생운동을 하다가 체포되어 군대에 갔다 왔는데, 살짝 돌았다고들 한다. 몽달씨의 어린 친구는 여덟살인가 아홉살인가 모르는 경옥이.
경옥이는 몽달씨가 동네 슈퍼 아저씨에게 이용당하는 것이 안타깝고...
8살 경옥이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 !!


오래전에 읽었던 <원미동 사람들> 그때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지금 다시 그 책을 읽는다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그당시의 정치 상황이나 경제 상황을 바탕으로 하여 소시민들이 어떻게 살아갔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만화로 재창조되는 것이다.
글이 전달할 수 있는 것과 만화가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조금은 다를 수가 있다.
원작자인 양귀자 작가는 " 단어와 단어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의 호흡으로 간신히 건져 올린 절망 끝의 희망이 표현될 수 있을 지도 우려했다." (원작자의 말 중에서)고 원작자의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그 우려는 만화 속의 '물개' 그림에서 고스란히 재현되는 것을 보고 놀라웠다는 말을 남긴다.
소설가는 글로 자신의 생각을 고스란히 담아내지만, 만화가는 만화로 글이 담지 못하는 부분까지도 담아 낼 수 있는 것이다.
<원미동 사람들>을 읽었던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때의 생각을 더듬어 보면서 다시 한 번 만화로 읽는 것도 또 다른 작품을 읽는 느낌이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