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드 2 - 가난한 성자들 조드 2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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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 추위가 왔다고는 하지만,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은 따사롭게 느껴진다. 문득 눈에 들어오는 나무 가지에서 물방울이 한 방울, 한 방울 또~옥, 또~옥 떨어진다.

누가, 언제 가지를 쳤는지, 가지끝에서 물방울이 떨어진다.  나무에 물이 올랐나보다. 이제 봄이 그리 멀지 않았는가 보다. 이름모를 꽃들이 피고, 나무들은 연초록 잎사귀를 내밀 것이다.

 

 

몽골의 유목민들은 그 기나긴  겨울을 지내면서 얼마나 봄을 애타게 기다렸을까?

조드가 휩쓸고 간 대지위에 살아 남은 사람들은 그 어떤 사람들보다  봄이 더 감격스러웠을 것이다.

"눈송이가 바늘처럼 생긴 게 내렸잖아. 혹독한 추위가 임박한 게 맞지? 오늘부터인가? 조드는 푸른 하늘의 사자 주에서도 가장 무섭고 난폭한 놈이었다. 조드의 거대한 발자국이 성큼 성큼 다가오면 달아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오직 제 뜻대로 뼈아픈 채찍을 휘들러 겸손한 생명은 살릴 것이며, 건방진 것들은 거둬 갈 것이다. " (p. 48)

몽골 유목민들은 엄청난 피해를 가져다 주는 조드 조차도 푸른 하늘의 섭리라고 생각하였으니,  책 속의 문장처럼 "겸손한 생명"으로 살아가는 사람만이 살아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푸른 하늘의 뜻을 받들어서 '겸손한 생명"으로 몽골 초원을 제압하고 그곳에 몽골제국을 세운 이가 바로 칭기스칸인 것이다. 

메르키드 족과의 전투에서 승리하게 되면서 테무진의 이름은 몽골 유목민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져 나가게 된다.

" 오, 잿빛의 푸른 늑대여! 칸이여 ! 칭기스여 !" (p. 81)

 

 

보르칸 산에서 받은 칭호, 칭기스칸 !!

 

( 사진출처 : Daum 검색: 칭기스칸)

 

28실 테무진은 즉위식에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쩌렁쩌렁 울리는 청천벽력같은 음성으로,

" 백성들이여 ! 나는 광야에 구름이 쉬어가는 만큼도 안 되는 인생을 부귀영화나 누리자고 칸이 된 사람이 아니다. 별은 왜 어둠 속에서 빛나는가? 대지는 왜 짐승의 썩은 육신을 기다리는가? 사슴은 왜 얼음 바위에 돋아난 돌이끼를 뜯는가? 모두 푸른 하늘의 뜻이다. " (p. 88)

 

   

(사진 출처 : 네이버 검색-인물세계사 - 왼쪽: 칭기스칸 즉위식 장면, 오른쪽: 징기스칸 부대행렬)

 
그러나, 초기의 창기스칸의 군사는 너무도 보잘 것 없었으며, 9살의 어린 자신의 아들이나 조카들까지 동원된 조직이었으니, 그 아무도 테무진이 앞날의 칭기즈칸으로 몽골 유목민들에게 추앙을 받는 인물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칭기스칸에게는 그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위정자로서의 생각과 행동이 있었던 것이다.

초원의 풀 한포기라도 죽이지 않으려는 생각, 흐르는 물에 목욕을 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몽골의 대초원의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늑대병법을 통하여 초원의 강자인 늑대를 본보기로 삼아 야성의 지략과 전술, 인내와 용기를 갖춘 군대를 갖고자 하는 병법도 있었던 것이다.

또한, 칭기스칸의 사상은 배신을 싫어하고, 점령지에서의 약탈을 금하는 등의 소신있는 신념들이 있었다.

그러니, 한 사람의 위대한 인물이란 그에 버금가는 면모가 있기마련인 것이다.

<조드>를 읽으면서 가장 마음 속에 남는 인물은 자무카이다.

테무진과 자무카의 관계, 칭기스칸과 자무카의 관계.

그들이 초원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들은 영원한 소올 메이트가 되었을 것이다.

테무진과 자무카의 만남이 늑대의 추격전에서 이루어지게 되고, 자무카는 테무진에 대한 고마움을 마음 속에 새기면서,

" 약속하마, 은혜는 은혜로, 원수는 원수로 (...) 태어난 곳은 달랐어도 묻히는 곳은 함께 하자" (조드 1권, p.63)라는 생각을 한다.

사실은 이때부터도 자무카는 테무진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다. 테무진은 황금가문의 흰뼈. 자무카는 검은 뼈. 검은 뼈라는 것에 대한 열등의식.

자무카는 테문진의 초원에서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자 자신의 세력 구도에 위기감을 느끼고, 정복지에 대한 참혹한 처형으로 자신에 대한 유목민들의 인식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칠십 가마솥에 사람을 끓여 죽이는 처형. 그것은 오히려 그에게는 득이 아닌 실이 된다.

자신이 검은 뼈임에도 그는 귀족들만을 상대했지만, 칭기스칸은 낮은 사람들 속에 묻혀 산아 가면서 유목민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초원의 지도자들이 혈연을 중심으로 세를 규합하는 것과는 달리, 징기스칸은 초원의 유목민을 모두 아우르는 대초원의 공동체를 형성하여 나가는 것이다. 그것이 칭기스칸이 다른 위정자들과 다른 면이고, 유목민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도 칭기스칸은 자무카를, 자무카는 칭기스칸을 서로의 멘토로 생각하며 살았음을 느끼게 해준다.

