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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
박에스더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2월
평점 :
<나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는 책제목만으로도 공감이 간다.
분명 나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을 사랑한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태어난 것에 대해서도 감사드린다.
애국가를 들어도 가슴이 찡해져 온다. 해외여행길에 '삼성', ' LG' 등의 광고 간판이나 상품들을 보게 되면 코끝이 찡해져 온다.
누군가 "대한민국"에 대해서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거나, 나라 이름만을 알아 주어도 어깨가 으쓱해진다.
그런데, 이 책 제목이 너무도 가슴에 와닿는 것이 과연 왜 그럴까?
나뿐만 아니라 이 책의 제목을 접하게 되는 사람들은 한 번쯤은 마음 속으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어쩌면, 내 맘을 저렇게 잘 표현했지?" 하고.
몇 년 전인가, 어린 유아들이 여름 캠프를 갔다가 밤에 화재가 나고, 이에 희생된 아이들이 있었다.
희생된 아이의 엄마는 대한민국을 버리고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갔다. 그 마음이 오죽 했을까?
분명히, 우리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국민들은 내 조국을 사랑한다. 그러나, 너무도 많은 문제들때문에 조국을 등지고 싶을 때가 많이도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박 에스더가 이런 떠나고 싶은 대한민국,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대한민국에 가지고 있는 고질병들에 대해서 명쾌하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 대한민국은 왜? 이러 이러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가?, 그것을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가?"
이 책을 읽어 보면 저자는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다른 대한민국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책 뒷표지 글처럼 "독약같은 애증의 에세이" (김병근의 추천사 중에서) 인 것이다.
저자인 박에스더.
책을 읽으면서 그녀가 누구인가를 알 수 있었다. KBS 9시 뉴스를 시청하는 사람이라면 그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저자는 KBS 보도국 시자로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중에 파키스탄 종군기자로 갔었으며, KBS 최초의 법조 출인 여기자, 2004년부터 약 4년간에 걸쳐 KBS 라디오 ' 라디오 정보 센터'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1년간의 미국 연수를 다녔와서 지금은 '취재파일 4321'를 맡고 있다.
이 책은 그녀의 체험담이 바탕에 깔린 이야기들이 주축을 이루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내용들이다.
책의 구성은 5 part 로 나누어져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말하고 있다.
권위주의, 집단주의, 합리성의 부재, 비교, 차별.
특히, 여자이기에 성차별을 받았던 경험들이 많이 소개된다.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다르다고 잘못 된 게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며, 어떤 가치든 일단 존재해야 토론과 합의가 가능하다는 것...." (프롤로그 중에서)
장유유서를 통해 우리 사회의 헤체되지 않은 권위주의를 생각해 본다.
사회생활 속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위계질서, 남녀 차별, 폭탄주 문화까지. 그 속에 저자의 체험은 당연히 그 부분을 차지하고, 그렇기에 그런 문제점을 파헤치고 분석하는 수준이 남다르게 날카롭다.
장유유서는 권위주의적 문화, 상하 위계적 문화를 존속시키는 데 가장 일반적인 규범 효과를 가져다 주는 것이지만, 권위주의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자신이 당했던 젊은 시절의 일은 세월이 지나면 자연스레 없어지고, 자신이 권위주의자의 수혜자로 바뀌어 버린다는 것이다.
아마도, 직장생활에서 이런 경우를 많이 보아 왔을 것이다.
또한 우리들은 다양성이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 가정만 보아도 집의 규모만 다를 뿐 거의 비슷한 가구에 비슷한 인테리어에, 비슷한 패턴의 가정생활이 이루어지고 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 학교 공부나, 학교 밖의 공부나, 모두가 비슷비슷. 개성이 없는 것이다.
'단일 가치'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다양성'을 두려워하기까지 한다.
다양한 사고, 다양한 생활방식,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임은 알고 있지만, 자신들은 단일가치 속에 얽매여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아마도 이부분의 내용만 잘 숙지해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엄마라는 이름의 사람들. 그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아닐까.
" 자신의 인생에 대한 엄마의 영향력과 자식의 인생을 위한 엄마의 희생 (...) 그런데, 그 희생은 무조건적인 희생이 아니다. 때로 조건이 붙는다. (...) 우리가 이만큼 희생했으니, 너희들은 우리가 바라는 삶을 살기 바란다. (...)" (p. 131)
자식은 결코 부모들에게 속한 존재인 소유물이 아니다. 자신의 인생이 투영된 또다른 자신이 자식이라고 생각하면 안될 것이다.
이부분을 읽고 마음에 가책이 드는 부모들은 반성하고, 자식을 그들이 가고 싶은 길로 갈 수 있도록 풀어주면 좋으련만.
저자가 <라디오 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를 하면서 인터뷰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접하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정치인들은 정당의 입장은 있지, 자신들의 소신이 없었음을 토로한다.
우리나라는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매버릭(maverrick: 소속된 조직의 입장과 다른 자신의 소신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우리는 TV토론을 통해서 많이 보아 왔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part 5는 성과 결혼에 관한 이야기, 외국인을 대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야기, 여성들에 대한 차별 등을 다루고 있다.
앞의 내용들보다는 좀 가벼운 것같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들이다.
우리 사회의 성문화가 예전과 같지 않고, 결혼보다는 동거를 선호하게 되는 것, 그리고 동성애에 대한 저자의 생각, 미혼모 문제, 낙태문제 등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상당히 진보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
한국 여성들이 '결혼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이라고 부를 정도로 심각한 문제인 여성들의 결혼.
저자는 이 모든 것들을 단일 잣대로 바라보지 말고 모든 것에는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으로 부터 출발해야 무언가를 이룰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생각에 공감이 가는 부분들도 많지만, 어떤 생각에 대해서는 아직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해될 수 있는 것과 이해되지 않는 것, 공감할 수 있는 것과 공감할 수 없는 것들이 나에게는 있다.
저자가 책의 앞부분에서부터 수차례에 걸쳐서 자신을 싸가지 없다고 이야기한 이유가 때론 이유가 있음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자기주장이 상당히 강하기에 때론 싸가지 없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는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의 생각에 확신이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사랑하기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들을 조목조목 따져서 바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저자가 말하는 "다른 대한민국"은 언제쯤 실현 가능한 것일까?
아니, 그런 "다른 대한민국"이 있기는 있는 것일까?
그래서 마음이 더 답답한지도 모르겠다.
나도 " 다른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다."
그런 "다른 대한민국"이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