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아프다 - 김영미 세계 분쟁 전문 PD의 휴먼 다큐 에세이
김영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처음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이 터졌을 때에 그곳의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거처도 없이, 먹을 식량도 없이 추위에 떨면서 웅크리고 있던 가족들의 영상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미국은 과연 이 두 곳에서 명분있는 전쟁을 한 것일까?

그 대답은 이미 나와 있으며, 거대 국가의 이익을 위한 전쟁이었지만, 그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전쟁은  끝났지만, 그곳의 사람들은 아직도 아파하고 있다.

 

 

<사람이, 아프다>의 저자인 김영미는 이런 전쟁과 분쟁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을 찾아 다니면서 그들의 삶의 모습을 취재하고 다큐멘터리로 제작하는 다큐멘터리 PD이다. 

2000년에 <동티모르 푸른 천사>를 시작으로 약 12년 간에 걸쳐서 분쟁지역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보여주고 있다.

소말리아 해적 소굴이나 탈레반 본거지도 두려움없이 찾아가서 취재를 하기도 했다.

그가 그동안 취재를 갔던 곳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레바논, 파키스탄을 비롯하여 60 여개국을 다녔는데, 그중 반 정도가 분쟁지역인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녀가 그동안 취재다녔던 곳인 아프가니스탄의 이야기는 제 1부에, 그리고, 이라크의 이야기는 제 2부에 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이미 전쟁이 시작한 후에 가게 되었는데, 그녀에게는 기자에서 PD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된 나라이고, 이라크는 전쟁 전에, 그리고 전쟁이 일어난 후에도 가게 된 나라인데, 그래서 전쟁 전후를 비교할 수 있는 나라이기도 하고,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나라라고 한다.

2000 년에는 약 1년간을 동티모르에서 생활하면서 취재를 했고, 2001년에는 가족들에게는 전쟁터인 아프가니스탄에 가는 것을 속여가면서 취재를 떠나기도 했다.

이미 나는 인테넷 서점의 블로그를 통해서 이 책의 내용의 일부를 읽었는데, 블로그를 통해서 읽는 것과 책을 통해서 읽는 것은 약간은 다른 느낌을 주기도 했다.

인터넷 서점의 블로그에 올라온 사진들은 천연색 사진에 사진의 크기도 컸는데, 책 속의 사진들은 작고 흑백사진이었다. 그것도 몇 장의 사진을 함께 한 페이지에 올려 놓았는데, 좀 더 큰 사진에, 천연색 사진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프가니스탄의 이야기 중에 오마이라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임시학교에서 만나게 된 오마이라는 다른 아이들보다도 더 열심히 공부를 하는 아이였는데, 어느날 구걸을 하는 아이를 보게 되고, 수소문끝에 아이의 집에 찾아가게 된다. 아이의 엄마는 남편의 죽음으로 마약을 하는 상황이었고, 아이가 구걸하는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듯했다.

 

취재가 끝나고 돌아올 때에 취재할 때 쓰던 A4 용지를 노끈으로 묶어서 뒷면을 사용할 수 있는 노트를 몇 권 만들고, 취재할 때 쓰고 남은 펜, 홍차, 설탕, 밀가루를 선물로 주게 된다.

오마이라는 공부가 하고 싶어서 저자에게 '아줌마 딸로 태어나고 싶다'는 말까지 할 정도였다.

이후, 아프가니스탄에 취재를 갈 때마다 그 아이를 찾아 보게 되는데, 10년 이란 세월이 지난 지금은 시골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결혼도 하여 예쁜 남내를 두고 있다고 한다.

오마이라는  저자에게는 폐지에 불과했던  종이였지만, 그것을 노트로 만들어 선물을 해 준 것에 감동을 하였으며,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 준 것에 감사를 하는 마음을 가졌다고 한다.

이처럼 폐허 속에서도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오마이라,  자신의 운명을 극복한 오마이라의 이야기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 감동적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 시절의 여자에 대한 차별과 학대, 거기에서 파생되는 여자의 교육금지, 외출 금지 등은 이 책에서도 소개된다.

탈레반 시절 외출을 할 수 없어서 학교에 갈 수 없었지만, 독학으로 공부를 하여 탈레반 정부가 무너진 후에 카불 방송국의 여자 TV 앵커가 된 여자의 이야기도 역시 감동적이다.