" 형제여 ! 늑대와 싸우던 날을 기억하는가? 이것이 형제의 운명이라며 손금을 보여주던 날을 기억하는가? 메르키드를 치고 나서 나를 데려다 한 이불을 덮게 하던 넒은 품은 어디로 갔는가? 형제에게 묻나니, 옹칸 아버지가 따라주는 술잔을 내가 먼저 받으면 안 되는 것인가? 흰 뼈를 증오하느라 쓸데 없는 고생을 해온 형제에게 반드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이 초원이 고원이라고 내게 가르친 사람은 형제였다. 정착민은 저 낮은 땅의 나무 밑에서 살지만 우리는 풀포기밖에 자라지 않는 높은 곳에서 산다. 그러나 드넓은 초원의 어디가 중심이고, 어디가 주변인가. (...) 어린애들처럼 언제까지 정상을 차지하겠다고 고집할 텐가? " (p.p. 256~257)

비록 초원을 둘로 분할하여 통치를 할 수 없었기에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일 수는 없었지만, 마지막까지 서로에 대한 배려는 읽는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처형을 하는 자와 처형을 받는 자라,산 자와 죽는 자라는 위치에 놓이기는 했지만, 그들의 마음만은 서로가 서로를 끔찍하게도 아끼었음을 알 수 있었다.  

 

" 사나이들의 우정은 산을 강처럼 흐르게 할 수 있고, 사나이들의 다툼은 해와 달이 부딪쳐 하늘이 깨지고, 금이 가게 할 수도 있다!" (p. 342)

칭기스칸과 자무카의 관계를 이보다 더 적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조드>를 읽으면서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은 작가의 문체이다. 작가는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로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면서 글을 써왔다.

그의 시는 여러 편을 읽어 보았지만, 소설은 이번에 읽게된 <조드>가 처음 읽게 된 작품이다.

그가 쓴 평론은 읽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 기억에는 남아 있지 않다. 다만, 작가의 블로그를 통해서 금속 공예가의 전시회 도록에 실렸던 글을 읽어 보았는데, 그 글이 흥미롭게 다가와서 그 전시회를 검색하여 작품들을 보고, 다시 작가 블로그의 글을 읽어 보았던 적이 있다.

너무도 감각적으로 표현했던 글들이 작품을 잘 말해주는 듯하여, 작가의 글이 얼마나 잘 쓰는 글인가를 알게 되었었다.

<조드> 속에는 다양한 비유법들의 쓰여져 있다. 아마도 교과서에 수록된다면, 비유법의 종류를 찾느라고 학생들이 고생 좀 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이 쓰여진다.

그래서인지, 글들이 예쁘기도 하고, 상황에 적확한 표현들은 그 문장을 읽으면서 빙긋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 이런 문장을 쓰다니, 정말 표현력이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작가의 감성적인 문장들을 읽노라면, 내가 한 번도 가지 않았던 몽골의 초원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릴 정도로 섬세한 문장들을 접할 수 있다.

 

 <사진출처: 네이버 검색- 인물 세계사,  몽골 언덕에 그려진 칭기스칸의 초상화(2006)>

 

<조드>는 칭기스칸이란 인물을 주제로 삼았지만, 그 속에는 칭기스칸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드넓은 초원에 근거지를 두고 살았던 유목민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조드와 같은 대재앙에도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었던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또한, 12~13세기 중국의 변방지역에서 수없이 나누어져 살아가던 부족들을 하나로 합쳐서 몽골제국이란 거대한 나라를 세웠던 역사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역사는 지나간 과거이지만, 현재를 조명하는 것이고, 미래를 투시하는 거울"이라고 한다.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푸른 하늘의 뜻에 따라 살아간 몽골인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보면 소극적인 삶의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 가운데 우뚝 솟았던 인물인 징기스칸의 인생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 속의 문장들에서 접할 수 있듯이, 그가 몽골인들을 하나로 뭉칠 수 있게 하는데 큰 힘이 된 것은 혈연에 의해서 결성되던 이전의 통치스타일과는 다른 모두가 하나의 공동체로 뭉친다는 개념이 들어간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낮은 자들과 함께 하면서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기에, 유목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풀 한 포기도 그냥 지나쳐 버리지 않는 마음이 칭기스칸의 마음이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는 것도 이 책에서 얻은 작은 한 조각이기도 하다.

<조드2>는 칭기스칸이 초원을 통일하고 대 칸에 즉위하여 대몽골제국을 선포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 참고 ♣

몽골제국은 이후에 5대 쿠빌라이 칸에 의해서 1279년에 대도(大都)에 도읍하고 나라이름을 원이라 한다. 중국 본토까지 약 100 여년에 걸쳐서 통치를 하게 되는데 그 시작은 징기스칸으로부터이다.

 

  (지도출처 : Daum 검색, 연두색 부분 : 칭기스칸이 정복한 영토)

 

  (지도출처 : Daum 검색, 이후, 나라 이름이 원나라가 되고, 4대칸국으로) 

 

 

 

★ 책 속의 한 문장 ★

" 흰솜 꽃을 따라간 염소가 무리에서 멀어져 혼자가 되는 것처럼 우리는 외로운 나그네로 사는거야.

인생은 장작불같은 생명이 나그네처럼 지나가며 타버리는 거라고."  (p.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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