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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평점 :
김어준을 책으로 만난 것은 <건투를 빈다/김어준, 푸른숲, 2008>에서였다. 청춘들이 고민하는 많은 문제들을 묻고 질문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책이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민과 갈등에 대해서 명쾌한 답변을 내렸던 책이라는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2011년에 <나꼼수>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명확하게 각인된 인물 중의 한 사람이 김어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나꼼수>를 한 번도 들어 보지 않았다. 그냥 인터넷에 올라오는 기사 정도 밖에는 접해 보지 않았다.
2011년 하반기로 들어서면서 <나꼼수>와 관련된 책들이 여러 권 나왔는데, 그 책들이 독자들에게 폭발적으로 읽히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는 분명 어떤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가장 먼저 읽기로 한 책이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이다.
이 책은 인터뷰어인 지승호가 <딴지일보> 총수인 김어준을 인터뷰한 내용을 녹취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시작은 <진보집권플랜>에서 오연호의 물음에 답한 조국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진보집권플랜>이 괜찮은 기획이기는 하지만, 조국은 그렇게 점잖게 소명의식만을 호소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에서 조국에 대한 생각을 김어준은 이야기하다보니, 가카를 이야기하게 되고, BBK를 이야기하게 되고, 삼성을 이야기하게 되고, 오늘날의 정치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진보집권플랜/조국, 오연호, 오마이북, 2010>을 아직 읽지 않았기에 조국에 관한 내용은 내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음에 다음에 꼭 읽을 책으로 담아두기로 했다.
김어준은 서문에서
" 다음 페이지부터 펼쳐질 내용, 어수선하다. 근본도 없다. 막 간다. 근본있는 자들은 괜히 읽고 승질내지 말고 여기서 덮으시라. (...) 반론은 받지 않는다. 열 받으면 니들도 이런 거 하나 쓰든가." (서문 중에서)
딱히 서문이란 글은 없지만 서문에 해당하는 부분은 이런 글로 시작한다.
한 마디로 "닥치고 읽어" 라는 말이겠지.
그래서 닥치고 읽었다. 그런데, 읽을 수록 책 속으로 빠져 든다.
이래서 이 책이 폭발적 인기를 누리는구나. (책 속의 김어준의 말을 생각한다면 그의 말처럼 '대박')
이 책을 읽기 전에 가졌던 생각은 '김어준이 노빠이니, 책의 내용은 진보정당에 유리한 내용들이겠지'라는 생각을 했지만, 결코 그렇지는 않았다.
먼저 그는 보수와 진보의 나눔부터 새롭게 정의하게 된다.
그리고, 조국에 이어서 강금실, 이회장, 손학규, 유시민, 정동영, 노회찬, 심상정, 박근혜, 문재인 등의 정치인에 대한 생각을 그만의 '무학의 혜안'으로 이야기한다.
왜 그들이 정치판에서 그런 위치에 서게 되었는가, 왜 그들 중의 어떤 정치인은 부상하고, 어떤 정치인은 추락하게 되는가에 대한 분석은 눈길을 끈다.
무조건 자신과 성향이 다르다고 해서 어떤 정치인을 비판하지는 않는다. 그가 거론하는 정치인들의 장점은 장점대로, 단점은 단점대로 일상의 언어로 정치인들을, 그리고 오늘날의 정치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진보정당이 처한 현상황이라든가, 진보진영이 어떻게 변화해야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도 담아 낸다.
진보가 국민들과 소통이 안되는 이유로 대중언어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과 엘리트 의식을 버려야 함을 이야기한다.
그가 말하는 "진보정당이 수도원이라면, 한나라당은 동물원 이야기거든" (p248)
김어준이 말하는 정당의 총평인 것이다.

물론 이 책은 '닥치고 정치'라는 책제목만큼이나 거침없는 독설과 김어준식 막말이 담겨 있기에 어쩌면 속시원하게 읽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올해는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있다.
많은 유권자들은 정말 이 꼴, 저 꼴 똑같은 양상의 정치인들에게 실망하고 실망하다, 차라리 정치에 무관심해 지고 있지는 않은가?
보수는 무엇이고, 진보는 무엇인지, 정치성향은 다르지만, 그 속에 담긴 정치인들의 모습은 닮아있으니, 어찌 투표를 해야할 것인가?
이 책의 모토가 '알고 찍자'라고 한다. 박근혜를 비롯한 정치인들을 이처럼 구체적으로 평가한 내용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을 것이다.
신랄한 평가를 보면서 자신만의 또다른 평가를 해봄직도 한 것이다.
이 책을 지금까지 읽지 않은 이유중의 하나가 정치색이 너무 짙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정치관련 서적들이 가지는 이념이나 편견에 치우친 내용들이 싫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책장을 덮는 이 순간에는 이 책을 읽었기에 정치판의 현상황을 조금이나마 심도있게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기회를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은 2012년 대선과 총선에서도 우리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모습에 실망하고, 차라리 정치에 무관심해 버리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제발 정치인들 !!
닥치고 국민을 위한 제대로 된 정치 좀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