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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평점 :
2011년 독자들에게 새롭게 자신의 위치를 자리매김한 작가가 <두근두근 내 인생>의 김애란과 < 7년의 밤>의 정유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2011년을 대표하는 책이 되었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김애란의 첫 장편소설이다. 2002년에 단편 <노크하지 않은 집>으로 제 1회 대산대학문학상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각종 문학상을 수상하였으니, 그의 필력은 이미 인정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11년을 보내고, 2012년을 맞이하면서 그동안 읽고 싶었지만, 읽지 못했던 책들을 몇 권 챙겨 읽으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중의 한 권의 책이 바로 <두근두근 내 인생>이다.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란다.
그리고 나는 무럭무럭 늙는다.
누군가의 한 시간이 내겐 하루와 같고
다른 이의 한 달이 일년쯤 된다.
이제 나는 아버지보다 늙어 버렸다." (p6, 프롤로그 중에서)
프롤로그에서부터 알 수 없는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마음이 아닌 눈에....
17살 소년 아름이의 이야기이다. 부모가 17살 고등학생 시절에 사고를 쳐서 태어난 아이.
그러니, 부모의 나이는 34살, 아름이의 나이는 17살.
그런데, 부모보다 아름이는 더 늙었다. 신체 나이는 80살.
3살때 아프기 시작하였는데, 원인을 알 수 없는 조기노화 현상인 '조로증'에 걸린 것이다.
"정말, 이런 병이 있는 것일까? " 하는 생각이 얼핏 스쳐 갔지만, 매스컴을 통해서 듣고 보았던 기억이 난다.
'신은 참 가혹하기도 하시지.....'
더 이상 생각을 이어나가기가 힘들어진다.
(사진출처 ; 다음 검색, NEWSIS)
그런데, 아름이의 이야기는 그 이야기 자체는 너무도 안타깝고 슬픈 이야기이지만, 작가는 너무도 담담하고 아름답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비록 얼굴은, 신체는 조기 노화로 늙었지만, 아름이의 마음은 또래 아이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성숙해 있는 것이다.
아름이에게 꿈이 있을까?
아니, 꿈을 이룰 수는 있는 것일까?
아름이에게는 '실패할 기회조차 없었다. 실패해 보고 실망하고 크게 울고 싶었' (책 내용중)던 것이다.
아름이가 꿈꾸는 것은 자신의18번째 생일에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글로 써서 부모님께 선물을 하는 것이다.
과연, 18살 생일을 맞이할 수 있을 지도 모를 정도로 병원과 중환자실을 넘나들면서.
치료비를 마련하기위해 TV 프로그램 '이웃에게 희망을'에 출연하면서 이서하란 소녀와의 이메일이 이어지게 되는데......
" 가슴 뛰는 날들이 이어졌다. 내가 말하고, 그애가 답하고, 다시 그 애가 말하면 내가 답하는, 한 줄의 문장으로 하루를 버틸 수 있고, 한 번의 호흡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하루. 딱히 뭐라 이름부를 수 있는 사이는 아니라도, 그저 얘기를 나눌 친구가 있다는 게 좋았다. " (p232~233)
태어나서 처음으로 설레게 했던 소녀. 나의 진짜 여름, 나의 초록, 나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었던 그 아이.
친구라고는 동네 장씨 할아버지 밖에 없는 아름이.
소년에게 이서하는 그런 마음의 친구였으나.....
이 소설은 아름이가 엄마 뱃속에 있을때부터 아름이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17살 아름이가 겪게 되는 1년이 10년처럼 지나가 버리는 늙음에 대한 생각들이 차분하게 그려진다.
젊음이란 무엇일까?
늙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조로증 환자가 겪게 되는 조기노화현상에서 오는 아픔, 어느날 살며시 찾아오는 사랑의 감정에서 느끼는 가슴 두근거림이 잘 표현되어 있다.
나이는 17살이지만 생각은 어른스러운, 아니 어른보다 더 연륜을 갖춘 것같은 꽉 찬 생각들이 더 감동적이면서도 슬프다.
작가는 희귀병 환자라는 것만으로 억지 눈물을 자아내게 하지 않는다.
<두근두근 내 인생>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슬픔이 번져 나온다.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청소년 비행사건들이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는데, 오늘의 청소년들에게 아름이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어리다는 것, 젊다는 것.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실패할 수있다는 것. 크게 소리내어 울 수 있다는 것. 오늘이 있듯이 내일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
무심히 지나치는 이런 것들을 간절히 소망하는 소년소녀들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