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생에 한번은 홍콩을 만나라 - 다채롭고 진솔한 홍콩 문화 속을 걷다 ㅣ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김동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여행과 관련된 책들을 읽는다는 것은 언제나 가슴이 벅차올 정도로 흥미롭다. 그래서 내가 그곳을 여행할 계획이 없음에도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으면 선뜻 구입하게 되곤한다.
그렇게 구입한 여행 서적들에는 같은 여행지에 관한 책들이 여러 권이 되는 경우도 다수 있다.
여행서 중에는 시리즈로 나오는 책들이 많이 있는데, 그중에 <일생에 한번은 ~~ 을 만나라>는 내가 좋아하는 여행 시리즈이다.
동유럽, 스페인, 파리, 도쿄, 이탈리아, 클래식 등은 이미 읽은 책들이고, 이번에는 <일생에 한번은 홍콩을 만나라>를 읽게 되었다.
홍콩에 관한 책은 벌써 열 권가까이 읽었기에 책 속에 담겨진 홍콩의 여행 이야기는 그리 흥미롭지는 않다.
홍콩은 영화 촬영지로도 각광을 받는 곳이기에, 영화 속의 홍콩만을 담은 책도 있다.
과연 <일생에 한번은 홍콩을 만나다>는 어떤 홍콩을 이야기할 것인가 하는 기대감보다는 그저 비슷한 홍콩의 이야기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일생에 한번은 도쿄를 만나다>의 저자인 김동운이 이 책을 쓴 저자이다.
저자는 도쿄의 일반적인 여행지보다는 생활인으로서의 본 도쿄를 소개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홍콩도 처음 홍콩을 찾는 사람들이 가는 관광지보다는 별로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많이 소개해준다.
홍콩을 처음 찾는 사람들이라면 북적거리는 인파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홍콩의 야경을 만끽할 수 있는 곳, 쇼핑을 하기에 좋은 곳 등을 주로 찾아 다니지만, 이 책 속에서는 되도록이면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지만, 가보면 정말 이곳에 오기를 잘 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홍콩의 숨은 매력'을 가진 곳을 소개해 준다.
시간이 멈춘 해변 마을, 섹오.
아주 작은 마을인데, 푸른 바다가 아름다운 곳이다.
전통적 삶의 방식 그래로 살고 있는 곳인 란타우 섬의 타이오의 수상가옥이나, 신계 지역의 틴수이 와이.
가장 원시적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홍콩의 숨은 매력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홍콩섬 남부에 에버딘은 과거와 현재의 극명한 대조를 느낄 수 있는 곳.

아시아 최고의 하이킹 코스인 드래곤 백.
여행지에서 마주치는 트램.
우리나라는 트램이 없기에 유럽의 각 도시에 있는 트램을 보면 그 모습만으로도 흥미로운데, 트램의 색이나 트램에 쓰여진 그림이나 글들은 각양각색이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영국과 홍콩에만 있다는 2층 트램을 볼 수 있으니, 2.3 홍콩달러를 내고 한 번 타봄직도 하다. (2층 버스가 아닌 2층 트램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여행지에서의 먹거리는 볼거리만큼이나 그 도시 마다의 특색을 가지고 있는데, 홍콩에서 꼭 맛 볼 것으로 팀호완의 딤섬을 들 수 있다. 이곳의 딤섬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미슐랭 딤섬일 것이다.
홍콩에서는 차와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차찬템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분식점쯤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홍콩이 사랑하는 특별한 음식인 첨판.
반투명의 얇은 전병에 달콤한 간장소스를 뿌려먹는 요리인데, 홍콩인들의 아침메뉴라고 한다. 맛은 어떨까?
" 사실 청판을 처음 먹을 때 그 불가사의한 식감때문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물컹거리는 반투명의 쌈, 까칠거리며 입에서 맴도는 마른 새우, 여기에 바비큐 양념을 한 돼지고기를 넣어 먹는 것도 어색했다. (...) 맛이 심심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고, 물컹거리는 식감도 익숙해지면 괜찮다. 속에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다양한 맛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 (p. 154~p. 155)
실제로 입에 맞을지는 장담할 수 없을 것같다. 다만 홍콩에서 맛 볼 수 있는 음식이기에 소개하기는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홍콩의 그 유명한 페닌슐라 호텔의 애프터눈 티도 소개하지 않는다. 그저 우리의 분식점이나 거리 음식에 해당하지만, 홍콩을 여행한다면 꼬 먹어 보아야 할 음식들을 소개해 준다.
홍콩 건강식인 거북이 젤리.
청나라때 궁정 한약방에서 사용한 것이 유래가 되었다는 거북이 젤리.
처음에는 독특한 맛에 거북할 지도 모르나, 맛에 길들여지면 훌륭한 간식인 거북이 젤리.
홍콩 여행서들이 마지막 여행지로 마카오를 소개하듯이, 이 책도 마카오를 이야기한다.
마카오는 홍콩 여행 끝자락에 경품처럼, 아니면, 선물처럼 찾아가는 여행지인데, 생각보다 너무도 괜찮은 여행지이다.
마카오를 도박의 도시로 생각하지만, 카지노의 구경도 살짝하고, 세나도 광장을 중심으로 모여져 있는 포르투갈 점령시의 유적들을 보는 것은 마치 유럽의 한 도시에 온 것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곳에서도 한적한 곳을 보기를 원한다면 타이파섬과 콜로안 섬으로 넘어가면 된다.
여기서도 포르투갈의 영향을 받은 유럽의 유적지같은 성당이나 파스텔톤의 오래된 건물들, 그리고 도교의 작은 사원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마카오 여행중에 지도에 있는 틴하우 사원을 가기 위해서 택시를 탄 적이 있다. 타이파 섬의 중심부에 있는 틴하우 사원을 가려고 했는데, 택시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마구 마구 달리는 것이다.
갑자기 정신이 아찔해서 기사에게 지도를 보여 주었지만, 문맹인지 전혀 지도를 못 보는 것이다. 영어도 물론 통하지 않는 기사였다.
택시에 달린 Free Interpreter 를 통해 타이파 섬에 있는 틴하우사원을 찾아 갈 수 있었는데, 그곳은 사원이라기에는 너무도 초라하고 작은 한 칸짜리 건물안의 제단 정도였다.
홍콩이나 마카오에서 틴하우 사원이라고 하면 바다의 신을 모시는 사원의 보통명사였던 것이다.
이런 우여곡절의 사건때무에 콜로안 섬의 아름다운 바다가 아침 햇살에 빛나는 풍경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콜로안 섬은 세도나 광장의 북적거리는 모습과는 딴판으로 아주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여행은 이렇게 생각하지도 않은 곳에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풍경과 마주치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콜로안 섬의 한 제과점에서 유명해지기 시작한 에그 타르트.
그 맛을 한 번 보고 싶다면 꼭 콜로안 섬을 찾기를....
이 책에는 홍콩의 다른 여행서에서 볼 수 있는 내용들 보다는 홍콩의 숨은 매력과 홍콩식 요리, 홍콩식 스타일, 그리고 홍콩 여행에서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뜻밖의 선물처럼 만날 수 있는 마카오의 한적한 곳들을 소개해 준다.
홍콩을 처음 가는 사람보다는 두 번째 가는 사람들이 여행를 갈 때에 들고 가면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