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에게 있어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 따라읽기는 <뇌>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미 <개미>로 유명세를 누리는 작가였지만, <개미>는 중학교 교과서에 나와 있는 내용 정도 밖에 읽지를 않았다.

본격적으로 작가의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 <뇌>였고, 이후에 출간되는 책들은 모두 출간과 동시에 읽었다.

그중에도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카산드라의 거울>이었다. 그리고 <베르나르의 상상력 사전>은 지식의 샘물과도 같은 책이기에 책의 두께는 상당하지만, 빠르게 읽혔던 작품이다.

<뇌>이전의 작품은 <인간>과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정도를 읽은 것같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마음은 그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의 세계에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또한, 그의 과학적 지식을 비롯한 다방면에 걸친 폭넓은 지식에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오기도 할 것이다.

베르나르의 신간 소설인 <웃음>은 집필 단계에서부터 화제가 되었었다. 자신의 홈페이지에 웃음을 소재로 한 글들을 공모하고, 응모된 글들을 투표하는 형식으로 독자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었던 것이다.

 

 

또한, <웃음>의 소재인 '유머'라는 것도 특색이 있으며, 소설의 형식이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것도 독자들에게는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작품의 구성도 특이하다. 세 겹의 구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의 틀이 되는 스토리 라인은 다리우스라는 코미디계의 제 1인자의 죽음이다. 가스통 루르의 <노란 방의 비밀>처럼 밀폐공간에서의 죽음이 이야기의 발단이다.

공연을 마친 후 자신의 휴식공간에 들어간 다리우스는 죽기 직전에 아주 큰 소리로 웃는 웃음 소리가 들리게 되고 갑자기 '쿵'하는 소리를 내며 잠잠해지는데, 이미 다리우스는 죽어 있었던 것이다.

다리우스가 죽은 밀폐된 공간에서 찾아낸 물품은 파란 목갑, 그 뚜껑에 적혀져 있는 세 개의 대문자, BQT, 그 아래에는 더 작은 글씨로 <절대로 읽지 마십시오>라는 짧막한 문장, 그리고 코닥 감광지.

이것이 죽음의 현장에 남겨진 단서들이다.

다리우스의 죽음은 자연스러운 자살이라고 여겨지는데, 이를 취재하는 여기자가 등장한다.

뤼크레스 넴로드.

그녀에게는 성장기의 아픈 상처가 있다. 부모에게 버려져서 고아원에서 자라게 되는데, 그녀가 좋아하던 친구에 의해서 프랑스의 만우절에 해당하는 '4월의 물고기'의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친구의 배신으로 모든 친구들에게 치명적인 망신을 당한 그녀가 자살을 하려던 순간에 라디오를 통해서 듣게된 다리우스 워지니악의 유머.

그것은 뤼크레스의 입에서 웃음을 터트리게 되고, 때문에 웃음으로 인하여 자살을 포기하고 살게 되었던 것이다.

그후에 다리우스의 개그는 그녀에게 안도감과 행복감을 주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뤼크레스는 다리우스의 자살을 살인으로 단정하게 되고 그 살인의 실마리를 찾아 나서게 된다.

그녀와 함께 이 사건을 파헤치게 되는 이지도르는 천재 소리를 듣던 과학 기자이자 명기자이다.

이 사건은 파고 들면 들수록 무언가 그 실체가 숨겨져 있음을 느끼게 되고, 그 실체의 중심에는 두 집단의 대립이 있음을 알게 된다.

BQT와 GLH, 빛의 유머와 어둠의 유머 사이의 전쟁과 같은 암투가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이렇게 소설의 스토리 라인은 읽을수록 흥미진진한 여러 이야기들이 등장하게 된다.

과연 유머와 관련해서도 <프로브>와 같은 살인게임이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 그리고 유머 집단에도 '프리메이슨'에 버금가는 집단의 실체가 있다는 기발한 상상력도 너무 현실감이 떨어지는 발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소설은 책의 짝수 번호의 구성은 이런 스토리 라인 (웃음 1)이 실려 있고, 그와 함께  책의 홀수 번호의 구성은 웃음을 유발하는 다리우스 워즈니악의 스탠드업 코미디들,  <유머 역사 대전>이라는 가상의 텍스트가 실려 있다.

 

 

다시 말하면, <웃음>의 실제 이야기인 다리우스의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과정과 유머와 관련된 이야기가 교차적으로 반복되는 구성을 갖고 있다.

 

다리우스의 스탠드업 코미디를 통해서는 실소를 자아내기도 하고, 한바탕 폭소를 터트리기도 하게 되지만, <유머 역사 대전>의 내용은 베르나르의 폭넓은 지식 수준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다.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 중국, 마야 문명에서의 유머, 중세 기독교, 이슬람교에서의 유머, 서양의 십자군 전쟁, 백년전쟁에서의 유머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이 책에서 인용되는 <유머 역사 대전>은 역사적 사건을 어느 부분만 살짝 바꿔 놓은 유머 세계사라고 할 수 있는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유머인지 혼동스럽기도 하면서 흥미롭기도 하다.

 

 

그런데, <웃음>이란 작품은 베르나르의 어떤 작품들보다 읽기에 힘겹기도 하다. 그것이 바로 스토리 라인과 스탠드업 코미디, 유머 역사대전의 교차적인 구성때문인데, 다리우스의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소설로 읽고자 하면, 그런 교차적인 유머러스한 이야기들과 유머 역사 대전의 이야기들이 몰입을 방해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읽는 중간 중간 흐름이 끊어지곤 한다.

그러나, 작가가 <웃음>이란 과학적, 사회적으로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고, 그 해답을 얻고자 하는 생각에서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는 것과 작가의 상상력은 유머의 근원을 찾는다는 의미에서 세계사의 구석 구석을 펼쳐보이기도 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또한, 그런 과정에서 세계사의 한 부분, 한 부분까지도 진실을 벗어난  유머로 풀어보고자 했다는 것도 큰 특색이 아닐까 한다.

<웃음 > 1,2 권으로 되어 있는데, <웃음 1>에서는 다리우스의 죽음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유머기사단의 실체 파악까지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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