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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령하라 - 세계를 뒤흔드는 용기의 외침
슬라보예 지젝 외 지음, 유영훈(류영훈) 옮김, 우석훈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어느날 갑자기 월가를 점령하게 되는 점령운동은 2011년 9월 잡지 <애드버스터>에 실린 광고에서부터 출발된다.
" 9월 17일에 월가 금융자본의 부패와 탐욕에 항의하는 평화 점거를 벌이자" 라는 광고가 실리게 된다. 큰 반응을 예상하지는 않았지만, 그날 월가 주코티공원에 150명 정도의 군중들이 모이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월가의 반대의미의 점령운동은 다양한 형태로 점령운동이 번져 나가면서 현재 82개국 150 여 도시에서 진행되고 있다.
점령운동이 내세우는 구호는 "우리는 99퍼센트다" 이다.

월가에서 시작된 점령운동.
내가 TV를 통해서 점령운동에 관한 보도를 접하게 되었을 때는 생활에 곤란을 느끼는 사람들의 단순한 시위겠거니 하는 생각을 하였다.
피켓을 들고 조용히 공원을 도는 사람들의 모습이 취직을 못했거나, 생계의 곤란을 느끼는 빈민층의 평화적 시위로 다가왔던 것이다.
물론, 월가를 중심으로 이런 시위를 하게 된 것이 월가를 비롯한 금융 자본들에 대한 정부의 특혜 등이 시위의 초점이라는 것은 알게 되었지만.
점령운동이 일어나기 3개월 전에 가본 월가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세계 금융의 중심인 월가.
그곳은 여행자로 넘쳐 흘렀다. 뉴욕 증권거래소 건물에 나부끼는 성조기, 그리고 월가의 상징인 황소 동상에는 여행자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서 북적거렸었다.
세계 만방에 미국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것처럼 보였던 그곳이 점령운동의 출발점이 되었던 것이다.
선택된 1퍼센트의 부자들과 그들의 손에 놀아 나는 권력층을 향하여...
잠깐, 1 퍼센트의 불공평한 성장율을 들여다 보면
1979년 최상위 1 %의 몫은 바닥 20 % 전체가 가진 몫과 같은 양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2007년에는 최상위 1%가 가진 몫이 하위 40% 가 가진 몫과 같은 양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지금은 최상위 1%의 몫이 더 증가했을 것이다.
미국 2008년 금융 위기에서의 구제금융은 그 누구의 세금으로 들어가게 되었던 것일까?
"우리는 99 퍼센트다"라는 구호가 가슴이 와닿을 것이다.
이런 불합리한 경제 구조에 사람들은 조용히 그들의 생각을 나타내게 된 것이 점령운동인 것이다.
<점령하라>는 월가 점령운동 현장에서 나온 첫 번째 책이고, 점령운동은 아직 끝나지 않고, 지구촌 여기 저기에서 오늘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처음 접할 때는 점령운동에 관한 총괄적인 내용이 담겨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들의 요구조건, 그것에 대한 상세한 내용들이 담겨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런 내용보다는 점령시위의 전개과정, 점령 현장에서 행해진 연설문 몇 편, 날짜별로 기록된 점령시위의 현장 스케치, 그리고 점령운동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점령운동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다양한 관점과 생각들이 담겨 있는 것이다.
"점령운동은 무엇에 관한 것인가? 우리 대부분은 대화를 여는 공간을 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다. (...) 직접적 참여가 가능한 진짜 민주주의를 말한다. " (p. 27)

월가의 점령운동에서 흥미로운 것은 '인간 확성기'이다. 미국은 시위현장에서 허가받지 않은 확성기는 사용이 금지된다. 그래서 시위현장에서 연설을 하는 발표자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문장을 한 문장씩 끊어서 말을 하게 된다. 그러면 그것을 들은 모든 사람이 그 문장을 앵무새처럼 똑같이 따라한다. 그러면 그 문장을 들은 또 다른 사람들이 더 먼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똑같이 따라한다. 대규모 집회일 경우에는 서너 차례를 거쳐야 발표자의 연설이 도달되게 되는 것이다.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서 발표자의 연설은 멀리 멀리 퍼져나가는 것이다.
월가에 있는 점령시위대의 존재 자체가 경제정의 실현, 부자증세, 기업자금의 정치권 유입금지 등을 말하는 것이다.
점령운동에서는 텀블러 블로그를 운영하는데, 그 제목이 바로 "우리는 99 퍼센트이다."
이 블로그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종이에 적어 들고 있는 사진들이 게제된다.
다양한 사연들....

또 어떤 사람은 시위 도중 경찰에 체포될 경우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미국 전국 법률인 조합의 전화번호를 몸에 새겨 놓기도 했다.
"우리는 99 퍼센트" 라는 것은 1% 부자와 나머지 우리들 사이의 차이를 강조하는 구호로 자본주의가 근본적으로 불공평함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를 정치 이슈화한 것이다.
그렇다고 점령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사회주의자들로 생각할 것인가?
물론, 그들은 사회주의자들은 아니다.
월가 점령을 오로지 비도덕성을 성토하는 시위로만 볼 것인가?
물론, 그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는다.
시위 참여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들의 시위행동은 조직적이지도 않고, 일관성이 없기도 하고, 뚜렷한 계획이나 전략이 없기도 하다.
그것이 점령운동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런데, 시위 풍경을 스케치한 글들을 읽어보면, 뉴욕 시장의 대처방법이나, 뉴욕 경찰의 과잉진압이 비인간적이기도 하다.
루머인지 사실인지 모르지만, 점령운동의 시위현장에 노숙자나 마약 중독자 들의 투입설, 그리고 시위현장에서 일어나는 성추행 사건들...
이 책은 짧은 글들의 모음이기도 하다. 다양한 직업과 계층의 사람들의 글 34편이 모여서 한 권의 책이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사회의 1퍼센트를 생각하게 된다.
과연 그들은 얼마나 도덕적으로 부를 축적했는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세계적 명품 매장을 들여오기 위해서 재벌가의 딸들은 혈안이 되어서 싸우기도 하고, 동네 작은 가게들의 매상을 갉아 먹기도 하고, 문어발식 경영으로 중소기업들의 품목을 빼앗아가기도 하고, 상속문제로 낯부끄러운 행동을 하기도 하고...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어되지 않은 자본주의의 폐해와 금융의 지나친 권력화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월가의 시위의 소수의 군중의 외침이 아닌, 전세계적으로 많은 나라들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들을 제시해 주는 시작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도 인간 확성기가 되어 우리사회 99 퍼센트의 생각을 한 마디씩, 한 마디씩 우리 사회 1퍼센트에게 전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