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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집 맏아들 - 대한민국 경제정의를 말하다
유진수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1월
평점 :
가난한 집 맏아들 ?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어깨가 무겁겠구나!' 하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60년대에서 70년대에 걸쳐서 많이 보아 왔던 그런 가난한 집 맏아들에게 촛점이 맞추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난한 집 맏아들'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서 국가로부터 많은 특혜를 받았던 기업들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어떠한 도덕적 의무를 져야하는가, 그리고 우리사회의 부자들은 역시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에 대한이야기이다.
2010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정의의 문제를 철학적이고 원론적인 차원에서 다루었다면, 이 책의 저자인 '유진수'는 경제학자로서 정의의 문제를 경제학적인 논리로 다루어 나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는 마이클 센델의 정의의 문제가 많이 거론된다.
광복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어려웠던 지난 시절에 우리 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사람들 중에는 가난한 집 맏아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보다는 공부를 열심히 하여 좋은 학벌을 가지게 되면 신분적 상승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저자는 가난한 집 맏아들이 우리 사회의 상류층으로 등극하게 되는 과정을 몇 가지 버전으로 각색해 본다.
소를 팔고 땅을 팔고, 심지어는 여동생이 학교를 그만두고 공장에서 일을 하여 그 집안의 맏아들을 대학에 보내게 된다. 그리고 맏아들은 의사가 되거나, 고시에 합격하거나 하여 성공을 하게 된다. 그후에 맏아들은 자신이 그러한 위치에 도달할 수 있도록 희생한 동생들에게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제시한다.
여기에는 꼭 맏아들이 대학에 가야했을까?
맏아들이 동생들의 희생으로 대학에 갔지만, 꼭 성공할 수 있을까?
동생이 대학에 갔다면 ?
이런 등등의 경우의 수도 생각해 본다.
이런 사례들을 거쳐서 맏아들은 동생들에게 어떠한 도덕적 의무를 져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 보게 된다.
마이클 샌델은 도덕적 책임의 범주를 자연적 의무, 자발적 의무, 연대의무로 나누었지만, 맏아들이 성공해서 가족들을 지원한다면 그것은 가족들이 맏아들보다 못 살기때문에 돕는 연대 의무의 차원의 지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센델의 3가지 도덕적 의무가 아닌 추가적 도덕적 의무라는 것이다.
맏아들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비용을 지불한 가족들에 대해서 가져야 하는 센델의 3가지 도덕적 의무가 아닌 추가적 도덕적 의무라는 것이다.
부모가 어려운 환경에서 맏아들을 선택했던 것은 가족 모두를 대신해 크게 성공해 훗날 어려운 동생들을 보살펴 주리라는 믿음이 깔려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성공한 맏아들들은 어떠했던가?
성공한 자신의 위치에 맞는 여자와 결혼하여 부와 명예와 권력을 누리면서도, 자신을 위해서 희생한 가족들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한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가정환경의 차이, 사고의 차이, 생활 수준의 차이로 희생한 가족들과의 단절은 갈수록 커져만 갔다.
"이런 나쁜 놈 !!"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맏아들은 그 나름의 자기합리화가 있을 것이다.
가족이 희생했다해도 나의 노력이 있었기에 이만한 위치에 오르게 되었다고....
가난한 집 맏아들 이야기는 바로 오늘날 우리나라 기업들의 이야기이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형성된 기업들은 그동안 나라로부터 커다란 특혜를 받아 왔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불가능한 특혜들에 의해서 성장하고 발전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기업들은 자신의 노력으로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맏아들처럼 기업의 성공은 기업의 노력에 의해서 이루어 졌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기업들만의 생각이고, 성공한 기업들은 가난한 집의 맏아들이 가족들에게 추가적 도덕적 의무를 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민들에게 추가적 도덕적 의무를 다해야 하는 것이다.
국민들이 감수한 희생에 대해서 기업이 사회에 환원해야 할 부분들인 것이다.
그렇다면, 부자들은?

부자들 역시 그들이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상당수 많은 다른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부자들도 그에 대한 추가적 도덕적 의무를 져야 하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 주식, 펀드, 선물 등.
얻는 자가 있으면 잃은 자가 있었기에부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자신의 노력만으로 부를 갖게 된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사례들을 들어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한 특혜를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이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는 적극적인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친일파 후손들이 그동안 많은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까지 누릴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식민지 약탈의 장본인인 일본에 붙어서 얻어낸 부를 그의 후손들이 가져야 할 것인가?
그밖에도 이 책에서는 한국의 부자, 기업들의 이야기에서 세계적인 부자, 기업들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사례들을 들어준다.
한국의 비도덕적인 금융기관들의 이야기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제목만을 보고 인문사회학적 고찰을 담은 책일 것이라는 생각을 한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 나라의 한 싯점에서 일어났던 사회현상인 가난한 맏아들이 가족들의 희생으로 성공을 하게 된 것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의 기업, 부자들의 모습을 비추어 주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제정의는 무엇인가?' 하는 것에 그 촛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다.
그러니, 특혜를 받았고, 국민들의 희생에 힘입어서 성공한 기업, 부자들이 어떻게 그들이 사회에 무엇을 환원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말해 주는 것이다.
저자가 경제학자이기에 탄탄한 경제적 이론과 수치적인 계산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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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