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그늘 - 신경숙 산문집, 개정판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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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우리곁에 있는 작가, 신경숙.

<모르는 여인들>이 출간되고, 인터뷰 장면을 동영상이나 TV 화면을 통해서 여러 번 보게 되었는데, 단아한 그 모습에, 조근조근 말을 이어가는 모습이 언제나 그 자리에 앉아 있었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익숙하게 다가온다.

22살에 등단하여 지금까지 많은 작품들을 썼다. 내가 가장 먼저 읽은 신경숙의 책이 <풍금이 있던 자리>인지 <깊은 슬픔>인지, 아니면 <외딴방>인지는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중의 어떤 책을 읽고 그 다음부터 신경숙이 책을 펴낼 때마다 따라읽기 시작하여 <모르는 여인들>에 이르렀으니까.

그만큼 나에게는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믿음이 가고, 그녀의 작품은 꼭 읽게 된다.

 

 

그런데, <아름다운 그늘>?

이 책을 살 때만해도 신간 산문집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오래전에 나온 책의 개정판이다.

그것도 이번에 출간된 책이 3판이다.

1판 1쇄가 1995년에, 2판 1쇄가 2004년에, 그리고 3판1쇄가 2011년 11월.

그렇다면 나는 이 책을 읽었던 것일까? 아니면 지금 처음 접하는 것일까?

신경숙의 소설을 따라 읽기 하다 보니, 이미 그녀의 가족사나 사적인 이야기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최근작의 경우만 해도 <엄마를 부탁해>,<모르는 여인들>의 바탕에는 작가의 가족사나, 사적인 이야기들이 깔려 있기때문이다.

그래서 이미 작가가 걸어온 발자취를 알기에 <아름다운 그늘>과 같은 산문집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삶의 자취들이 생소하거나 새롭지는 않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을 읽은 적이 있는지, 아니면 처음 읽는 책인지 모르겠는 것이다.

아무려면 어떻겠는가?

작가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니....

 

 

3판 서문에 작가가 쓴 글처럼,

''이 책 속에 세상과 문학을 향한 나의 첫 마음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어서 (...)" (p. 5)

작가의 산문집이란 작가의 지나온 날들의 기록과도 같아서 작가와 친근해지고 익숙해지는 과정이지만, 이미 신경숙은 나에겐 너무도 친숙한 작가이기에, 책 속의 글들이 낯설지가 않다.

<잊혀진 샛길> 속의 7살 꼬마가 그를 알게 되어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놀림을 받게 되고, 그들이 벽에 그려 놓은 낙서를 지우다가 지우다가, 결국에는 그가 기찻길옆의 노란 국화를 벽앞에 나란히 심어 놓는 이야기는 작가의 어릴 적 추억이지만, 국화꽃 노랗게 핀 가을날의 나의 추억들도 생각나게 한다.

세 명의 오빠는 신경숙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마음의 편안함을 가져다 주는 존재들이기에 그만큼 그녀의 작품 속에 많이 등장했다보다.

" 오빠들과 함께 살았던 정읍에서의 그 한때는 나의 역사이기도 했다." (p. 167)

표제작인 <아름다운 그늘>은 불교 신도도 아니면서 성철 스님의 다비식을 찾는 이야기.

그리고 <사람들>, <실컷 흠모할 분이 계시니>,<사로잡혀 생의 바닥까지 내려가기>등 에는 그녀의 인생에, 문학에 영향을 끼쳤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책을 읽던 중에 <모르는 여인들>에서 오랜만에 온 언니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녀가 오랫만에 왔기에 며칠 묵고 갔으면 하는 마음에 신고 온 부츠를 눈 속에 숨겨 버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이야기는 <완순이 언니의 부츠>라는 글로 이미 이 책 속에 수록된 이야기이다.

그러니, <아름다운 그늘>은 신경숙의 작품 속에 들어가기 위해서 고이고이 보관해 둔 보물 상자와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이제는 조금 아주 조금 알 것 같다. 시간은 되풀이되지 않지만 지나가는 일도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사소한 일이라도 그들은 지나가며 생김새와 됨됨이를 새로 갖는다. 나에게 소설은 재생된 새 꼴들을 담아놓을 수 있는 공간이고 시간이다. 내가 어느 지점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았었건 간에 그 지나간 것들은 오늘 여기까지로 오는 길이었으며, 여기 내 앞에 놓여 있는 이 시간  또한 십 년이나 이십 년 뒤 짐작도 못 하겠느 그 시간들로 가는 길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나는 이제야 내 것으로 받아들인다. " (p. 176)

신경숙의 글에서 항상 느낄 수 있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들. 개성이 넘치는 신경숙만의 문체, 서정적인 아름다움, 이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이 한 권의 책에 모두 담겨져 있다.

 

 

그래서 신경숙의 글은 언제나 같은 느낌이지만, 또 새로운 이야기로 우리들을 행복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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