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여행자 도쿄 김영하 여행자 2
김영하 지음 / 아트북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김영하의 여행자 시리즈 1권은 <김영하 여행자 하이델베르크/ 김영하 ㅣ 아트북스 ㅣ2007>이고, 그 두번 째에 해당하는 책이 <김영하 여행자 도쿄>이다.

 

 

이 책들의 특징은 김영하가 각각의 도시에서 여행자로 머물면서 찍은 사진들과 그곳에서 쓴 소설, 그리고 간단한 글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어진 것이다.

작가는 하이델베르크에서는 콘탁스 G1으로, 도쿄에서는 Rollei 35로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Rollei 는 요즘 흔히 쓰는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필름 카메라이다. 줌기능도 없고, 렌즈교환도 안되고, 노출, 셔터 스피드는 손으로 맞추어야 하고, 거리는 눈대중으로 맞추어야 하고, 초점도 정확히 잡을 수가 없어서 자칫하면 안개낀 것처럼, 흔들린 것처럼 촛점이 안 맞는 사진이 되기 쉬운 아주 까다로운 카메라이다.

그래도, 김영하가 이 사진기를 들고 도쿄에 간 것은 사람과 사람의 사이을 좁혀주는 역할을 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진기였기때문이다.

" 유쾌한 무관심으로 무장한 개인들이 활보하는 번잡하고 화려한 도시에는 어떤 카메라가 어울릴까. 나는 롤라이 35를 골랐다. 유쾌한 무관심이 불쾌한 관심으로 변하기 전에 촬영을 마칠 수 있고 (롤라이 35는 빠르다.(...) 도쿄의 좁은 길과 골목, 작은 카페나 상점에는 40 밀리미터 화각으로 충분했다. " (p. 211)

 

 

 

<김영하 여행자 하이델베르크>에서는 그 책 속의 사진들이 느낌이 좋다는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김영하 여행자 도쿄>를 통해서 작가가 사진에 대해서 전문가적 수준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김영하 작가 ~~ 사진도 포토그래퍼 수준을 가지고 있었다니....

 

 

 

김영하 작가는 여행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유럽여행이 아니었다면 쓰이지 않았을 작품이고, 언제나 떠나기를 희망하여 길을 떠나고, 그 길 위에서 작품의 소재와 주제를 얻기도 했던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여행자 시리즈 1 - 하이델베르크- 에서는 Short Story 로 < 밀회 >가 소개되었었는데, 여행자 시리즈 2 - 도쿄- 에서는 Short Story 로 <마코토>가 소개된다.

이 두 작품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 김영하 ㅣ 문학동네 ㅣ2010>에 실린 작품들이다.

이번에 다시 읽어도 재미있다. 아니, 그 배경을 알고 읽으니 더 재미있게 읽을 수가 있다.

 

 

 

 

책의 구성 중의 2 Eyes Wide Shots in Tokyo는 한 권의 사진집으로도 손색이 없는 도쿄의 이모 저모를 담고 있다. 다양한 시각으로 찍은 사진들, 그 어느 포토 그래퍼 못지 않은 발상의 사진들.

" 도시에 대한 무지, 그것이야말로 여행자가 가진 특권이다. 그것을 깨달은 후로는 나는 어느 도시에 가든 그 돗에 사는 사람들의 말을 다 신뢰하지는 않게 되었다. 그들은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 앎에 '갇혀' 있다. " ( 책 속의 글 중에서)

그래서 여행자 시리즈는 색다른 매력을 갖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렇게 한 편의 단편소설을 읽기도 하고, 한 도시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감상하기도 하고, 여행지에서 느낀 이야기를 쓴 글들을 읽기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린 한 도시을 여행하게 되면 되도록 많은 것을 빠짐없이 보려고 바삐 바삐 움직이지 않던가.

다음에 이 도시에 또 오리라는 기약이 없기에.

그러나, 작가는 다시 그 도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을 버리지 않는다.

 

 

" 한 번의 여행에서 모든 것으 다 보아 버리면 다음 여행이 가난해진다. 언젠가 그 도시에 다시 오고 싶다면 분수에 동전을 던질 게 아니라 볼 것을 남겨 놓아야 한다. " (p. 237)

물론, 작가의 말도 맞지만, 우리가 또 다시 그 도시를 찾을 수 있으리란 기대는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힘들어도 다 보고 가리라 마음을 먹는 것이 우리 여행자의 맘이 아닐까 한다.

언젠가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던 내 모습도 그런 마음에서 나올 것이 아니었던가.

김영하 작가의 눈에 비친 도쿄가 그의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통해 이 책으로 옮겨 지게 되었고, 그래서 우리는 또다른 모습의 도쿄를 감상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글들과 함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