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이철환 글.그림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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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길>의 작가 이철환의 책은 꿈이 있어서 따뜻하게 느껴진다.

책 표지에 큰 얼굴을 들이 내밀고 있는 판다. 왠지 그 눈빛이 슬퍼 보였다.

그래서 <위로>라는 책이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지곤 했다.

 

 

<위로>는 파란 나비 피터의 이야기이다. 파란 나비 피터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고, 파란 나비가 너울 너울 날아다니면 보는 세상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고, 파란 나비가 그 세상에서 마주치는 일들은 우리가 세상에서 겪게 되는 일들인 것이다.

그렇다면 파란 나비가 그런 세상에서 부딪치면서 깨닫는 것들은 물론, 우리들이 깨달아야 할 것들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파란 나비 피터는 반쪽 붉은 나비를 보고, 그의 모습이 부러워진다. '나도 반쪽 붉은 나비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

 

 

반쪽 붉은 나비는 자신의 모습과 같아지는 것이 멋진 일이 아닐 수도 있고, 후회할 수도 있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피터는 그대로 반쪽 붉은 나비와 같은 모습이 되고 싶다. 그렇다면,

" 네 마음속으로 들어가 보면 알아." (p. 13)

마음 속 깊이, 더 깊이 들어가서 빨간 꽃 송이를 따먹고 반쪽 붉은 나비가 된다.

 

 

예쁜 모습으로 변했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 그러나, 파란 나비들은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이 보기에는 아름다운 모습이기에 자랑스럽게 생각되지만, 그러나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닌 것이다.

아름다움 뒤에, 자신이 부러워하던 것들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그 또 다른 것들이 있는 것이다.

비교하지말아, 비교는 불행하게 만든 것이니까.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게 되었다고 행복할까

더 큰 것, 더 많은 것, 더 좋은 것, 더 화려한 것을 가졌다고 행복할까?

반쪽 붉은 나비가 된 피터는 뿌리깊은 나무가 되기를 원하는 키 큰 나무도 만나고, 오리가 되고 싶은 나무도 만나고, 거미줄에 걸린 사마귀도 만나고...

" 깊이를 갖고 싶다면 높이에 집착하지 말고 지금 해야 할 일을 하며 묵묵히 걸어가면 돼. 깊이를 갖는다는 건 자신의 가능성을 긍정하여 어둠의 시간을 견디겠다는 뜻이니까...

나도 확신할 수 없지만 실패의 치욕을 통해 우리는 깊이를 배우는 것인지도 몰라... " (p. 66)

드디어 분홍나비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되지만, 그 사랑도 싸우고 헤어지는 아픔을 가져다 준다.

 

 

이처럼 피터는 이곳 저곳을 돌아 다니면서 거기에서 만나는 것들로 부터 삶의 지혜를 깨달아 가게 된다.

행복의 원천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된다.

 

 

 

 

우리들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큰 갈등을 느끼게 되는 것이 소통의 부재가 아닐까 한다.

소통이란 생각의 차이를 인정할 때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라는 가르침을 이 작은 한 마라의 반쪽 붉은 나비가 가르쳐 준다.

" 나 혼자만 행복하지 않고 상대에게도 행복을 줄 수 있을 때 소통은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 (p. 147)

엄마 나비를 떠나서 이런 여행을 하고 있는 피터는 순간 순간 엄마의 말을 되새겨 본다.

엄마 나비의 말 중에는,

" 과거의 상처는 현재의 상처가 되기도 하고 미래의 상처가 될 수도 있다. " ( 책 속의 글 중에서)

 

 

 

이 책은 저자인 이철환이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렸다.

작가의 말 중에 그가 그림까지 그리게 된 동기를 이야기한다.

학교 다닐 때에 그림을 잘 그렸다고 한다. 그러나, 가난하여 크레파스를 살 수가 없었고, 그래서 친구의 크레파스를 빌려 써야 했다고 한다.

불조심에 관한 그림을 그리던 날, 그는 그림을 그릴 수가 없어서 나무 위에 올라가 눈물을 글썽거려야만 했다고 한다. 불에 관한 그림에 빨간 크레파스는 누구나 손에 들고 그림을 그리는 색깔이었기에 빌려 쓸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런 어릴 적의 가난한 생활, 그리고 그 속에서 느꼈던 마음의 아픔들.

그것이 그의 글 속에서는 따뜻한 위로의 글들로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글과 그림을 통해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었다. 글과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사유와 방향을 주고 싶었고, 생에 대한 질문을 주고 싶었다. 그림 속에 침묵을 담아 인간과 세계사이에 놓여 있는 침묵의 독백도 들려 주고 싶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위로>와 비슷한 류의 책들이 많이 있다. 그림과 함께 단순한 듯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면서 깨달음을 가지게 하는 책들.

너울 너울 날아가는 나비가 세상 속에서 느끼는 세상의 이야기.

연어가 넓은 바다까지 내려갔다가 돌아오면서 보는 세상의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에서 우린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거기에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작가의 따뜻한 마음을 전달받을 수 있다면, 지금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작은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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