 

 

운명은 자신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극복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산증인인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탈레반 시절의 그 악습은 남아 있어서 가문을 더럽힌다고 여자 앵커에게 협박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 책의 내용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슬픈 이야기는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시인인 나디아 안주만의 이야기이다.

 

 

그녀의 시집 <어두운 꽃>의 한 구절이다.

"나는 우울과 슬픔에 잠긴 채 새장 속에 갇혀 있다.... 내 날개는 접혀 날 수가 없다.... 나는 목 놓아 울어야만 하는 아프간 여인이다. " (p. 109)

 

 

탈레반의 악습에 젖어 있는 아프간의 여인들의 심정을 잘 나타낸 시의 한 구절이다. 그런데, 이 여인은 이 시집을 낸 후에 남편에게 맞아서 죽게 된다.

남편은 헤라트 대학출신의 엘리트 남성이었지만, 자신의 아내가 쓴 시 속의 내용중에 '사랑', '욕망'이라는 단어들이 들어간 것은 여자로서 쓸 수 없는 내용이라는 이유로 구타를 하다가 결국에 죽이게 된 것이다. 25살 나이의 꽃다운 시인이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명예 살인당한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의 이런 이야기들은 처음 듣는 이야기는 물론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절절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만큼 큰 아픔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탈레반의 음악금지때문에 숨어서 음악을 연주하여야 했던 무스타바와 그 밴드.

샤피한 계곡에서 은밀하게 연주되는 음악을 듣기 위해서 모여든 사람들.

" 이제 우리가 언제 당신 노래를 들을 수 있겠어요? 우리도 음악을 듣고 싶은데 탈레반이 무서워 듣지 못합니다. 한 곡 더 불러 주세요" (p. 155)

 

 

이라크의 이야기도 아프가니스탄의 이야기 못지않게 가슴이 아프다.

전쟁의 기운이 일촉즉발일 때에 이라크에 들어가서 취재를 시작하여 지금까지 그녀의 취재는 이어지고 있다.

이라크는 통제가 심하여 취재 기자들까지도 감시를 받게 된다. 감시원이 항상 따라 다니고, 취재한 영상을 요구하기도 하기에 마음대로 취재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진실된 영상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했을 저자의 마음이 책 속에서 느껴진다.

그런데, 그녀에게 그렇게 잘 해 주던 호텔 룸 서비스 담당 청년 하킴이 나중에 알고 보니 정보 요원이었다니....

이라크 이야기 중에서는 폭격 장면을 목격하게 되는 남은 가족들의 아픔이 그려진다.

아침에 20여명의 가족들이 빙 둘러서 아침 식사를 하던 중에 폭격을 맞게 되고, 이때 아침에 먹을 계란을 사러 갔던 아버지만 살아 남는다. 그러나, 그가 목격한 폭격의 순간은 트라우마로 남게 되고...

그들은 정신병에 시달리게 된다. 그 현장의 취재 내용이 리얼하게 기록되어 있다.

죽은 자의 억울함, 그러나, 남은 자들은 그보다 더 큰 충격에 평생을 시달리는 것이다.

"가족이 죽은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사람, 폭격에 놀라 정신 줄을 놓은 사람, 암울한 미래에 희망을 잃어 버린 사람들이 거리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p. 231)

 

 

아프가니스탄의 전쟁, 이라크의 전쟁.

사람은, 아프다.

미국은 9.11 테러의 보복으로 아프가니스탄을 폭격하기 시작했고, 대량 살상 무기를 제거한다는 명분하에 이라크를 공격했다.

이 두 곳에서 사람들은 죽어 나갔다. 살던 집은 폐허로 변해 버렸다. 그들은 굶주리고 있다.

누구를 향한 전쟁이었을까. 이곳에서 전쟁을 끝났고, 멀지 않아 미군은 이곳을 떠나게 된다.

그러나,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은, 아물지 않은 상처는....

이 두 전쟁이 남긴 많은 아픔을 우린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이 그곳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희망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에 그곳의 사람들은 아픔을 이겨낼 것이다.

이 모든 가슴 아픈 곳을 찾아 다니며 생생한 증언의 이야기를 영상에 담아내는 이영미 PD와 같은 사람이 있기에 우린 그들의 이야기를 가슴아파하면서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이영미 PD는 사람이 아파하는 곳에 또다시 찾아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그 소식을 가장 신속하고도 진실되게 알려 줄 것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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