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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운명 (반양장)
문재인 지음 / 가교(가교출판)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정치인이 쓴 책은 별로 좋아하지를 않는다. 그가 보수진영의 인물이건, 진보진영의 인물이건 대부부의 경우에 자신의 정치성향을 나타내면서 자신을 홍보하거나 합리화시키려는 글들을 많이 담고 있기때문이다.
간혹 그런 책들을 읽더라도, 그 흐름만을 읽을 뿐이지 뻔히 보이는 홍보성 글들은 읽는 순간 잊어 버린다.
그건 우리나라의 정치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보다는 자신의 영역만을 키워 나가면서 각종 비리를 일삼고 있기에 정치인들의 권력 다툼에 눈을 돌려 버리는 것이 차라리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스스로 행복해 지는 방법이기도 하기때문인 것이다.
그런 내가 <문재인의 운명>을 읽게 된 것은 얼마전 TV프로그램을 통해서 문재인을 접할 수 있었는데, 그 프로그램은 시사토론이 아닌 예능 오락프로그램이었다.
그 이전에는 박근혜가 나왔고, 그후에 문재인이 초대손님으로 나왔다.
의외의 프로그램에서 만날 수 있었기에 관심이 갔다. 방송중에 MC는 이전에 나온 박근혜에 대한 장점을 말해주기를 부탁했다. (장점이었는지, 평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다.)
문재인의 답변은 그녀에 대한 장점만을 정확하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 이전에도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에 정치 성향이 다른 인사들에 대하여 봉화마을에 들어올 수 있게 하기도 하였고, 장례식 당일에 모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비난의 소리를 질렀을 때에도 사과의 예를 대신하기도 하였으니, 그런 행동은 그 어떤 정치인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행동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또한, 문재인은 나의 대학시절에 캠퍼스에서 스쳐 지나갔을 그런 동문이기도 한 것이다. 물론, 그런 건 중요하지 않고, 그의 신사다운 행동이 신선한 모습으로 다가왔을뿐이다.
<문재인의 운명>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맞아서 노무현 대통령과의 30년의 동행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인 것이다.
원래는 노무현 대통령이 언젠가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쓰려고 했는데, 혼자 쓰기 보다는 함께 참여정부에서 일을 하였던 정치적 동지들과 함께 쓰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를 하였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회고하고, 문재인 자신을 회고하는 그런 책이 된 것이다.
거의 30년 가까운 세월을 선배처럼, 동지처럼, 친구처럼 함께 해 왔기에 그의 기록은 곧 문재인의 기록이면서 노무현대통령의 기록이 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의 만남은 동행이었고, 그것은 곧 운명이었던 것이다.

" 내 인생에서 노무현은 무엇인가. 잘 모르겠다.
하여튼 그는 내 삶을 굉장히 많이 규정했다.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의 삶은 전혀 달랐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운명이다. 그런데 그것이 꼭 좋았냐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 (p440)
문재인은 꼭 노동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걸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인권변호사인 노무현을 만나게 되고, 그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다보니 그 길을 걷게 된 것이다.
부산을 중심으로 한 큼직 큼직한 시국 사건마다 그들은 함께 뛰었고, 노무현이 정치계에 입문하게 되자 그의 선거를 도와주기도 했고,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자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보필을 하게 되고,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을 듣고는 네팔의 트래킹 중에 귀국하여 그의 곁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퇴임후의 노무현 대통령이 처하게 되는 검찰 소환과 같은 치욕스러운 순간에도 그는 언제나 함께 했던 것이다.
" 대통령는 어쩌다 그런 곤경에 처하게 됐을까. 나는 대통령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가난했다. 가난이 그를 공부에 매달리게 했고, 가난이 그를 인권 변호사의 길로 이끌었다. 그가 간난하지 않았다면, 자신ㅊ럼 힘들었던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을 돕겠다고 소박하게 시작한 일이 인권변호사였고, 민주화 운동이었다. 정치는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정치에 대한 진정성이 그를 대통령까지 만들었다. (...) 대통령은 나에게 "나 자신만 정치적으로 단련되었지, 가족들을 정치적으로 단련시키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고 말했다. (...)" (p406)
그리고 지금은 노무현 재단의 이사장으로 있으니, 문재인의 인생에 노무현은 동행, 운명....
그 이상의 걸맞는 단어는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문재인의 시각으로 본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 정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이다.
참여정부 조각의 뒷이야기, 검찰개혁, 대통령 재신임, 탄핵, 사법개혁, 과거사 정리, 한미 FTA, 남북정상회담, 탄핵, 퇴임, 서거 .....
이 책은 참여정부의 모든 정책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담겨 있기에 그 시대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관심을 가지고 있어보면 좋을 것이다.
또한, 문재인 자신의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삶의 이야기도 담겨 있기에 문재인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관심을 가지고 읽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참여정부는 역사 속으로 흘러 들어갔고, 이제 또 다시 새로운 정치구도를 갖추어 가기 위해서 각 진영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활발한 이 시점에 지나간 정부에 대한 이야기를 접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문재인이 이 책을 통하여 말하고자하는 것은 참여정부의 정책의 정당성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은 성공대로, 좌절은 좌절대로 뛰어 넘어야 함을,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을 극복해야 함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