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 - 테오에세이
테오 글.사진 / 삼성출판사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볼리비아, 그리고 그곳에 있는 우유니 소금사막.

언젠가 TV에서 그 소금사막을 소개하는 여행관련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하얀 소금으로 뒤덮힌 사막. 그곳에 작은 소금호텔.

비가 오는 계절에는 무너져 내려서 영업을 하지 못한다는 소금호텔.

 

 

 

아마도 폴란드의 소금광산을 가보지 않았다면 소금호텔이 어떻게 존재할까 의문으로 남았을 것이다.

낭만적인 것같은 풍경이었지만, 여행을 가기엔 멀고도 먼 곳.

시간적으로나, 마음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먼 곳임에는 틀림없다.

 

 

나는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을 쓴 테오를 모른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감성적인 글들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그의 인생의 한자락처럼 한국은 너무도 바삐 바삐 돌아간다.

그의 삶의 한자락에서는 너무도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한낱 물거품처럼 꺼져 버렸다.

너무도 많은 것을 잃어 버리고 그가 이 땅을 떠나서 여행자로 아프리카에서 5년을 떠돌면서 <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 왔습니다/ 테오 글, 사진 ㅣ삼성출판사 ㅣ 2009>를 쓰게 되었고, 다시 남미에서 1년을 여행하면서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린다>를 쓰게 된 것이다.

10년이 넘는 세월을 잘 나가는 '리타이어먼트 컨설턴트'(은퇴자들의 퇴직이후를 설계해주는 일)로 살아 왔지만, 어느날 모든 것이 사라지는 순간, 테오는 자신의 어린 시절 꿈이었던 시인이 되지는 못했지만, 여행가, 작가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볼리비아의 여행 에세이이자 감성 에세이이다.

테오가 떠나온 곳에서 가졌던 분주하고 빡빡하고, 가진 것이 많은 곳이 아닌, 그와는 정반대의 인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아주 느리게.... 그리고 비록 가진 것은 없지만 마음만은 부자인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소금사막에 지천으로 널린 것이 소금이지만, 그들은 그것을 수출하려는 생각도 하지 않고, 그들에게 필요한 만큼만 정제하는 사용한다.

그래서 테오의 여행은 볼리비아의 곳곳을 다니면서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행을 일상으로부터의 떠남이라고 생각한다면 테오의 생각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 여행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향하는 것입니다.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여행에게로 향하는 것입니다. " ( 책 속의 글중에서)

꼬로이꼬로 향하는 길은 잉카 원주민들이 정복자들에게 핍박을 받아가면서 망치와 징으로 파서 만든 길.

죽음의 길이라는 이 길 위에서 테오는 돌아가려고 한다. 그러나, 돌아가기 위해서 차를 돌리는 것이 더 큰 위협이 도사리고 있음을 느끼게 되듯이, 우리의 인생도 되돌아 갈 수 없는 것이 아닐까.

 

 

" 꼬로이꼬로 향하는 길만 위험한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어딘가로 이어진 길, 누구에겐가로 향하는 길은 예외없이 인생을 걸어야 한다는 사실.

삶 전체를 걸고 길에 올라야 한다는 사실. 그 정도 가치를 걸지 않고는 원하는 곳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사실. " (p. 17)

바람같고 안개같은 마을, 계곡마을 꼬로이꼬.

되돌아 가지 않았기에 만나게 되는 곳.

그것은 인생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여행 속에는 인생의 모습이 있는 것이다.

볼리비아가 가져다 주는 느낌은 느긋함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지 못하는 그런 것들.

테오는 낯선 골목길을 걸으면서 다른 방식의 행복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여행길에 만나는 사람들은 바람처럼 흐를 줄 아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티티카카 호수를 지키는 개 티카.

이곳의 할아버지의 말이 얼마나 순수한가.

티티카가 호수를 지키는 것은 새, 양, 물고기, 바람, 그리고 티카 라고 하니....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그리스도상을 브라질 그리스도상으로 생각했는데, 볼리비아에는 이 보다 더 큰 그리스도상이 우뚝 솟아있다.

해발 2840 미터 위에, 높이 34 미터, 구조물 6 미터까지 포함하여 총 40 미터 크기의 그리스도 상.

진짜 세계 최고의 그리스도상을 만나게 된다.

 

 

전깃줄 위에 걸린 새집. 마치 오선지 위에 음표를 연상하게 된다.

이런 작은 발견이 여행의 매력이 아닐까.

 

 

" 여행은 시작되었고 떠남은 이루어졌습니다.

떠남은 이루어졌지만 여행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여기에 도착하고 또 다른 거기를 그리워하고.

어디라도 좋을 먼 곳이 새롭게 그리워지는 반복.

여행.

떠남의 계속." (p.207)

어쩌면 여행은 '이 곳만 아니면 돼'라는 생각에서 떠나기도 하지만, 여행에서 떠나올 때에 가졌던 생각들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는 것일까?

테오 역시, 볼리비아에서의 그의 마지막 여정이 될 것같은 소금사막까지 왔는데도 알 수 없는 것이 그 해답인 것이다.

 

 

 

" 인생은 그런거야. 그것이 인생이야. 끝까지 걸어야 하는거야. 그래야. 알 수 있는거야. 어서 걸어. 여행을 계속해, 사막을 향해 걸어. 거기에 답이 있어." (p. 218)

하루가 느리게 가는 곳, 오늘 행복하면 그만인 곳.

볼리비아.

 

 

 

아마도 볼리비아만을 여행하면서 쓴 여행에세이는 없을 것이다.

"떠남이 아닌 향함의 여행"이라고 말하는 테오의 여행 이야기는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주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가슴이 따뜻해지고,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그런 이야기인 것이다.

 

 

" 내가 좋아하는 장소는 당신과의 우연을 선물한 거리. 당신을 만난 우연의 거리. 당신이 나 향해 다가와 준 우연이 교차하는 거리입니다. 우리는 자주 서로와 교차합니다. 우연히 만나 우연히 사랑하고 우연히 멀어진 후 우연히 재회합니다. 우연히 엇갈리게 되는 것입니다. 다시 당신을 만나 거리를 걷고 싶습니다. 이제는 그냥 지나치지 말고, 지나치거나 엇갈려 돌아서지 않고, 단란한 거리 위에서 당신과 마주 서고 싶습니다. 행복하게 웃고 싶습니다. 당신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 (p. 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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