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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평의 기적
이나가키 아츠코 지음, 양영철 옮김 / 서돌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잘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을 하게 되고, 취업의 문은 좁기만 하고, 이런 경기 침체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소자본으로 무언가 할 것이 없을까 기웃거리게 된다.
그래서 시작하는 소자본의 가게들.
그러나, 그들이 꿈꾸던 대박의 꿈은 한 여름 밤의 꿈으로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몇 년전인가 TV 프로그램 중에서 '대박집과 쪽박집'을 비교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경기 침체와는 무관하게 문전성시를 이루는 대박집, 같은 메뉴로 장사를 하지만, 손님들의 발길이 끊게 버린 쪽박집.
그 속을 들여다 보면 확실히 대박집은 대박집만의 성공 비결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까운 이웃나라인 일본의 경우에는 소규모 점포로 운영을 하는 가게들이 몇 십년씩 아니 백여 년이 넘게 그 자리에서 변하지 않는 맛으로 손님들을 맞는 곳들이 있다.
우동가게, 라멘가게, 모찌가게, 바나나 빵가게, 화과자 가게 등.
이런 모습에서 일본의 장인정신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1평의 기적>은 이미 <작지만 세계에 자랑하고 싶은 회사/사카모토 코지>라는 책에서 '오자사는 진짜 중의 진짜'라는 극찬을 들은 양갱 가게의 이야기이다.
'오자사'는 1평짜리 가게이다. 이곳에서 만들어 파는 것은 단 두 가지, 양갱과 모나카이다.
그것도 양갱의 경우에는 하루에 150개 한정판매이기때문에 아침부터 번호표를 받아야 겨우 살 수 있다.
1인당 5개만 살 수 있으니, 하루에 양갱을 살 수 있는 사람은 30명이 고작이다.
이 가게의 사장은 '이나가키 아츠코'인데, 1951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노점상으로 경단을 팔던 아버지를 도와서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이 60 년이 훌쩍 넘었고, 사장의 나이도 여든 살이 넘었다.

처음에 팔던 경단은 곧 양갱과 모나카로 품목이 교체되었는데, 그렇게 잘 팔리는 양갱을 하루에 150개만 만드는 이유는 작은 가마솥에서 졸여야 하고, 그 과정이 고되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에 더 많은 양을 만들 수 없는 것이다.

'이나가키 아츠코 ' 사장은 일을 시작한 지 10년만에 팥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오묘하고 찬란한 보라색을 만날 수 있었고, 그 색도 '이제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온데 간데없이 사라져 버린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최고의 양갱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오랜 경험과 연습에서 얻어낸 것이었고, 좋은 재료를 이용하여 정성을 담뿍 담아내는 것만이 변함없는 맛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보들보들하되 졸득함은 유지하고, 탱글탱글하면서도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오자사만의 양갱의 비밀이 숨여 있는 것이다.
맛에만 이런 정성이 담기는 것이 아니라, 손님을 대하는 태도, 직원들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장애아까지도 직원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이 '오자와'의 경영 철학이기도 한 것이다.
" 나는 누구나 편하게 먹을 수 있고, 주변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음식이라도, 어떻게 만드느냐에 다라 그저 그런 평범한 음식이 될 수도, 오자사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유일한 음식이 될 수도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고객들이 만족하는 최고의 음식을 만들 수 잇을까 고민했다. 팥 하나를 선택하는 것도, 반죽에 필요한 물을 구하는 것도, 몇 분을 졸이고 몇 시간을 굳힐지 결정하는 것도, 어느 것 하나 쉽게 얻어진 것은 없었다." (p. 204)
이 책은 그동안 오자사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도 있으며, 이나가키 아츠코 사장의 인생을 돌아보는 의미를 가지기도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책이 있었다.
<기적의 사과 / 기무라 아키노리, 이사카와 다쿠지 공저/ 김영사, 2009>인데, 이 책의 주인공인 기무라시는 30년의 세월을 바쳐서 무농약 사과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담은 책이었다.

'이제 포기할 만도 한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모한 도전과 같았던 무농약 사과.
바보같아 보일정도로 우직한 성품이 일본에서 최고로 잘 팔리는 사과를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기무라씨는 '우리는 자연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있는 그대로를 보아야 한다.' 고 이야기했었는데, '오자사'의 사장인 '이나가키 아츠코'도 역시 자연 속에서 인생의 진리를 배우고, 그런 자연이 준 선물이 '양갱과 모나카'라고 말하는 것이다.
" 양갱도 모나카도, 그 맛의 주인공은 자연이다. 나는 그 맛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재료가 갖고 있는 본래의 맛을 끄집어내는 보조자 역할을 할 뿐이다. ' (p.p. 42~43)
이 책은 소자본으로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며, 그렇지 않더라도,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서 삶을 살아가는 자세, 일을 할 때에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 등을 배울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